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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영재교육

“노키아는 미래위원회의 작품”

“노키아는 미래위원회의 작품” 마리아 티우라 위원장(2)
미래학자에게 듣는다(9)

휴대폰 하나로 세상을 호령하고 있는 핀란드의 노키아는 통나무를 베어 팔아 장사하던 목재상에 불과했다. 아일랜드는 이렇다 할 자원 하나 없어 젊은이들은 돈 벌기 위해 틈만 나면 미국이나 유럽으로 밀항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현재 그들은 IT 강국으로, 또 강소국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미래를 위해 전략을 짠 정부의 안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로봇의 탄생, 나노기술의 등장, 생명과학의 탄생은 제3의 물결을 예견한 엘빈 토플러와 같은 미래학자들의 예측이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과 미래학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의미에서 ‘미래학자에게 듣는다’ 코너를 마련했다. 세 번째로 핀란드 의회의 미래위원회 마리아 티우라(Marja Tiura)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나누어 싣는다. [편집자 註]


“1인당 GDP 4만 달러를 넘어”

▲ 티우라 위원장은 핀란드 미래정책의 중심에 서 있는 정치인이다.  ⓒ
핀란드 울창한 산림으로 덮여 있다. 커다란 자원이다. 그러나 목재 이외에는 이렇다 할 부존자원이 없다. 천연자원이 없다는 차원에서 보자면 한국도 마찬가지다. 인구가 국력과 직결된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핀란드 인구는 고작 520만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부산시 인구를 크게 넘지 못한다.

그러나 핀란드는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남들이 부러워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경쟁력 평가에서 세계 1위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4만 달러에 달한다. 그것도 미국이나 우리처럼 빈부 차이가 극심한 가운데 나오는 개인당 국민소득이 아니다. 부가 골고루 나누어진 복지국가다. 그래서 더더욱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핀란드 남쪽, 수도 헬싱키와 인접해 있는 에스푸(Espoo) 에뫼코스키(Emokoski) 강 언덕에는 휴대폰 하나로 세상을 호령하는 노키아 본사 노키아 하우스(Nokia House)가 자리를 틀고 있다. 이 곳 주민들은 옛날부터 이 강 언덕을 노키아라고 불렀다. 또 노키아 강(Nokianvirta)이라고도 불렀다.

노키아는 담비의 이름

노키아는 강 언덕에 자주 나타나는 검은 털로 뒤덮인 짐승의 이름으로 담비의 일종이다. 그래서 노키아 본사가 위치한 이 곳을 노키아 언덕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핀란드의 신화를 일구어 낸 노키아에 대한 연구가 많다. 노키아의 경영방법을 비롯해 조직, 마케팅 등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노키아를 해부하는 데 있어서 지금의 노키아로 키운 핀란드 의회 미래위원회의 역할을 간과할 수는 없다.

노키아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미래상임위원회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미래위원회를 알지 못한 채 노키아에 덤벼드는 것은 숲은 보지 않고 나무에만 매달리는 격이다. 노키아가 세계 최대 IT업체로 성장하게 된 뒤에는 미래를 내다 본 미래위원회의 공적을 빼놓을 수 없다. 노키아의 일등 공신은 미래위원회다.

▲ 핀란드 미래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주역들. 앞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티우라 위원장이다.  ⓒ
우리는 한 기업체가 세계의 유수 기업체로 성장하기까지 고군분투한 설립자의 영웅적인 이야기에 익숙해져 있다. 창업자의 눈물겨운 파란만장한 이야기에서부터 대를 이은 CEO들의 과감하고 용기 있는 결단, 개혁, 그리고 무자비한 구조조정 단행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때로는 젊은 대학생들의 벤처정신에 대해서도 익숙해져 있다. 소위 실리콘밸리의 ‘악동’들이 일구어 낸 모험정신들이다. 그러나 오늘날 노키아의 성공은 창업자의 눈물과 고난, 그리고 대를 이은 후계자들의 결단 덕이 아니다. 핀란드 미래위원회의 미래를 내다본 안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래위원회의 결단과 개혁이 노키아 신화를 만들어냈다.

“노키아는 창업주에 의해 성공한 기업이 아니다”

“노키아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꼭 핀란드의 미래위원회를 연구하고 넘어갑니다. 미래위원회는 핀란드의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중심에 있습니다. 핀란드 정부의 모든 정책은 미래위원회의 미래보고서를 기반으로 결정됩니다.

노키아의 성공을 둘러싼 미래위원회의 이야기는 밤새도록 해도 끝나지 않을 겁니다. 노키아는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기업체가 아닙니다. 그러나 재정적인 문제와 여러 곳에 발을 디뎌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노키아 문제를 해결하고 IT에만 전념케 한 것은 미래위원회가 제기한 미래연구를 정부가 실행에 옮겼기 때문입니다.”

본지와 만나 2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눈 마리아 티우라 미래위원회 위원장은 “비단 노키아뿐만 아니라 핀란드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된 이면에 미래위원회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미래연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없이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티우라 위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IT 이후를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미래연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노키아는 그저 평범한 중소기업으로 전락했을지 모릅니다. 아닙니다. 중소기업 정도가 아니라 외국에 이미 팔렸거나 파산해서 없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발전소, 전자, 펄프 등 여러 곳에 문어발식 투자만 해놓고 벌어 들이는 돈은 없었습니다. 빚더미에 시달리기만 했으니까 말입니다.”

