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에 비엔나 대학의 김신자 교수가 『정다산의 철학사상』이라는 이름으로 최초로 독일어로 다산철학의 연구서를 간행했습니다. 어떤 신문은 ‘다산사상의 유럽 상륙’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다산에 관한 연구서가 영어로는 간행된 바 있으나 독일어로는 처음의 일이어서 정말로 기쁘게 여겼습니다. 한문에는 조예가 깊지 못한 분이 우리들이 번역한 책을 참고로 그러한 저술이 간행되었기에 기쁨이 더욱 컸습니다.
최근에는 『괴테와 다산, 통(通)하다』라는 서울대 법대 최종고 교수의 저서가 출간되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거기서도 우리가 번역한 『다산문학선집』이라는 번역서가 자주 인용되고 있는 점을 보면서, 잊혀진 책들이 활용되고 있는 것에 마음이 조금 풀리기도 했습니다. 크게 주목 받지도 못했고 많이 팔리지도 않았던 10년도 넘은 책이 새롭게 인용되는 것을 보면서, 번역의 중요함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괴테와 다산, 통(通)하다』는 18~19세기 세계 최고의 지성, 동양의 다산과 서양의 괴테를 비교·검토하여 세계사의 보편적 진리를 찾아내려는 저자의 의도가 매우 좋았습니다. 1749년에 태어나 1832년에 타계한 괴테, 1762년에 태어나 1836년에 타계한 다산은 동서로 나뉘어 딱 들어맞는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입니다. 괴테야 세계적인 지성으로 온 세계를 풍미시키는 역사적 인물이지만, 업적을 비교해서 크게 손색이 없는 다산은 국내에서도 그의 학문세계가 크게 알려지지 못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을 때가 많은데, 이제 공통점이 많은 지성으로 비교·검토된 책이 나왔으니 조금은 덜 서운하게 여겨집니다. 다행한 일입니다.
고교시절부터 읽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황태자의 첫사랑』,『파우스트』등 괴테의 책은 기억에 생생한데, 『목민심서』 하나 제대로 읽힌 적이 없는 다산은 왜 그렇게 쓸쓸할까요. 국력이 그렇고, 한문의 번역이 빈약하고, 연구자들이 절대로 부족하다는 여러 이유로 비교할 수 없이 왜소해진 다산이 그런 책을 통해서라도 조금은 더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풀립니다. 저자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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