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7.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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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캠프마다 고질적 청년 실업 해소 처방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취업 연령대의 우리 청년들은 ‘보통 한국 사람’으로서의 첫 발을 백수로 내디딜 가능성이 높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들은 일하고 싶어 한다. 일을 해야 산다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다.
‘누구나 하고 싶어 하지만, 모두들 싫어하고, 아무나 하지 못하는’이라는 솔직한 부제가 달린 이 책은 1970 년대 미국 사회에서의 일과 인간에 대한 보고서다. 모든 것이 지금보다 훨씬 더디게 가는 때였다. 그러나 삶의 현장이 치열한 건 마찬가지다.
책은 당시를 사회사적인 메스로 해부한다. 언론인이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133명의 보통 사람을 일일이 인터뷰해 이를 근거로 쓴 책이다. 농부, 광부, 전화 교환원, 광고업자, 청소부, 경찰, 프로 운동 선수, 전업 주부, 연금 생활자, 무덤 파는 인부, 신부 등 각양각색의 직업인은 물론 매춘부까지 포함시켰다.
“미국 사회에서는 모든 여자가 창녀나 마찬가지예요. 저는 남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일종의 사업가이지, 제 기술로 종신 계약을 맺은 사람이 아니에요.” 10대에 매춘을 시작, 맨해튼의 고급 콜걸로 있다 길거리의 여인으로 전락한 어떤 매춘부의 말이다. “항상 섹스하기 전에 돈을 요구했어요. 옷을 다 벗기 전에 도망칠 수 있으면 도망쳤어요.”
일상의 내면은 더디며, 때로 비루하다. 잡지 ‘뉴요커’의 영화 평론가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지루한 일을 억지로 할 때는 하루종일 두통에 시달렸죠. 하루가 끝날 때면 토할 것 같았어요”라고 털어 놓았다.
어느 홍보맨은 “편집자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부끄러울 수도 있습니다. 부탁을 거절당하면 당황스럽고 짜증난다”고 말했다.
발로 쓴 책이지만, 그 결은 여느 문학 작품 못지않게 섬세하다. 보통 사람들이 세상 살면서 신체는 물론 영혼까지 이르는 폭력을 세세히 들여다보는 작자의 시선 때문 이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본질적으로 폭력에 대한 책”이라고 스스로 정의하며 독자들의 주의를 요청했다.
작가ㆍ역사가ㆍ방송인 등 다양한 목소리를 갖고 있는 저자는 원래 구술 자료에서 민중의 역사를 재 구성해 내는 것이 장기다.
2005년 93세로 세상을 뜨기까지 그는 ‘재즈, 매혹과 열정의 연대기’ ‘선한 전쟁’ 등의 저작으로 국가 인문 학 대통령훈장 등을 수여했다. 800쪽을 웃도는 부피는 물론이거니와, 133개의 인생이라는 방대한 텍스트를 요리해 가는 솜씨는 타인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전범으로 삼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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