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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영재교육

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83), 하비(1)


▲ 하비는 피는 심장의 펌프질에 의해 온몸으로 순환된다고 처음으로 주장했다.  ⓒ
“The heart is the household divinity which, discharging its function, nourishes, cherishes, quickens the whole body, and is indeed the foundation of life, the source of all action.”

“심장은 우리 인체에 영양을 공급하고, 몸을 보호하며 활동력을 불어 넣어 주는 일을 하는 신성한 곳이다. 그야말로 생명의 원천이며 모든 활력의 근원이다.”
-하비(1578-1657): 영국 의사, 혈액순환이론가-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은 피와 심장”

생물시간에 우리는 피가 몸 속에서 어떻게 돌아가는가? 즉 혈액순환(blood circulation)에 대해서 공부합니다. 하비(William Harvey)가 한 이야기처럼 우리 몸 오장육부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그래서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은 피입니다. 또 하비가 미처 몰랐던 사실이지만 영양분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산소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선생님은 심장과 인체를 그려놓고 혈액순환과정을 설명합니다. 좌심실→대동맥→온몸→대정맥→우심방→우심실→폐동맥→폐정맥→좌심방→좌심실. 지겹게 외워야 하는 대목입니다. 여러분에게 이렇게 외워야만 하는 지식을 전해 준 장본인이 바로 영국의 의사 하비입니다. 그러나 지겹게 한 장본인이 아니라 혈액에 의한 생명의 근원(sources of life)을 밝혀냄으로써 현대의학에 커다란 공헌을 했습니다.

사람의 장기(臟器, organs) 가운데 소중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병원에 가면 의사가 우선 청진기로 심장을 체크합니다. 응급실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심장의 박동입니다. 박동이 멈추면 사망하는 거죠. 그래서 어쨌든 심장부터 살려놓는 것이 사람을 살려놓는 겁니다. 그래서 심장은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생명과 직접 연결됩니다.

심장과 혈액순환장애로 사망하는 사람도 너무나 많이 늘고 있습니다. 우선 심장마비를 비롯해 각종 심장병으로 죽는 사람이 늘고 있고, 고혈압, 동맥경화 등 순환계 질병으로 죽는 사람도 상당히 늘고 있습니다.

혈관과 심장질환 사망자 암 다음으로 많아

2006년 통계에 따르면 사망 원인 1위는 여전히 암(27%)입니다. 그리고 그 뒤를 뇌혈관질환(12.3%), 심장질환(8.3%)이 따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혈액순환과 심장에 관련된 질병은 두 개 합쳐서 20.6%가 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점차 암을 좇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질환들은 세균에 의한 질병이 아닙니다. 암을 일으키는 세균이 있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심장이나 혈액순환장애도 세균에 의해 발생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 요즘 시중에 나오는 약 가운데 잘 팔리는 약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는 약들입니다. 소위 혈액순환개선제라는 약들입니다. 보약으로 선전하는 약들도 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심장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심장이 펌프질을 해서 나온 피는 몸 속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 분명하고 실질적인 해답을 준 사람이 하비입니다. 그래서 하비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The ‘Father of Modern Physiology’ who discovered the true nature of the circulation of the blood and of the function of the heart as a pump. 펌프로써의 심장기능과 혈액 순환과정의 진면목을 밝혀낸 ‘현대 생리학의 아버지’다.”

▲ 양을 해부해 혈액순환을 연구하는 하비의 모습을 그린 그림.  ⓒ
다시 말해서 피는 심장에서 온몸으로 뿜어져 나갔다가 다시 심장으로 돌아온다는 혈액순환의 이론을 처음으로 주장한 학자입니다. 중학생 수준이면 알다가도 남을 뻔히 아는 사실인데 그게 뭐가 그렇게 대단하냐고요?

심장이 펌프질 해서 피를 보낸다는 걸 처음으로 밝혀

최대 인터넷 사전 위키피디아는 하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William Harvey was an English medical doctor, who is credited with being the first to correctly describe, in exact detail, the properties of blood being pumped around body by the heart.”

“윌리암 하비는 영국출신의 의사다. 그는 피가 심장의 펌프질에 의해 몸을 순환한다는 내용을 처음으로 아주 정확하고 세세하게 설명해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그렇습니다. 인간을 비롯해 모든 동물의 혈액순환은 심장의 펌프질에 의한 것이라는 걸 밝혀냈고, 그것을 논문으로 냈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들 귀에 익은 입니다.

1628년에 간행된 이 논문에서 하비는 피가 심장을 중심으로 순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주장은 지난 천오백 년 동안 받아들였던 갈레노스의 생리학 이론을 뒤집은 것으로 근대 의학의 주요한 업적으로 평가 받게 됩니다. 갈레노스의 이론은 무엇이고 뭘 잘못해서 하비한테 야단맞았느냐고요?

갈레노스는 그리스로마 시대의 가장 유명한 의사입니다. 실험생리학을 확립한 학자로 해부학의 대가죠. 한때 로마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시의(侍醫)로도 활약합니다. 그리고 사람과 비슷한 영장류 아프리카 원숭이 해부를 통해 혈액의 흐름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고, 많은 책을 남겼습니다. 서양의학의 기초를 세운 학자입니다.

하비 이전까지는 간이 피를 조정한다고 믿어

하비 이전까지만 해도 피는 간에서 나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몸 속으로 이동한다고 믿었습니다. 사실 간은 사람이 어렸을 때 피를 만들어 내는 곳이기도 하지만 피가 제일 많은 곳입니다. 그래서 피의 흐름은 간에 의해서 조정된다고 믿은 거죠.

