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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책 읽기

<책 이야기>지도로 보는 세계분쟁

 
2006년 12월 18일
http://afrivoices.egloos.com/698285 
 
 

지난 2005년 13일에 우즈베키스탄 동부 안디잔에서 시위가 발생하자 이에 대한 정부의 유혈 진압이 각종 매스컴 보도 내용의 화두가 되었다. 시위는 점차 확산되어 국경도시인 카라수 시민들의 봉기를 이끌어 냈고, 현재 우즈베키스탄 내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언론에서는 현상에 대한 표면적인 정보를 제공해 국제적 이슈의 전반적인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깊은 분석을 내어놓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는 비단 우즈베키스탄의 사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라크, 쿠르드족,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등은 언론의 보도로 인해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이미 인식한 상태지만, 그 분쟁의 뿌리 깊은 악순환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정보만 제공될 뿐이다. 만약 이 책을 접하지 못했더라면 나도 역시 일률적으로 제공되는 정보에만 의존하고 개인적 견해를 생성하지도 못한 채, 수동적 자세로 정보를 흡수했을 것이다. 또한 피상적 정보만을 가지고 자의적인 해석을 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이 책을 읽고 난 뒤 다양한 분쟁들의 근원적인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고, 신문에서 접하게 되는 국제적 이슈들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세심하게 관찰하는 태도를 함양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에서는 분쟁 지역을 지도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방대한 양의 자료들이 탁상공론에 머무르지 않도록 배려를 한 점이 돋보인다. 내가 다섯 권의 필독서 중 이 책을 고집하게 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여기서는 세계 분쟁을 크게 일곱 장으로 나누어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현대 분쟁의 정체, 서로를 미워하는 민족 분쟁, 종교가 원인이 된 분쟁, 영토와 이권이 걸린 분쟁, 내전 상태인 나라와 지역, 테러리스트와 게릴라의 온상, 위험과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 이렇게 일곱 분야에서 분쟁의 원천을 개괄한다. 지금부터는 책의 순서에 따르지 않고, 이 책을 보고 느낀 점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인류의 전쟁사(戰爭史)


20세기는 ‘전쟁의 세기’라고 불린다. 1904년에 벌어진 러일전쟁을 시작으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쳐 지역 분쟁과 민족 분쟁에 이르기까지 최근 100년 동안 전쟁 또는 분쟁이 발생하지 않은 해는 없었다. 이 책에서 제공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총 사망자의 수가 853만 명, 제 2차 세계대전 총 사망자의 수가 3,544만 명에 이른다. 이 중 WWⅡ 사망자의 비율에서 민간인이 반을 차지한다고 하니 ‘희생자는 언제나민간인’이라는 저자의 말에 통감할 수밖에 없게 된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개념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 같다. 흔히 사람들은 전쟁, 분쟁, 테러의 개념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수많은 무리수에서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전쟁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직접적인 폭력 행사’이고, 분쟁은 ‘국가 내부에서 민족과 민족 또는 종교와 종교 사이에 벌어진 직접적인 폭력 행사’이며, 테러는 ‘개인 또는 조직의 소규모 무력 행사’를 뜻한다고 명확히 정의내리고 있다. 명쾌한 해석이다. 이 해석에 의하면 세계에서 끊이지 않는 유혈 사태들을 전쟁, 분쟁 그리고 테러로 각각 분류하여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하다. 어쨌든 내가 인류의 전쟁사에서 밝히고 싶은 요지는 “누가?”, “왜?”라는 두 가지의 질문 사항이다. 누가 전쟁을 일으키는 것일까? 그렇다면 왜 일어나는 것일까? 다양한 해석이 공존하지만 여기서는 크게 민족 및 종교의 이질성, 영토와 이권을 둘러싼 갈등 등을 전쟁 발발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함정이 숨어 있다. 바로 강대국의 양면성이다. 독일을 제외한 상위 5개 무기 수출국(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독일)이 모두 유엔 상임이사국이다. 한편으로는 평화를 결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권을 위해 무기를 파는 상인의 이중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사례로 미국을 들 수 있다. 책을 읽고 난 뒤 미국의 사례에 대해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해 본 결과, 미국의 몇 가지 모순을 지적할 수 있었다. 미국은 전 세계 무기 수출액의 50%를 차지하는 수출 대국이다. 군수산업(이 중에서도 군수물자 수출을 지칭)이 미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군수산업은  실업률을 낮추는 데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전 세계에 군비 시설 및 군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에서 전 세계 각지에 파견한 미군의 수(주한미군의 수만 해도 1만 명을 웃돈다)를 감안한다면 군수산업이 일자리 창출에 상당한 효과를 미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인류의 전쟁사에서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양면성으로 인해 선진국은 ‘무기’라는 인풋을 생산해내고 ‘전쟁’이라는 아웃풋을 도출해 내며, 이를 다시 중재한다는 명목 아래 지배 구조를 확고히 다지는 악순환을 반복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연결 고리와 함께 대량살상무기(WMD)와 핵무기의 확산 및 지뢰 매설 문제로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열강의 식민지 정책이 부른 재앙


