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 동료 교수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시골에 사시는 노부모님이 모처럼 상경하셔서 바닷가로 모시고 가 싱싱한 왕새우를 대접해 드렸더니 별로 반기는 기색 없이 한 마리를 겨우 잡수시더라는 것이다. 왜 많이 드시지 않느냐고 물으니 새우에 콜레스테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평소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분이었다면 몰라도 80세 가까이 건강하게 살고 계시는 분들이었는데 이렇게까지 건강을 챙기시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조금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부모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자신을 반성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엇갈리는 건강정보에 일희일비(一喜一悲) 요즈음 신문, 잡지, TV, 라디오 등에 각종 건강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특히 음식에 관한 정보는 단골 메뉴이다. 무슨 음식은 어디에 좋고 무슨 음식은 어디에 나쁘다는 식의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물론 음식에 관한 정보를 정확히 알아서 적절히 섭취하는 것은 적극 권장할 일임에 틀림없다. 건강하게 살고 싶고 더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노인이나 젊은이를 막론하고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일 것이다. 그러나 각종 매스컴의 지나친 건강 정보는 자칫 ‘건강 신드롬’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아니 우리 사회에는 이미 건강 신드롬이 만연해 있다고 봐야한다. 위의 ‘왕새우 사건’이 그 한 예이다.
게다가 발달한 생명공학과 의학은 인간에게 장밋빛 꿈을 안겨주고 있다. “인간의 영생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성과를 감안하면 시간문제일 뿐이다”라 단언하는 학자가 있는가 하면 “노화(老化)는 숙명이 아니라 치료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다”라고 확신하는 학자도 있다. 그리하여 장차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신인류(新人類)”가 출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꿈일 뿐이다. 설령 그 꿈이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그 결과는 가공할 사태를 초래할 것이다.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인간들로 가득 찬 지구를 상상해보라.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태어나서 성장하다가 노쇠하여 소멸하고 또 다른 생명이 태어나는 순환이 자연의 질서가 아닌가. 이 신진대사의 질서를 거역하면 자연은 인간에게 커다란 재앙을 내릴 것임에 틀림없다.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서 쏟아내는 정보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모두가 100% 검증된 확실한 정보는 아니라는 점이다. 녹차의 강력한 항산화 작용이 위암이나 직장암 발생을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는가 하면, 녹차를 많이 마시면 위염이 생기기 쉽다는 보고도 있다. 토마토의 라이코펜 성분이 전립선암 발생 위험을 35% 줄인다는 보고가 있는 반면(1995년 코호트 연구), 전립선암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보고도 있다.(2006년 코호트 연구)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따라 사람들은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건강 신드롬의 대열에 끼어든다.
“오래 살면 욕된 일이 많다” 『장자(莊子)』 「천지(天地)」편에 이런 대목이 있다. 요(堯)임금이 화(華) 땅을 시찰할 때 그곳의 봉인(封人-국경을 지키는 사람)이 요임금에게 오래 살고 부유해지고 자식이 많기를 빈다고 하자 요임금은 이 모두를 사양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자식이 많으면 걱정이 많고 부유하면 귀찮은 일이 많으며 오래 살면 욕된 일이 많다”라 대답했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물론 『장자』 사상 전체의 맥락에서 파악해야 하겠지만 문면(文面)의 뜻만으로도 일정한 교훈을 주고 있다.
그렇다. 이것저것 가려서, 먹고 싶은 것도 참으며 오래 살면 “욕된 일”이 많게 마련이다. 그러니 이제는 현재 우리가 누리는 평균수명에 만족하고 그 이상의 것은 신(神)의 영역으로 돌리는 것이 어떨까? 그러니 왕새우도 가끔은 먹어도 되지 않을까? 장차 어느 날 왕새우에도 노화방지 성분이 들어있다는 의학적 보고가 나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