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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처세술 및 코칭

기내난동 급증

기내난동 급증… '배운 사람'도 막무가내더라

                                                                                                          조선일보 2008.03.20


승무원에게 물 뿌리고… 아기 시끄럽다고 앞좌석 치고…

지난해 12월 김해공항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자인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이 막 떠나려던 비행기 안에서 술에 취한 채 승무원들에게 행패를 부리다 끌어내려졌다. 이후 박 회장은 항공기 운항을 방해한 혐의로 검찰에서 벌금 1000만원에 약식기소됐고, 사건은 한 달째 법원에 계류 중이다.

박 회장 같은 '기내 난동(Air Rage)' 행위가 지난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 따르면 2007년 기내 난동은 94건으로 전년(66건)에 비해 42.4%가 늘었다. 2005년 7월 항공안전법을 개정, 벌금액을 늘리고 적발기준을 강화하는 등 기내 난동에 대해 엄하게 다스리는데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2004년 76건, 2005년 61건으로 줄어드는 듯하더니 2006년 66건으로 반전되면서 지난해는 94건에 이르렀다.
내용도 갖가지다. 지난달 대한항공 자카르타 발 비행기 승객 50여 명은 12시간 지연 출발에 항의하며 농성을 벌이고 승무원들에게 물을 뿌리는 바람에 결국 경찰이 나서서 해산시켜야 했다. 대한항공은 "폭우로 시내 도로가 물에 잠겨 승무원들 차가 늦게 공항에 도착했다"고 해명했다.

지난 5일에는 김포발 김해행 대한항공 비행기에서 술에 취해 탑승한 이모(46)씨가 "아이 울음소리가 시끄러워 짜증 난다"며 주먹으로 앞좌석을 치고 이를 막는 다른 승객과 승무원에게 욕설을 해 경찰에 넘겨졌다.

기내 난동에는 남녀노소, 신분·지위가 따로 없다. 60대에서 3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며, 직업도 대기업 부장, 명문대 교수에 이따금 피로연에서 과음한 신혼부부까지 천차만별이다. 유형별로는 '흡연'과 '음주'로 걸린 승객이 많았으며, 승무원들에게 폭언을 퍼붓는 승객이 그 다음이었다.

기내 난동이 사라지지 않는 까닭은 법 규정은 엄하지만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경찰이 기내 난동 승객들을 넘겨받아 실제 사법 처리하는 건 전체의 10% 정도다. 또 해당 항공사에 결과를 통보해야 하지만 경찰은 이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2003년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문을 걷어차 파손한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412만원을 선고받은 문모씨의 경우는 항공사가 작정하고 나서 민사 소송까지 벌인 아주 드문 사례다.

두 국적 항공사는 기내 난동이 심한 승객들을 따로 관리, 나중에 탑승할 때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척을 보이면 곧바로 경고를 내리거나 이들의 무리한 주류(酒類)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승객들은 현재 두 항공사 합쳐 43명에 이른다.

대한항공 서강윤 상무는 "그나마 처벌된 승객들 대부분이 벌금 100만원 이하로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에 별다른 재발 방지 효과를 못 거두고 있다"며 "엄격하게 법을 적용, 항공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위재 기자 wjle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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