모두에 언급했듯이 분쟁은 한 가지 이유에 국한되어 일어나지 않는다. 민족․종교․이권 등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들이 맞물려 발생한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이 모든 요인들을 하나의 큰 범주 안에 아우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열강의 식민지 정책의 폐해라는 범주 안에서다. 우선, 책에서 민족 분쟁이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 국가로 언급한 곳은 인도네시아, 미얀마, 부탄, 아프가니스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그루지야, 터키, 키프로스, 코르시카, 스페인, 발칸 반도, 멕시코 등 13개 지역이다. 이 중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한 동티모르는 16세기에 포르투갈이 티모르 섬을 정복한 이래, 17세기에는 네덜란드, 18세기에는 다시 포르투갈에 점령당하면서 수난을 겪었다. 오랜 식민지 지배로 인해 주민 대부분이 포르투갈어를 사용하고 인구의 99.1%가 기독교도다.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종교적 대립을 겪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민족적 대립은 미얀마에서도 나타난다. 미얀마에는 130여 개 소수민족이 있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이 미얀마의 중심 민족인 버마족(인구의 약 70%)과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은 식민지 시대에 영국이 소수민족을 우대한 데에서 비롯되었다. 영국이 버마를 통치하기 위해 카렌족을 중심으로 한 소수민족들을 군인 및 경찰관으로 다수 등용했기 때문이다. ‘버림받은 나라’라고 불리는 아프가니스탄은 근대(1880년)에 들어 영국의 보호령이 되었다가 소련의 침공을 받는 등 전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서구 열강들의 침략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무장 게릴라 조직인 무자헤딘, 알 카에다, 탈레반 세력 그리고 오사마 빈 라덴을 탄생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다. 이밖에도 부탄, 터키, 스페인, 멕시코 등 4개국을 제외하면 키프로스와 코르시카는 각각 영국, 프랑스의 지배를 받다가 독립한 이후로도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또한 아르메니아와 아르제바이잔, 우즈베키스탄, 그루지야, 발칸 반도는 구 소련의 실질적인 지배를 받았거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있었던 나라들로 소련이 해체된 후에도 역시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이처럼 열강이 자국의 이권 및 세력 확장을 위해 선택했던 식민지 정책은 문화 혼합 및 융화로 인해 또 다른 문화를 형성하게 했고, 더 나아가서는 민족․종교의 이질성을 고착화하여 대립과 갈등의 실마리를 제공한 형국이 되었다. 열강의 무책임한 태도로 전 세계의 약소국이 고통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강은 여전히 방관적인 자세로 사태를 바라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게다가 이제는 선진국이라는 명목 아래 개도국 및 제 3세계에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열강의 이기적 발상에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이 한문에 문외한일지라도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고사 성어만큼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복합적 요인에 근거한 분쟁의 실체