“노키아는 핀란드 경제의 핵”

IT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노키아는 2006년 현재 세계 이동통신 전화(휴대폰) 시장의 35%를 점하고 있다. 그 뒤를 모토롤라와 에릭슨이 나란히 추격하고 있다. 그러나 노키아 신화를 따라잡기에는 요원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오히려 노키아의 공격에 의해 시장잠식을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작은 나라의 거대한 기업(a big company in a small country) 노키아가 핀란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GDP 성장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핀란드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으며, 고용효과 면에서 본다면 전체 고용인구의 1%를 점하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 종사하는 전체 고용인구 가운데는 5%를 차지한다. 핀란드 전체인구 520만 명을 고려한다면 노키아가 미치는 고용효과는 대단하다. 또한 노키아에 납품하는 수백 개의 중소부품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노키아는 그야말로 핀란드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노키아 없는 핀란드는 생각할 수 없어”

이뿐만이 아니다. 신기술 생산에서 중요한 연구개발(R&D) 투자에도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 핀란드가 사업분야(business sector)에 투자하는 전체 R&D 가운데 노키아가 차지하는 비용은 무려 35%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노키아가 핀란드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놀랍다. 노키아 없는 핀란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오늘날 그러한 노키아가 성장하기까지 일등공신은 바로 미래위원회다. “목재회사였던 노키아는 다양한 제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고무회사, 케이블 회사, 발전사업 등에 손을 댔으나 재미를 본 것은 거의 없었죠. 10개 이상의 사업을 벌이면서 그저 재정적인 손실만 가득 안고 있었습니다.

▲ 에스푸 강변에 자리잡고 노키아 본사. 1천여명이 상주하고 있다.  ⓒ
더 이상 버틸 재간도 없었고 외국에 매각될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미래위원회는 여러 가지 미래연구를 통해 핀란드 정부에 노키아가 모든 분야에서 손을 떼고 정리해서 앞으로 유망산업으로 인정되는 IT산업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도울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집중과 선택. 노키아를 키운 미래상임위원회의 안목이었고 결단이었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으로 노키아를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키운 것이다. 장기적인 국가전략을 수립하는 국가 차원의 미래전략기구 미래위원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에는 ‘북유럽의 병자’로 심각한 경제위기

1990년 초만 하더라도 핀란드는 ‘북유럽의 병자’라고 불릴 정도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져 있었다. 더 이상 세계가 부러워하는 사회복지의 천국이 아니었다. 복지국가 ‘북구 3국’, ‘스칸디나비아 3국’이 아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정치인 티우라 위원장은 너무나 할말이 많다. 그녀의 부친도 핀란드의 유명한 정치인이었다.

“사회복지는 국가경쟁력이 전제됐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핀란드는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라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경쟁력이 상실됐을 때는 결코 복지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티우라 위원장의 이야기는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는 복지대책은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무작정 추진하는 복지대책에도 무거운 함정이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복지를 정부의 최대 정책으로 실시해 온 핀란드의 과거에 대해서 교훈을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복지에서 경쟁력이 나와야 합니다. 경쟁력을 통해 복지를 국민에게 선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1990년대 핀란드가 배운 최대의 교훈입니다. 복지와 국민 개개인의 경쟁력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펼 줄 알아야 합니다.”

▲ 노키아의 신화는 계속되고 있다. 노키아 N시리즈 가운데 최신 제품인 N93.  ⓒ
경제가 침체에 빠졌을 때, 이러한 불리한 여건 아래서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원동력은 바로 미래위원회다. 과감하게 정보통신산업 기술 개발에 국력을 집중했다. 노키아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 산업은 핀란드 경제위기 돌파의 1등 공신이 됐다. 그리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로 다시 탄생했다.

“이제 IT 이후를 걱정할 줄 알아야”

미래학자 티우라 위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은 핀란드처럼 IT산업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나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조업의 시대가 점차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IT분야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 추세가 한풀 꺾인 게 사실입니다. 이제 IT 이후 새롭게 먹고 살 기술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래연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저는 핀란드와 한국 모두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연구는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나라보다 우리에게 더 필요한 연구입니다. 그들은 자원도 많습니다. 땅덩어리도 너무 큽니다. 별 걱정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미래연구에 앞장서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 차원의 미래전략기구도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볼 때 한국과 핀란드가 긴밀히 협력해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우리 위원들(미래위원화 소속)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미래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티우라 위원장은 차기 수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정치인이다. 이는 핀란드의 미래위원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여성의 정치참여 역시 활발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티우라 위원장에 따르면, 핀란드 의회 3분의 2가 여성이다. 여성 국회의원이 3분의 2라는 이야기다.(계속)

[참고문헌]
미래예측 워크숍: (사) 유엔미래포럼
Innovate Magazine
The Nokia Revolution: The story of an Extraordinary company that Transformed an Industry by Dan Steinbock
Nokia: The Inside Story by Martii Haikio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2007.12.03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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