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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책 읽기

그들은 왜 오늘도 산과 싸우는가

                                                                                                  http://books.chosun.com
등반가 44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알프스의 험준한 봉우리 아이거.

특히 아이거의 북벽은 1천800m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시도때도 없이 일어나는 낙석과 눈사태로 세계 3대 난코스로 꼽힌다.

이탈리아의 등반가였던 스테파노 롱기는 정상 아래 암벽에서 로프에 매달린 채 숨졌지만 사람들은 그의 시신에 접근할 수가 없었다. 그의 시신은 무려 3년이나 대롱거리며 매달려있어야했다.

3시간 동안 25m를 오르고 8시간 동안 겨우 430m를 전진하는데 그친 등반대는 결국 하산을 결정하고 추락을 피해 간신히 산을 내려온다. 그들은 죽음의 손아귀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지만 안도감은 잠시 뿐, 울음을 터뜨리며 북벽을 돌아본다. “우린 다시 도전할 수 있어.”

등반가 존 크라카우어가 쓴 등반가들의 이야기 ’그들은 왜 오늘도 산과 싸우는가’(원제 Eiger Dreams. 자음과 모음 펴냄)가 한글로 번역됐다.

 

크라카우어는 1996년 등반대 12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에베레스트에서 살아남은 후 사고 당시의 열정과 비탄을 생생하게 전하는 책 ’희박한 공기 속으로:에베레스트 대참사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을 내놓아 산악문학의 새지평을 열었던 작가.

이번 책에서도 알프스의 아이거와 에베레스트, K2, 알래스카 발디즈의 빙벽, 데블스 썸에 도전한 경험과 동료 등반가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등반가들은 왜 로프 하나에 목숨을 맡기는 어처구니 없는 짓을 포기하지 못할까.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정신적 긴장과 육체적인 고통을 견뎌내면서 그들이 얻는 대가는 무엇인가.

 

저자는 “등반가들은 미치광이들이 아니다. 단지 인류가 갖고 있는 치명적이면서도 매혹적인 기질인 ’긴장감’에 중독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울대 작곡과에 재학 중인 등반가 하호성이 번역했다. 360쪽.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