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 회색 코뿔소(Grey Rhino)다. 니콜라스 탈레브의 (블랙스완)에서 검은 백조는 너무나 휘귀해서 현실로 닥쳤을 때 그 충격과 파급력이 엄청난 재앙을 말한다. #1. 다시 말하면 검은 백조는 과거의 관찰과 경험으로는 존재 가능성을 상상할 수 없는 어떤 일을 가리킨다. 검은 백조에 해당하는 사건은 희귀한 만큼 그 충격이 극심하고, 사후에는 원인을 분석할 수 있을지 몰라도 미리 예측할 수 없다. 반면에 회색 코뿔소는 당연히 알아채야 하지만 자주 놓치는 위험 혹은 보고서도 못 본 척하는 위험을 말한다. 회색 코뿔소는 대부분 신호가 너무 미약해서 포착하기 힘든 위기가 아니라 위험 신호를 일부러 무시하고, 위기에 일찍감치 대응하지 않는 태도를 당연시하고 이를 부추기는 시스템 때문에 발생한다. #2. 명백한 위기조차 무시할 만큼 완고한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위기가 분명하다면 합리적인 사람한테는 위기가 다가오는 것이 보일 테고, 그렇다면 이는 검은 백조가 아니라 회색 코뿔소다. 정치 위기, 경제 위기, 환경 위기, 군사적 위기, 인도주의적 위기 등 어느 영역에서 출현하는 회색 코뿔소가 주는 충격은 엄청나다. 자신이 직접 경험했든 혹은 지인이 경험했든 당신은 회색 코뿔소를 본 적이 있다. 시장 붕괴나 전쟁, 심장마비, 허리케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같은 위기는 대체로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위험 신호를 보낸다.
그러니까 회색 코뿔소는 발생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다. #3. 2007~2008년에 금융 시장이 통제를 벗어나며 위기가 닥쳤을 때 검은 백조를 본 듯 극심한 충격을 받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다지 놀라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 말하자면 그 당시 위기는 회색 코뿔소가 무리를 지어 몰려든 사건이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금융 시장에 형성된 거품이 조만간 터질 것이라는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불길한 조짐을 읽은 이들은 위기에 본능적으로 대응했다. 금융시장 변동성을 공부했거나 찰스 킨들버거의 저서를 읽은 경제학도들은 심각한 위기가 우리 앞에 놓여 있음을 감지했다. #4. 개연성이 높고, 충격이 크고, 분명한 위험 요소에 대응하는 법 즉, 회색 코뿔소에 들이 받히지 않는 법 (1) 코뿔소를 인지하라. 회색 코뿔소 개념은 당연하게 여기고 제쳐 두었거나 무시함으로써 크나큰 대가를 치르게 되는 개연성이 높고 분명한 위기에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 위기를 피할 뿐만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한 첫걸음은 회색 코뿔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는 것이다. (2) 코뿔소의 성격을 규정하라. 거대한 코뿔소가 여러 마리 돌진해 온다면 두려움에 압도당할 것이다. 한꺼번에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의 성격을 규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문제에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경각심을 느낄 수 있는 언어와 숫자로 문제를 설명해야 한다. (3) 그 자리에 머물지 말아라. 만약 당신에게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당장 변화를 단행할 수 없다면,
실행 가능한 작은 변화를 단계적으로 도모하면서 조건을 만드는 것이 좋다. 필요에 따라 결정을 유예할 수도 있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마지막 순간에 어떻게 대비할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4) 위기를 허비하지 말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라. 재앙을 겪은 직후야말로 미래의 회색 코뿔소를 피할 수 있는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는 적기다. 미래에 또다시 같은 위기가 닥치면 어떻게 될지 생생하게 알기 떄문이다. (5) 바람과 같은 방향을 유지하라. 지평선을 주시하고 멀리 보이는 위험 요소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메타 코뿔소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6) 문제를 포착하는 사람, 책임지는 사람이 돼라. 코뿔소를 책임지는 사람들은 어떤 특성을 지니는가? 이들은 기꺼이 다수의 의견을 반대하고, 비뚤어진 유인책을 제거하고, 사람들에게 변화의 동기를 불어넣는다.
남들이 보기에는 반쯤 정신 나간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대부분 사람들은 명백한 위기를 외면하고, 행동에 나서서 재앙을 막는데 저항하도록 만들어져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미셀 부커, (회색 코뿔소가 온다), 비즈니스북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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