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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영재교육

교육도 산업인데....

  • “한국대학, 정부 규제로 세계 대학과 힘겹게 경쟁”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교수와 연세대 총장 대담

    정부, 학생 선발권 등 대학 자율성 해쳐선 안돼
    대학경쟁력 강화해야 경제발전→취업난 해결

    유류세 강화로 화석연료 줄여야 온난화 해결
    서브프라임 사태, 美 경제에 큰 영향은 없어
  • 박시영 기자= 정리 joeys7@chosun.com
    입력 : 2007.09.11 00:11 / 수정 : 2007.09.11 02:53
    • “교육도 산업입니다. 대학들은 좋은 학생을 뽑으려고 서로 경쟁합니다. 학생들도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경쟁을 하죠. 이런 경쟁이 살아 있어야 한국 교육의 경쟁력이 생기게 됩니다.”(제임스 멀리스·James A. Mirrlees·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한국의 대학들은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 때문에 세계의 다른 대학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정창영 연세대 총장)

      10일 ‘제2회 연세노벨포럼’ 참석하기 위해 연세대 서울신촌 캠퍼스를 찾은 제임스 멀리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연세대 정창영 총장과 만나 ‘글로벌 시대의 환경과 교육, 경제’를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멀리스 교수는 199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석학(碩學)이다.

      멀리스 교수와 정 총장은 “이 시대의 화두는 교육이며, 교육의 핵심인 대학이 경쟁력을 가져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교육 문제 외에 지구 온난화 현상,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미국경제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 ▲ 199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멀리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사진 왼쪽)와 연세대 정창영 총장(오른쪽)이 10일‘글로벌 시대의 환경, 교육, 경제’를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정 총장=“이제 대학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반드시 국제화해야 합니다. 연세대도 국제화를 적극 추진 중입니다. 이번 가을 학기만 32명의 신임교원을 채용했는데 이 중 8명이 외국인 교수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들이 한계에 부딪혀 있습니다. 정부로부터 너무 많은 규제와 간섭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의 간섭 때문에 한국의 대학들은 세계의 다른 대학들과 경쟁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멀리스 교수=“정부가 대학에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대학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학생을 데려와 효과적으로 교육시키는 것’입니다. 대학도 하나의 산업입니다. 어떤 영역보다 경쟁이 치열한 곳이 교육 시장입니다. 따라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는 학생들과, 좋은 학생을 뽑기 위한 대학 간의 경쟁은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정부가 이러한 대학의 자율성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는 대학이 발전할 수 없습니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뽑고 커리큘럼을 짤 수 있어야 대학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 총장=“사실 대학교육과 기업이 요구하는 자질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학이 반성할 건 반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세계 어느 나라의 대학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철학, 역사, 문학과 같은 인문학이나 기초학문 분야를 중시하지, 기업이 요구하는 실무 자질을 키우는 데 주력하지는 않습니다. 기초 학문을 적극 가르치되 기업인들의 특별 강연 등을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기업이 요구하는 자질을 갖추게 할 계획입니다.”

      ▲멀리스 교수=“글로벌 시대의 화두는 교육입니다. 대학 경쟁력을 강화해야 경제가 발전하고 취업문제가 해결됩니다. (한국 대학들은) 세계의 다른 대학으로 눈을 돌려 봐야 합니다. 세계적인 대학들이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좋은 교수를 데려와 학생들을 맡기고, 기초학문과 응용학문 모두를 효과적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기업이 대학의 교육을 신뢰하게 됩니다. 이 문제도 결국 대학의 자율성과 연관성을 갖는다고 봅니다. 케임브리지대는 교수와 학생들이 자유롭게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정부의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교수와 학생들을 뽑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학도 자율성을 가져야만 학문을 발전시키고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기를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심각…유류세 강화해야

      ▲정 총장=“온난화 문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경제와는 달리 언제, 어떤 방식으로 온난화가 진행될지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의 어떤 기간과 비교해도 최근 10년간의 온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고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질 만한 환경의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이제 지구 온난화 문제는 전 인류의 숙제가 됐습니다.”

      ▲멀리스 교수=“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람들로 하여금 ‘화석연료를 덜 태우게 만드는 것’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경제학자이자 조세 전문가로서 저는 ‘세금’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바로 유류세(油類稅)를 2~3배 강화하는 것입니다. 핵 에너지와 같은 대체 에너지 개발도 필요합니다만, 우선 화석연료가 지나치게 사용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10년 후에는 적어도 (화석연료의) 수요를 40~50%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큰 문제 안될 것”

      ▲멀리스 교수=“드물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는 오랜 세월을 두고 반복되는 현상입니다. 오늘날의 금융기관은 위험(risk)을 다른 금융기관에 팔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대출을 적절히 조절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게 됐다고 봅니다. 결국 많은 금융기관들이 큰 손실을 입고 있지만 경제에 아주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정 총장=“사태의 파급 효과는 예상보다 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중앙은행들이 사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모두 협력하는 분위기기 때문에 미국 경기는 잠시 둔화(slow-down)될 수 있겠지만 불경기(recession)로는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멀리스 교수=“(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세계 경제를 비관적으로 볼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정 총장=“사실 미국의 주택가격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경제둔화가 필요한 면도 있습니다. 심각한 경기침체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상황이고 중국, 유럽, 일본의 경제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경제는 시장의 국제자본이 빠져나감으로써 간접적인 영향권에 놓일 수도 있지만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한국 젊은이도 노벨상 탈 수 있어”

      ▲멀리스 교수=“저는 하루의 절반은 강의를 하고 나머지 절반은 강의 준비를 위해 사용합니다. 매일 연구하고, 계산하고 경제 공식을 뚫어져라 쳐다 보는 것이 일과입니다. 하지만 가끔씩 사람들과 차를 마시며 토론을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영감(靈感)을 얻기도 합니다. 한국인의 우수함은 세계가 다 인정합니다. 한국의 젊은이들도 치열하게 연구하고 토론하면 반드시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멀리스 교수는 

      제임스 A 멀리스(71·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1996년 윌리엄 비크리(미국)와 함께 ‘정보불균형하에서의 경제적 인센티브에 대한 연구’ 논문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의 이론은 ‘바람직한 소득세’나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경제학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해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33세 때인 1969년 옥스퍼드 교수가 됐고, 1996년부터는 케임브리지대로 옮겨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정창영 총장은 

      정창영(64) 연세대 총장은 1971년 미국 남가주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71년부터 2003년까지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다. 2004년 4월부터 연세대 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정 총장은 한국경제학회 회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한국대학가상교육연합 이사장 등을 지냈으며, 경제학원론, 경제발전론 등의 저서를 썼다.

    • 노벨 경제학수상자 제임스 멀리스 교수와 연세대 정창영 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상경대 건물2층 강의실에서 대담을 했습니다. /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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