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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golf

[골프] 비거리에 대한 환상을 깨라

[골프] 비거리에 대한 환상을 깨라

낚시꾼이 말하는 놓친 고기의 크기와 골퍼의 드라이버샷 거리에는 언제나 과장이 들어있다. “380야드 홀에서 티샷을 때려놓고 세컨드 샷을 하러 가봤더니 핀까지 100야드가 남아 있지 뭐야! 280야드를 보냈더라고.” 본인의 주장뿐 아니라 동반 플레이어라는 세 사람의 증인까지 있으니 사실이 틀림없겠지만 뒤바람이 매우 세게 불었거나 심한 내리막 홀이었다는 정황을 빠뜨린 것이 틀림없다. 잘 맞아야 230야드를 때려내는 나 같은 단타자도 설악프라자CC 파4, 1번 홀에서 원온을 한 적도 있고(바닷바람이 대단했던 날이다) 광릉CC 파5, 10번 홀에서 투온을 한 적도 있다(상당히 심한 내리막 홀이다). 좋은 기억을 간직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때린,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비거리를 자신의 평균 비거리로 오인하는 것이 주말골퍼의 스코어를 갉아먹는 원인이다.

얼마 전 영종도에 있는 스카이72골프클럽에서 올 3월부터 7월까지 다섯 달 동안 내장했던 골퍼 2만명의 평균 비거리를 측정해서 발표했는데 남자의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15야드(195미터), 여자는 178야드(162미터)였다고 한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 수치는 상당히 사실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간행되는 월간 골프다이제스트 2006년 11월호에서도 이와 비슷한 수치가 발표됐다. 일본 남자 골퍼의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00야드로 한국 평균에 비해 15야드 정도 짧았다. 일본 골퍼의 평균 연령이 우리나라보다 높기 때문에 이 정도 차이가 났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스카이72골프클럽의 발표에는 자세한 분포(Distribution)가 없지만 드라이버샷 거리가 종(Bell)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이 생긴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가정하고 통계적인 분석을 해보면 260야드 이상의 티샷을 때릴 수 있는 골퍼는 전체 골퍼의 2% 미만이고 240야드 이상을 때릴 수 있는 골퍼는 15% 미만이라는 결론이다.

이 분석 결과는 친선 골프대회에서 롱기스트상을 타는 사람들의 거리를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10월 30일에 있었던 매경이코노미 독자초청 골프대회에서 롱기스트상을 탄 골퍼의 샷 거리가 250야드였고, 대부분의 친선대회에서도 250야드를 보내면 거의 롱기스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말골퍼 대부분은 자기 비거리가 230~240야드는 된다고 믿고 있다.

로봇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9번 아이언샷의 거리는 드라이버샷 거리의 정확히 2분의 1이 된다. 드라이버샷 거리의 평균이 215야드였으니 9번 아이언샷의 거리는 108야드, 후하게 쳐도 110야드에 불과하다.

독자 여러분은 110야드가 남으면 어떤 클럽을 잡는가. 대부분 피칭웨지를 잡을 것이다. 그러면 결과는 핀에 10야드 모자란 지점에 떨어질 것이다. 스윙궤도가 조금이라도 잘못돼 왼쪽으로 당기는 샷이 나오는 경우에는 그린 왼쪽 앞에 있는 벙커에 빠질 것이고, 슬라이스 스핀이 걸리면 우측 벙커에 약간 못 미치는 지점에 떨어질 것이 틀림없다.

드라이버샷을 잘 쳐놓고 110야드 남은 지점에서 그린에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시라. “주말골퍼의 고질병이 바로 세컨드 샷에서 한 클럽, 심하게는 두 클럽을 작게 잡는 것”이라는 미국의 전설적인 골프 코치 하비 페닉의 주장과 일치한다. 주말골퍼가 스코어를 줄이려면 레슨을 받아 스윙을 매끄럽게 만드는 것이 제일 좋지만 시간이 없어 그렇게 할 수 없는 경우, 순식간에 다섯 스트로크를 줄이려면 세컨드 샷에서 두 클럽 길게 아이언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좋은 방법이다.

필자는 지난 15년 동안 골프를 쳤지만 그린을 훌쩍 넘기는 세컨드 샷을 본 게 몇 번 되지 않는다. 그린을 넘기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두 클럽 길게 아이언을 선택하시라. 최소 세 스트로크, 많게는 다섯 스트로크까지 줄어들 것이다.



[묵현상 blog.naver.com/hsmuk]


[ⓒ 매일경제 & mk.co.kr] 2007.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