그러나 하비는 대단한 실험을 했습니다. 양의 목 동맥을 직접 잘라서 피가 솟아나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피가 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동물이든 인간이든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근육 덩어리, 즉 심장이 혈액의 흐름을 관장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남깁니다. “All we know is still infinitely less than all that remains unknown. 우리가 아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것보다 너무나 적다.” 심장의 펌프질로 인해 피가 온몸을 돌아다닌다는 주장은 당시로는 코페르니쿠스와 맞먹을 정도의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혈액의 순환은 자연의 신비”

▲ 1628년 하비가 동물의 심장과 혈액순환에 대해 쓴 논문.  ⓒ
그런 실험을 통해 느낀 하비가 남긴 말이 또 있습니다. “The examination of the bodies of animals has always been my delight, and I have thought that we might thence not only obtain an insight into the… mysteries of Nature, but there perceive a kind of image or reflex of the omnipotent Creator himself.”

동물의 신체를 조사해보는 일은 나의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그를 통해 나는 자연의 신비를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속에서 전능한 창조주 하느님의 이미지와 의도가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하비가 동물들을 죽여 실험을 하고, 그 속에서 기쁨을 얻고, 또 창조주의 의도까지 읽었다면 너무 잔인한 사람 아니냐고요? 이것은 그저 넘어갈 우스갯소리가 절대 아닙니다. 과학과 과학자의 윤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요즘 상당히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문제입니다.

인간을 위한 의학연구로 동물을 상대로 실험하는 것을 동물학대로 볼 것인가? 아니면 우리에게 이로운 고귀한 연구로 간주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더구나 의학의 발전을 위해 인간과 아주 비슷한 원숭이나 고릴라 등 영장류도 실험대에 오릅니다. 찬사를 보낼 것인가? 아니면 마구잡이로 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중요합니다. 또 평형을 갖추되, 어느 정도로 갖출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의 철학적 양심, 도덕, 종교적인 윤리 등이 포함된 문제입니다. 이는 또 논란이 되고 있는 복제(cloning)로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복제의 기본적인 출발은 인류를 위한 의학에 있습니다. 인간의 불치병이나 유전질환, 그리고 장기이식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러나 복제가 의학적 목적에서 벗어났을 때 벌어지는 상황은 심각합니다. 좀 과장되긴 했지만 영화나 TV에서 보는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습니다.

심장은 1시간에 300리터를 펌프질 해

하비는 해부학자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죽은 사람의 심장을 해부해서 심장에 작은 컵 한잔 분량인 약 3/4㎗의 피가 담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심장은 수축할 때마다 70㎤의 피를 몸으로 밀어 보내며 1분에 보통 70번에서 80번 박동합니다. 계산해보면 1분에 5ℓ의 피, 1시간에 300ℓ가 넘는 피를 내보낸다는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심장이 마치 펌프와 같이 수축 운동을 하면서 피를 온몸에 순환시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하비가 피의 순환이론을 밝힐 때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로마 시대의 의사인 갈레노스의 이론를 믿었습니다. 즉 피는 간에서 만들어져 신체의 각 부분으로 이동하면서 영양분을 공급하고는 없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당시 혈액의 움직임은 바닷물과 비슷해서 썰물과 밀물처럼 왔다 갔다 할 것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당시 갈레노스의 생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혈액의 순환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썰물과 밀물 식의 그러한 피의 움직임은 심장이 아니라 동맥, 즉 혈관이 스스로 수축하고 이완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했습니다.

갈레노스는 피가 썰물과 밀물처럼 이동한다고 믿어

▲ 1천4백년 이상 서양의학을 지배한 고대 로마의 갈레노스. 그러나 그는 피를 만들고 조절하는 기관은 간이라고 믿었다.  ⓒ
갈레노스 이후 14세기 동안 사람들은 이렇게 믿었습니다. 16세기 초 폐순환, 즉 심장과 폐 사이에 혈액이 순환한다는 생각이 몇몇 해부학자들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주장이나 이론을 제기한 학자는 없었습니다. 해부학자로 유명한 16세기 중엽의 베살리우스는 처음으로 인체해부에 대한 정확한 지식 체계를 쌓았지만, 그러나 인체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었던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해부학적 지식은 대단했지만 사람의 장기 하나하나가 어떤 기능을 해서 신체를 유지하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한 바가 없습니다. 하비의 혈액순환의 논리는 생물시간에 배운 것처럼 피가 돈다라는 단순한 개념만이 아닙니다. 장기 가운데 하나인 심장이 혈액을 펌프질 해서 인체의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설명했기 때문에 그의 이론이 대단한 것이죠.

“The heart of animals is the foundation of their life, the sovereign of everything within them, the sun of their microcosm, that upon which all growth depends, from which all power proceeds.”

“동물의 심장은 생명의 근원이며 모든 것을 관장하는 기관이다. 소세계(小世界)의 태양으로 그것(심장)을 기반으로 성장이 이루어지고, 힘도 생기는 것이다.” 사람의 기(氣)의 원천이 심장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피, 그리고 심장은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것을 세밀하고 자세히 설명한 사람이 16세기와 17세기를 살았던 하비입니다.(계속)


김형근 편집위원은 부산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코리아헤럴드와 중앙일보에서 국제부, 사회부, 산업부, 문화부 등에서 20여 년간 기자로 활동했다. 2004년 사이언스타임즈에 발을 디뎠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찾은 200여 명이 넘는 과학자와 석학들과 직접 인터뷰 했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만 30명이 넘는다. 미래학에도 관심이 많아 (사)유엔미래포럼의 미래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20여 명이 넘는 세계적인 미래학자들과 직접 만나 토론했다. 저서로는 ‘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를 정리한 <1%영어로 99%과학을 상상하다(효형출판)>가 있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2007.10.04 ⓒScience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