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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책 읽기

"공학은 세샹과의 '소통'입니다"

"공학은 세샹과의 '소통'입니다"
국민대 자동차기계공학부 한화택 교수
▲ 국민대 자동차기계공학부 한화택 교수.  ⓒ
2007 상반기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된 ‘공학으로 세상을 말한다’의 저자 한화택 국민대 자동차기계공학부 교수를 만났다. 한달음에 도착한 한화택 교수 연구실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묻어나는 테이프과 CD, 카세트플레이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나무책상과 사진, 책들과 함께 시종일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한화택 교수가 집필한 ‘공학으로 세상을 말한다’는 출판계에서 보기 드문 공학 분야 교양서이다.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7년 동안 한 교수가 학회지에 게재했던 글들을 모아 묶어낸 것으로, 비전공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됐다. 한 달에 한 번 2페이지 분량으로 연재를 시작했던 것이 좋은 반응을 얻어 현재까지 글을 기고하고 있다고.

“학회지의 내용은 기술관련 전문지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다 읽어두면 도움이야 되겠지만 이런 내용들이 공학인들에게도 재미없기는 마찬가지죠. 그래서 기획하게 된 것이 길이는 짧지만 강한 메시지와 재미를 전달할 수 있는 칼럼이었는데, 마침 제가 수업할 때 애용했던 레파토리를 바탕으로 쓰게 된 것이 지금에 이르게되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사람에 관심을 갖기보다 사물을 분석하고 계산하는 것을 좋아했다는 한화택 교수는, 공학만의 즐거움을 일반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최근엔 양질의 과학관련 서적이 많이 쏟아지고 있긴 하지만, 대중을 대상으로 한 공학 분야의 책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에서 ‘공학으로 세상을 말한다’는 다른 책들과 차별성을 띤다.

“일단 이 책을 손에 들고 펼치기까지가 어렵지, 일상의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썼기에 한번 읽기 시작하면 쭉쭉 읽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학이란 학문의 색깔을 잃지 않기 위해서 복잡해 보이는 수식도 생략하지 않고 그대로 실었습니다. 독자들에게 어려운 책이란 인상을 준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 수식까지 이해하고 봐야 책의 참맛을 제대로 음미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한교수는 현재 공학 관련 새로운 책 집필을 준비하고 있다.  ⓒ
한교수는 공학서적도 과학서적에 포함되긴 하지만, 자연과학과 공학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다. 자연과학이 호기심을 바탕으로 진리를 찾기 위해 탐구하는 과정이라면 공학은 찾은 진리를 이용해 창조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자연과학에 비해 공학관련 도서가 적은 것도, 이런 창조자들의 역할과 무관치 않다. 진리 여부를 떠나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현업에 쫓기며 사는 공학인들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공학자들의 역할에 대해 한교수는 '자연과학에서 발견한 원리를 이용해 사람과 사회가 필요한 것들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이를 위해선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학이 사람과 사회를 위해 '무엇'을 '왜'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역학적으로 완벽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공학교육은 학생들이 연구실 안에서 탐구에만 몰두한 채 누가 더 논문을 잘 쓰는지에 대한 경쟁 분위기로 가고 있어, 공학이 왜곡되고 있다고 전했다.

“얼마 전 모대학 공과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날의 주제 역시 ‘엔지니어들이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일반인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과학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과학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공학자들은 잘 모르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것들이 다 소통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라고 보는데, 현실의 공학교육이 더욱 외곬수로 가고 있어 걱정입니다.”

최근 공학분야와 관련해 사회와 언론의 끊임없는 집중을 받고 있는 사안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을 들 수 있다. 요즘 같은 심각한 구직난 속에서도 공학분야는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공계를 기피하는 학생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이공계쪽이 상대적으로 공부가 전문적이고 어려운 데다, 졸업한 이후에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기 어렵다는 인식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교수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내놓았다.

“현재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전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졸업생 수만 많이 배출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죠. 한층 업그레이드된 엔지니어를 키우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엔 미국의 공학인증제가 도입돼 우리나라의 공학교육이 질적으로 향상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으로 인원수는 줄이고 교육의 질을 높여 우수한 공학인재를 선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현장에서 공학교육을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서, 한화택 교수는 앞으로 공학도들이 보다 유연하고 다원화된 사고를 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실용적인 공학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여름 학교의 지원을 받아 학부생들과 함께한 미국의 연구기관 탐방을 예로 들며, 학생들이 산지식을 접하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 2007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된 한화택 교수의 책.  ⓒ
“공대생들이 그동안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에 길들여져, 창의성은 커녕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조차 서툴렀던 것이 사실입니다. 공대생들끼리는 말과 글 대신 수식과 그래프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말도 있죠. 앞으로는 이런 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언어적 표현이나 사회철학적 사유가 함께하는 공학교육이 제도를 통해 보완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르네상스 3대 발명품인 나침반과 종이, 화약을 이야기하며 앞으로는 소통이 과학 뿐 아니라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중요한 의미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침반은 해상교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계기가 됐고, 종이는 과거의 지식을 시간축 건너 미래로 전달해 주는 수단이었으며, 화약은 전쟁(문명의 충돌)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습니다. 앞으로는 인터넷이나 휴대폰 같은 디지털 기기가 사회의 소통을 주도할 것이고, 그 중심축엔 '소통과 창조의 과학'인 공학이 자리할 것입니다.”
/이현화  yyunaa@ksf.or.kr


2007.12.04 ⓒScience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