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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우리 아이 약 먹여야 하나 [중앙일보]

ADHD 치료제에 관한 7가지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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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말썽꾸러기’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나 초등학교에서 최고의 화제 약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다. 자녀에게 꼭 먹여야 하는지를 놓고 학부모 간에도 의견이 팽팽히 갈린다. “나이 들면 저절로 나아질 텐데 마약류로 분류되는 약을 굳이 먹일 필요가 있느냐”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아이의 미래를 위해 힘들지만 먹이기로 했다”는 부모도 있다. 초등학교 교사의 반응도 “아이의 학습 태도가 좋아졌다” “급식 때 식욕이 없고 너무 힘이 빠져 보인다”는 등 제각각이다. 소아정신과 의사들은 “국내에선 ADHD의 과잉 진단이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할 어린이가 약 복용을 하지 않는 현실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ADHD약에 대한 일곱 가지 궁금증을 풀어보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1. 공부 잘하게 하나 X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학업 성적도 올라간다. 그러나 정상인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복용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의정부시 성모병원 정신과 권영실 교수는 “ADHD약은 머리(IQ)가 좋아지는 약이 아니다”며 “정상인이 복용했을 때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조언했다.

정상인이 약의 효과나 부작용을 체험하기 위해 복용하면 상당수가 속이 불편하거나 가슴이 뛰고 붕 뜬 느낌 등 부작용을 경험한다.

2.시험 당일치기에 유용한가X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선 자녀의 숙제를 대신 해주기 위해 엄마가 ADHD약을 복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약을 먹은 이유는 잠을 쫓기 위해서다. 실제로 ADHD약은 각성 효과가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유희정 교수는 “정상인이 당일치기를 위해 약을 복용했다면 다음날 붕 뜨고 불쾌한 느낌이 남아 시험을 잘 치를 수 없다”고 말했다.

3.성인에게도 효과 있나 △

어린이 환자에 대한 ADHD약(성분명 메틸페니데이트)의 효과(반응률)는 70∼80%다. 전체 정신과 치료약 가운데 반응률이 가장 높다. ADHD는 방치하면 평생 가는 질환이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유한익 교수는 “나이가 들면 ADHD의 3대 증상 중에서 과잉 행동은 차츰 나아지나 주의력 결핍과 충동성은 계속된다”며 “ADHD약이 성인 환자에게도 유효한지는 아직 연구 중이나 어린이 환자의 반응률보다는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4.부작용이 있나 ○

대표적인 부작용은 식욕부진과 불면이다. 약을 복용한 어린이의 약 10%에서 이런 부작용이 나타난다. 약 복용 뒤 두통·복통을 호소하는 어린이도 있다. 대개 이런 부작용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사라진다. 식욕부진·불면이 지속될 경우 복용 시간을 조절하거나 복용량을 줄이거나 주말에 복용을 쉬거나 아이에게 잘 맞는 약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극히 드물게는 틱이 생길 수 있다.

5.돌연사·심장병을 일으키나X

미국에서 1999∼2003년 새 ADHD약을 복용하던 환자 25명이 돌연사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고를 면밀히 조사했다. FDA의 결론은 ADHD약이 돌연사나 심장병과 관련이 있다고 단정짓기 힘들며, 건강한 ADHD 어린이에게 약을 먹이기 시작할 때 심장 검사를 특별히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내려졌다. 그러나 이미 심장병이 있거나 심혈관계질환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에게 사용 시엔 주의를 요한다고 덧붙였다.

6.복용하면 키가 안 자라나 △

복용 초기엔 성장이 확실히 억제된다. 미국 교육부와 국립보건원(NIH)이 공동 후원한 대규모 연구(MTA 연구)에서 작용시간이 짧은 ADHD약을 3년간 복용한 아이는 약을 먹지 않은 ADHD 어린이에 비해 키는 2㎝, 체중은 2.7㎏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병원에서 주로 처방되는 서방형 ADHD약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2년 동안 약을 복용했을 때 정상 아이에 비해 키가 0.23㎝, 체중이 1.2㎏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ADHD약의 부작용인 식욕부진이 성장장애 요인”이며 “ADHD약을 복용한 아이가 성인이 된 뒤에도 여전히 키나 체중이 적은지는 연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7.평생 먹어야 하나X

미국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ADHD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DHD 증상이 1년 이상 나타나지 않으면 약을 끊어도 괜찮다. 약을 끊어도 금단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약물 의존성은 없다는 것이 소아정신과 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천의대 길병원 소아정신과 조인희 교수는 “약을 복용한 지 2∼3년 뒤엔 상당수가 약을 끊는다”며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어린이의 절반 이상이 초등학교 졸업 전에 약 복용을 중단한다”고 말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ADHD약을 흔히 깁스에 비유한다. 팔이 부러진 아이에게 깁스를 하는 것은 부러진 뼈를 안정적으로 붙여 주기 위한 보조수단이다. 마찬가지로 ADHD약은 아이가 안정적으로 두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몇 년간 잡아주는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