현재 세계에는 200개가 넘는 국가가 존재하는데, 민족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현재의 국가와 민족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민족을 식별하는 가장 큰 지표는 언어라고 할 수 있는데, 언어의 차이는 차별을 낳기 쉽다. 이 책에 따르면 전 세계에 남아 있는 언어가 6,800종이라고 하니, 200여 개의 한정된 국가 안에 언어의 이질성으로 인해 생겨나는 민족간의 대립이 얼마나 심각할지 대충 짐작이 된다. 민족 분쟁은 앞서 서구 열강의 식민지 정책을 논하면서 언급했기에, 언급하지 않았던 부탄, 터키, 스페인, 멕시코의 분쟁에 대해 개괄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부탄 국민의 60%는 티베트계 인종인 부탄인이다. 이들은 라마교를 신봉하며 주요 언어는 종카어다. 이밖에 남부를 중심으로 소수민족인 네팔인이 거주한다. 이들은 힌두교도이며 네팔어를 사용한다. 부탄이 안고 있는 민족 문제는 바로 이 네팔계 주민들의 난민화다. 문화가 다른 네팔계 주민의 증가에 위기감을 느낀 부탄 정부가 1989년에 소수민족을 배척하는 정책을 채용하자 네팔계 주민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며 분쟁이 확산되었다. 나라가 없는 민족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로 쿠르드족은 대부분 터키 동부에 살며, 나머지는 주로 이라크와 이란 등지에서 살고 있다. 쿠르드족의 역사는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에 의해 약 18만 명이 학살당하고, 터키의 동화 정책으로 민족의식에 위협을 느끼는 등 타 민족의 지배를 받는 종속과 수난의 연속이었다. 스페인 내에서는 바스크와 카탈루냐 두 지방과 스페인 간의 갈등의 골이 깊다. 19세기 전반까지 바스크 지방은 다른 나라에 정복된 적이 없었다가 스페인의 일개 행정구역으로 전락하고 비 바스크인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자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카탈루냐 지방 역시 바스크와 마찬가지로 이민자가 유입되면서 민족의식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분리 독립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그러나 그 독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한다. 멕시코의 인구 구성은 스페인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계가 15%, 유럽계와 원주민의 혼혈이 60%, 원주민이 25% 정도다.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멕시코의 원주민들 역시 스페인이 침공한 이래 차별을 받으며 경제적 차별을 받아왔다. 이와 같이 민족 분쟁은 민족적 개념에 근거한 의식과 함께 사회적 차별을 받은 것이 도화선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여겨진다.

종교 문제도 복합적 요인 중의 하나를 차지한다. 종교 분쟁이 가장 심각한 국가로는 인도가 대표적이다. 인도에는 힌두교(82%) 외에 이슬람교(12%), 시크교(2%), 불교(1%) 등 다양한 종교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가운데 시크교도는 펀자브 지역을 중심으로 자치권 요구를 강화하며 인도 정부와 마찰을 빚어 왔다. 이는 시크교의 교의가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비판적으로 수용한 뒤 통합한 결과, 종교적 배타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힌두교 대 이슬람교의 대결구도도 뿌리 깊다. 이슬람교도가 다수의 힌두교도가 탄 열차를 방화하는가 하면 힌두교도가 이슬람 사원을 파괴하는 등 종교 폭동이 점차 확산되어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1947년에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국에서 분리 독립한 직접적인 원인도 역시 종교와 민족 문제 때문이었다. 스리랑카에서는 불교도 대 힌두교도의 대립이 심각하다. 스리랑카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민족은 신할리족으로, 총인구의 74%를 차지하며, 이들은 소승불교를 신봉한다. 한편, 스리랑카의 소수민족 가운데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타밀족은 전체 인구의 18%로 신할리족의 4분의 1에 불과하며 힌두교를 신봉한다. 이질적인 종교와 민족 문제로 대립이 격화되고, 게릴라 조직인 ‘타밀 엘람 해방 호랑이’(LTTE)까지  등장하면서 스리랑카에서는 테러가 자행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필리핀에서의 가톨릭과 이슬람의 대립, 이슬람 수니파인 이라크와 시아파인 이란의 8년 동안 계속된 전쟁, 북아일랜드의 가톨릭과 개신교의 대립 등은 인류 역사에 치명적인 상처들을 남겼다. 종교가 원인이 된 분쟁들을 살펴본 결과, 한 가지 특이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수많은 지역에서의 종교 분쟁 가운데 알 카에다, 헤즈볼라 등 과격한 테러 조직들의 구호는 모두 이슬람원리주의였고, 대부분 주(主)가 되지 못하고 부수적 위치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것도 이슬람교도였다. 개인적으로 개신교라는 종교적 선입견을 갖지 않고 현상을 바라본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참 흥미롭다. 덧붙여 궁금한 점은 이슬람교의 성전인 코란의 내용이다. 불교에서는 살생을 금지하고 자비를 강조하는 불경의 원리에 입각하고, 기독교 역시 살인하지 말 것을 가르치며 사랑의 실천을 중요시하는 데, 왜 유독 이슬람교에서는 살인을 방조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지 의문이다. 코란에서 어떤 가르침을 설파하기에 이슬람교도가 그토록 신봉하는지, 이슬람 원리주의의 내용에 따라 테러를 감행하는 것인지, 이슬람교에서는 무차별 학살을 허용하고 있는지 등에 관해 매우 궁금하다. 책을 읽으면서 의문점이 생겼으니 앞으로는 이를 해결하는 일만이 남아 있다.

