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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다산 칼럼 모음

사람과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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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本性)은 본디 착하다라는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은 심성철학(心性哲學)의 발단을 마련했습니다. 여기에서 출발하여 송(宋)나라의 유학자들이 본격적으로 성론(性論)을 탐구하여 ‘성즉리(性卽理)’, ‘성은 곧 이’라는 성리학(性理學)의 체계를 세우면서 선진(先秦)시대의 수사학(洙泗學)은 성리철학으로 자리 잡아 현현묘묘(玄玄妙妙)한 불교철학과 대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였습니다.

성리철학의 근저에는 인심(人心)과 도심(道心)으로 나뉘어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한 이 두 마음을 어떻게 억제하고 발양하느냐에 따라 인격의 주체인 인간이 이룩하는 일이 선으로, 아니면 악으로 나뉘게 된다는 이론이 나오게 됩니다.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미미하다는 위대한 명제에 다산은 독창적인 해석을 내리면서 『심경밀험』이라는 높은 수준의 저서로 자신의 학설을 전개합니다.

맹자는 “사람이 짐승과 다른 이유는 아주 없을 정도다”(人之所以異於禽獸者幾希)라고 했는데, 여기서의 ‘기희(幾希:거의 없을 정도)’라는 것이 도심유미(道心惟微)의 미(微)라고 다산은 해석합니다. 그러면서, “인간의 성품이 선(善)을 좋아함이야 비록 천부적으로 타고났으나 물욕(物欲)의 가리운 바가 되어 남아 있는 것이 극히 미미하다. 오직 군자(君子)만이 관찰할 수 있다”라는 주장을 합니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착한 성품을 타고나 도심(道心)이 뿌리내리고 있으나 물욕이 가로막아 남아있는 도심은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도심은 오직 미미하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위태로운 인심이어서 마음대로 하다가는 언제라도 망가지고, 아무리 훌륭한 도심이 뿌리내리고 있어도 가리운 것이 많아 존재하는 것은 극히 미미하니, 그 존재를 크게 확대하고 실천함이야 인격자만이 가능하다는 것이 다산의 해석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짐승과 같아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자는 ‘극기복례(克己復禮)’, 즉 인심인 자신의 마음을 이기고 예를 회복하는 것이 인(仁)을 함이다라고 했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버리는 인심을 이기고 예에 합당한 도심의 발로로만 행해야 올바른 세상이 된다고 했으니, 우리는 다산으로 돌아가면서 짐승이 아닌 인간으로도 돌아가야 될 것 같습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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