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문화 확대경 (112) | ||||
![]()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실험’ 교육이다. 실험을 통해 자연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과학 교육에서 탐구와 실험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일 수밖에 없다. 좋은 과학 교육을 위해서는 탐구와 실험을 충분히 강조할 수밖에 없다. 탐구와 실험이 전부는 아니다 그렇다고 과학교육이 탐구 활동과 실험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탐구 능력은 학생들이 관찰한 자연 현상에서 나름대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기회를 충분히 가져야만 길러진다. 그런데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탐구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정형화된 방법이 없다. 무작정 정형화된 탐구 활동을 반복한다고 탐구 능력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자칫하면 그런 탐구 활동이 학생들의 진정한 탐구 능력을 길러주기는커녕 독창적인 사고 능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런 뜻에서 요즘 과학 교과서에 소개된 탐구 활동은 심각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오늘날 가르치고 있는 과학적 원리가 발견되었던 과정을 반복한다고 탐구 능력이 길러지는 것도 아니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은 당시 과학자들이 알고 있던 과학 지식과는 크게 다르다. 더욱이 과거의 과학자들이 그런 원리를 밝혀낸 과정이 가장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과정은 과학사를 위해서 중요할 수 있겠지만, 과학적 원리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과학 교육에서 실험의 역할도 분명하게 해야 한다. 과학적 탐구에서 실험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반드시 실험을 잘 해야만 과학을 잘 배울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아인슈타인이 실험에 관심을 가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모든 학생이 실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실험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실험의 내용과 방법도 과목에 따라 크게 다르다. 생물 실험과 물리 실험은 모든 면에서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그래서 과학을 배우는 학생들이 모든 과목의 실험에서 만능의 재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음악과 미술 교육에서도 실기가 전부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상식을 위한 과학 교육도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 공교육의 현실에서 모든 학생에게 탐구와 실험을 강조하는 것은 현명한 자세라고 하기 어렵다. 어차피 우리 학생의 65퍼센트가 이공계로 진학하는 것을 포기한 상황이다. 그런 학생들에게는 굳이 탐구와 실험을 강조할 이유가 없다. 탐구와 실험이 오히려 과학을 외면하게 만드는 핑계가 될 수도 있다. 탐구와 실험은 누구나 배우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 특별한 재능과 자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음악에서 악기를 다루거나 노래를 하기 위해서 특별한 재능과 자질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재능과 자질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에게 탐구와 실험을 강요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효율적일 수도 없다. 그러나 탐구와 실험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도 과학 상식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런 지식을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탐구와 실험 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도 충분한 과학 상식을 근거로 논리적인 사고(思考)를 하는 방법은 배워야만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과 같은 과학기술 시대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에게 그런 능력은 반드시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기 때문이다. 과학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과학자 양성에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유능한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학 교육의 핵심 목표가 되어야 한다. 유능한 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과학 교육을 모든 학생에게 요구할 수는 없다. 과학자의 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과학 교육과 일반 학생들에게 필요한 과학 교육을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전문 음악가와 미술가를 양성하는 교육이 따로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우리 과학 교육이 실패하고 있는 이유도 그런 구분을 포기하고 모두에게 과학자에게나 필요한 탐구과 실험을 강조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 ||||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duckhwan@sogang.ac.kr | ||||
2007.11.12 ⓒScience Times |
'정책 > 영재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뇌 (0) | 2007.12.02 |
---|---|
함수 (5회) - 함수 관계 (0) | 2007.11.18 |
요미우리 신문 2006년 4월 8일(토) 12면 (0) | 2007.11.04 |
Seoul starts gifted scheme for students (0) | 2007.11.04 |
천재 소년 송유근, 중국 천재 만나 미래 컴퓨터를 논하다 (0) | 2007.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