복합적 요인에는 영토와 이권 문제도 포함된다. 중국과 타이완, 파키스탄 등의 사례가 있는데 평소에 인식하고 있던 문제들이라 나에게 새로운 사안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역시 도표 및 지도로 된 시각적 설명을 보니 훨씬 더 이해가 빠르고 기억에 남는 이점이 있어 만족스러웠다.


소외된 자들의 고독한 외침


중점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소외된 자들에 대한 문제도 칼럼 지면을 통해 간략히 소개되어 있었다. 내가 여기서 지칭하는 소외된 자들이란 원주민, 소수 민족, 이민족 등을 일컫는 말이다. 소수 민족 문제는 민족 분쟁을 논하면서 언급되었기 때문에 부가적인 해석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 생략하겠다. 그러나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소수 민족에 대한 차별 정책이 분명히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례로 내가 작년 태국에 갔을 때 카렌족, 아카족 등의 산족 마을을 방문하면서 그들에 대한 태국 정부의 차별 정책을 몸소 체험한 적이 있다. 비록 태국의 다수를 이루는 타이족을 제외한 소수 민족에 대한 차별 정책이 미미하긴 하나 암묵적으로 시행되고 있었고, 현지인들은 그러한 사실을 내게 직접 구두로 증언했다.

다음으로 원주민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지면에 소개된 원주민 문제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인 애보리진과 일본의 아이누인에 대한 정책이다. 영국은 1788년에 원주민과 협의도 하지 않고 오스트레일리아를 식민지로 선언한 이후 토지 수탈과 학대, 차별, 전통적 생활의 파괴로 인해 애보리진 인구가급감했다. 1900년대에 들어서는 애보리진의 어린이 약 10만 명을 백인 가정에 강제로 입양시키는 문화 말살 정책이 실시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 정책을 통해 그곳 원주민인 아이누인의 토지를 수탈하고 그들을 강제 이주시켰으며 법률적으로 신분 차별을 했다. 원주민 문제가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우선, 정복자가 원주민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아직도 차별과 편견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본다는 사실이다. 정부 당국의 자발적 반성이 없다면 원주민 문제의 해결은 멀고도 험한 여정이 될 것이다.

극우의 대두를 초래한 이민자 배척도 문제다. 프랑스에는 알제리․모로코 등 북아프리카의 사람들이, 독일에는 터키인이, 영국에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람들이 많이 유입된다. 문화와 습관, 민족이 다른 외국인의 증가는 일자리와 치안 문제를 낳았다. 그 결과 국민들은 이민족의 증가에 위협성을 느끼게 되었고, 이민자 배척이라는 구호를 외치기에 이르렀다. 특히 미국 국민들은 이질적인 집단이 팽창하는 데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 내에 이질 문화권이 출현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무조건 배척보다는 다른 방향으로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며, 이와 함께 상대주의의 관점도 요구된다.


글을 마치며…….


‘지도로 보는 세계분쟁’은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창(窓)을 마련해 주었다. 올바른 분석의 틀과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해 준 이 책을 권장해주신 교수님께 우선 감사의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다. 그러면서도 서툴고 부족한 글 솜씨로 285쪽에 달하는 분량을 다섯 장의 종이에 옮기려고 하니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에는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담고 있는데 이를 모두 다루지 못해 아쉽다. 특히 세계분쟁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테러 조직들의 양상을 심도 있게 조명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실제로 이 책을 통해 국제 테러 조직들(무자헤딘, 헤즈볼라, 알 자와히리 등)의 종류와 활동의 내막을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몰랐던 부분도 있었고, 인지하고 있던 부분도 있었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인식한 사안은 테러 조직의 수(數)적인 양뿐만 아니라 그 목적 및 활동 이력이 다양하다는 사실이었다. 민주화 혹은 독립에 대한 열망을 가진 국가 및 민족들이 많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8일 쿠웨이트에서 ‘파란색 혁명’의 성과로 이룩한 여성들의 참정권 허용을 비롯해 옛 소련 국가인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으로 탄생한 유셴코 대통령 체제, 키르기스스탄의 레몬 혁명, 그루지야의 장미 혁명 등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짐작할 수 있는 상징적 지표다. 또한 소외된 민족들의 독립 운동 역시 정치적 욕구에 대한 그들의 열망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세계는 보편적 가치에 의해서 운영된다. 모든 국가와 국민들은 잘 먹고 잘 살기를 원하고, 자유를 갈망한다. 지극히도 단순한 이 한 가지의 진리를 깨닫기 위해 세계는 지금까지 길고도 험한 희생의 여정을 감내해야만 했다.이제는 화해와 공존의 추구를 위해 모두가 협력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