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는 답, ‘책 읽는 나라가 앞서간다.’
올 여름 어느 날, 모 일간지에 ‘러시아가 국민독서 운동에 나섰다.’는 칼럼이
실렸다.
공산주의 붕괴 전, 국민 독서시간이 일주일 평균 12시간이었던 것이 요즘에
7.1시간으로 줄었다며 청소년들에게 ‘TV를 끄고 책을 읽자’고 호소하고 있다
는 내용이다.
2005년 일본은 '문자활자진흥법‘을 공포하여 국민들에게 책을 읽게 만들고
자하는 국가적인 의지를 표현하였다.
몇 년 전에 시작한 ’아침독서 운동‘에 참여하는 학교가 2만 여개를 넘는다고 한다.
재미 교육학자인 김성혜 교수가 쓴 ‘독서, 사람을 키우는 힘’이라는 책에도
이런 내용이 나타나 있다.
미국 중산층 이상 가정의 자녀교육은 ‘독서’에 집중되어 있으며, 아주 어렸을
적부터 독서습관을 잡아주기 위하여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한살 이전의 아이와 부모들에게 책을 무료로 나눠주고, 독서관련 부모교육을
열며, 지역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권유하는 ‘북스타트(Bookstart) 운동’을
펼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나라들이 세계 역사를 이끌어 왔다는 사실이다.
‘책 읽는 국민’을 만들기 위해 이렇듯 세상이 온통 난리인데, 평균 독서시간이
러시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우리만 태평이다.
우리의 독서현실은 어떠한가?
유엔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독서량은 한 달 0.8권이며, 가구당 한 달 평균
책 구입비용이 8,000원 미만이고, 책 읽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인터넷과
게임에 할애하는 시간은 크게 늘어났다는 또 다른 통계도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부모들의 인식 변화로 영·유아기 독서가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으며, 책을 많이 읽는 어린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아이들이 커가면서 대부분의 부모들이 학원수강 등을 이유로
독서를 멀리하기 때문에 ‘독서독립’이 되기 전에 그만 둬버리는 경우가 많다.
중·고교 학생들도 이보다 나을 리 없다.
사람은 잘하는 것을 좋아 한다.
어느 연구소에서 비교적 장기간의 연구를 통해 어휘력, 이해력이 낮은 학생들이
책 읽기를 싫어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들 학생들은 책
읽기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잘 읽지 못하는 것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모르는 어휘가 너무 많아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관련 내용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재미있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책을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책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책에 대한 흥미(독서흥미)를 불러 일으켜주고, 흥미를 갖고 책을 열심히
읽다보면 독서능력(이해력, 어휘력 등)이 발달되어 책을 빠르게 읽으며,
바르게 이해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런 과정을 일찍부터 오랜 시간을 두고 해야 책을 좋아하게 된다. 잘하면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면 잘 할 수 있게 된다.
학습이 독서고, 독서가 학습이다.
‘책은 인간의 기억능력과 상상능력의 결정체다.’라는 말처럼 책은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을 담아 둔 것이고, 이것을 읽어내고, 이해하는 능력이 학습능력이라는
것에 동감 할 것이다. 이처럼 책을 읽어 이해한다는 것과 공부를 한다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영어, 수학, 과학, 사회를 비롯한 모든 교과목을 공부할 때
‘읽기(독서)능력’은 매우 중요한 기본 능력이 된다.
최근의 수능시험문제는 지문을 포함하여 매우 긴 문제들이 출제된다.
이런 수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빠르게 읽어내고, 내용을 잘
이해하는 능력(독서능력) 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절대적이다.
방법을 찾자. 모두가 나서자.
2006년 12월 28일 공포된 ‘독서문화진흥법’이 2007년 4월 5일부터 시행되었다.
독서에 대한 국가적인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서울시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에서도 독서에 관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서울시특별시교육청에서도
‘독서·글쓰기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모두 환영할 일이다. 이와 같이 국가·
사회적으로 독서에 대한 관심이 커져 가고 있는 이때가 기회다.
모두가 나서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책 읽는 시간을 마련하여 주자.
독서와 관련된 과목도 없고, 책 읽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독서교육
(독서지도)을 열심히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아침 시간이든, 정규 교과 시간이든
의도적으로 노력하여 읽을 시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국가적으로는 독서관련 과목을 편성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는 것도 매우 좋은
방안이다. 학교에서는 재량활동 시간을 비롯한 정규시간에 시간을 편성하여
정기적인 ‘책 읽는 시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독서 환경을 갖춰주자.
좋은 책을 마련하여 주는 것이 최상의 독서지도다. ‘읽고 싶은 마음(독서흥미)’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책만 있어도 아이들 손에 책이 들려 질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 현재 거의 모든 학교에 도서관이 갖춰졌으나 아직도 맘껏 책을
골라서 읽을 정도로 책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학교도서관에도, 학교의 곳곳에도, 교실 안에도 더 많은 책들이 갖춰진다면
더욱 쉽게 책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정의 책은 더욱 중요하다.
책은 차고 넘칠 정도로 충분해야 한다.
또,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관심을 놓지 말자.
책을 혼자 읽는다는 것 자체가 두려움 일수도 있다. 어른들이 함께 손을 잡고
이끌어주어야 한다. 독서능력은 나이와 꼭 맞지 않는다. 독서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면 초등학교 고학년은 물론 상급학교 학생들도 어른들의 도움과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스스로 책을 찾아서 읽는 수준(독서독립)’이 될 때까지 좋은 책을 권하고,
읽어주며, 소개해 주는 일을 멈추면 안 된다.
책 속에 길이 있다. 그길로 가자!
동서고금을 통해 최고로 꼽히는 교육방법이 바로 ‘독서’다. 모두가 알고 있는
답이요 길이다. 아이(학생)들을 바르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집 짓는 일에
비유한다면, 독서는 기초공사이자 기둥 세우기이다.
나머지 일들은 집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에 불과하다. 튼튼하고 아름다운
집을 지을 것인가? 아름답기 위해 부실한 집을 지을 것인가?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할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하지만 이제까지 몰라서 못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답을 이미 알고 있었고,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고 있었다.
다만, 실천을 하고 있지 않았을 뿐이다.
바로 지금이 시작할 때다. 그렇게 생각하고 시작하자. 책과 읽을 시간을
마련해 주고, 때론 책을 읽어 주면서 기다려 보자.
콩나물에 물주는 마음으로 기다려 보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속살이
뽀얗게 차고, 키가 쑥쑥 자란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함께 나서자. 그리고 힘차게 발걸음을 내 딛자. 넓고 확 트인 길,
그길로 가자!
이 가을,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