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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교육정책

교육경쟁력의 핵심은 수업의 질

   1. 대학원 및 연구중심 고등교육 정책의 부작용
   우리나라 국가인적자원 개발의 핵심과제는 ‘유능한 고등 전문인력의 양성’에 있다. 최근 발표된 비전 2030에서도, 혁신적 아이디어와 같은 무형자산은 ‘사람’에게서 나오므로, 적절한 인재 육성이 바로 미래 국가 발전전략의 핵심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간 양적인 팽창에 비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경쟁력, 특히 대학교육 또는 학부교육의 ‘성과(outcome)’ 및 ‘과정(process)’에 대한 질적 평가 결과는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두뇌한국21(BK21) 등 정부의 재정지원이 연구중심대학의 연구사업 위주로 지원되면서, 연구 성과를 위해 학부교육이 상대적으로 희생되는 측면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즉, 대학의 연구개발 기능과 그 성과에 기반을 둔 평가와 인식이 강한 현 상황에서는 대학의 교육적 기능에 대한 투자와 개선의 의지가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서 기초교육 혹은 교양과목은 대체로 강좌 규모가 크고 전임교수의 담당률이 매우 낮으며, 전공교육에 비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또한, 전공교육 역시 학부제의 부작용으로 비체계적이고 미흡한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대학교육의 국제화를 위해 적극 확대하고 있는 국제어(주로 영어)강의도 교수 및 학생들의 외국어 실력 부족과 행정적 지원 미비로 인해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대학교육개발센터협의회에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이재경, 2006)에 의하면, 학생들의 경우에는 학습기술 방법에 관련한 정보가 부족하고, 전공기초지식 부족 및 실생활과의 연계 부족으로 전공내용의 이해가 어렵고, 아울러 국제어에 대한 부담감, 학습동기 및 흥미부족 등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고등교육에서 대학원 및 연구 위주의 편중된 정책이 그 취지와는 달리 학부교육의 부실을 야기하였고, 오히려 대학교육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학부교육에서 교육, 특히 수업의 질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 수업의 질 향상을 통한 대학의 교육경쟁력 강화 방안
   이제는 국가인적자원 개발이라는 큰 틀 속에서 연구경쟁력과 더불어 교육경쟁력을 바라봐야 하며, 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대학의 경쟁력 강화가 구호로 달성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는 대학을 탈바꿈시키는 혁신이 필요한 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5월 31일,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서울과 수도권지역 대학총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학교육력 향상 방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고등교육, 특히 대학교육의 교육 경쟁력은 학부교육의 ‘과정(process)’과 ‘성과(outcome)’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질적인 수월성(excellence)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 및 대학에서는 효과적인 교수학습지원체제의 구축을 비롯하여, 대학의 교육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대학의 교육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급히 추진해야할 방안들 중의 일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 대학의 교수학습지원체제 구축
   첫째, 학부교육 강화를 위해 교수(teaching) 개발의 중요성에 대한 교수들의 인식 및 참여를 제고한다. 이를 위해, 신임교원, 승진교원, 시간강사 등을 대상으로 교수학습센터의 교수개발 프로그램 참여 의무화 또는 가산점  제공, 교내 연구비 지원 외에 교수법 개발 지원비 책정, 교수의 책임시수의 탄력적 운영 등을 비롯하여 교수업적 평가 및 강의 평가와 연계한 교수법 및 교육활동의 전문성을 강화한다.
 
   둘째, 연구중심대학, 교육,연구병행대학, 교육중심대학 등 대학 유형별로 대학평가 및 학문분야 평가 기준 또는 가중치를 차등 적용하고,  재정지원사업에서 대학의 교육경쟁력 반영 비율을 제고한다.
 
   셋째, 대학 교수학습센터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교수학습지원체제의 기반을 구축하고, 학부교육의 과정을 내실 있게 운영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학부교육의 성과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교수학습센터의 교수개발 담당 전문 인력의 확보 및 신분을 보장하고,  대학종합평가에서 교수학습센터의 전문성에 대한 항목을 포함하며, 교수학습센터에서는 맞춤식 교수개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 학부교육의 ‘과정(process)’ 내실화를 통한 수월성 추구
   첫째, 학생,사회적 수요에 적합한 체계적이고 내실 있는 학부교육(기초/교양교육 및 전공교육)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학점 및 학사 관리의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운영하며, 교수학습센터를 통해 교수,강사,학생,조교 등에 대한 교수-학습활동 지원 기능을 강화한다. 또한, 낙후되고 부족한 강의 및 실험 시설을 교육적 필요에 적합하게 개선하며, 교수평가에서 교육활동 부문에 대한 평가의 비중을 확대한다.

 

   둘째, 국제어(영어)강의 내실화를 통해 국제적 수준의 교육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대학차원에서 학생들의 외국어 능력 개발 프로그램을 선행 지원하며, 국제어강의에 적합한 수업 내용과 자료를 제공하고, 국제어강의의 필요성 등에 대한 교수들의 인식 전환을 유도하며, 외국인 유학생 대상 학습지원 활동을 강화한다.

   셋째, 교수,학습 목표의 효과적인 달성을 위해 교수학습센터를 중심으로 PBL이나 BL 등 최신 교수법을 연구,개발하여 교육 워크숍을 실시하고, 관련 교육 시설 및 장비의 첨단화를 추구한다.   

 

   넷째, 교수학습센터를 통해 학생들에게 학습전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스터디그룹,튜터링 등 학습공동체 활동에 대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확대 실시하며, 교수(teaching)에 대한 학생 요구를 교수(faculty)들에게 전달함으로써, 학부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제고한다.

 

   다섯째, 산업별, 전공분야별 교육-취업 일체형, 또는 맞춤형 교육과정 모형을 개발하고, 이에 대해 정부에서 행,재정 지원을 제공한다. 장기적으로는 산업체, 학계, 연구계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국가직무능력 표준(National Skill Standard)을 제정하고, 학교 교육과정 및 자격 기준에 이를 적용한다.

 

   마지막으로, 생애 기초능력을 강조하는 교육과정 체제로 전환한다. 문제해결력, 자기주도적 학습력, 창의력, 의사소통능력, 논리적 사고력, 대인관계능력 등과 같은 생애 기초능력은 지식기반의 평생학습사회에서 개인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이며, 대학 졸업 후 직업세계에서의 실제 업무수행능력과도 대단히 높은 관련을 보이고 있는 직무기초능력에 해당된다. 따라서 입학부터 졸업까지의 수학기간 동안 대학의 교육과정을 통해 대학에서 ‘부가(value-added)’한 성과를 생애 기초능력에 의거하여 체계적으로 진단하고 평가함으로써 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졸업자의 취업률을 제고할 수 있는 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

 

   주지하다시피, 대학은 연구소나 학원이 아니다. 정부 주도하의 강력한 교육개혁 정책이 국가 차원에서 고등교육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손 치더라도, 정부 정책으로 다루지 못하는 측면들과 더불어, 적어도 단위 대학 차원 또는 개별 교수의 강의실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이제는 학생의 학습이 일어날 수 있게끔 연구경쟁력에 밀려 등한시돼온 교육경쟁력 강화에 눈을 돌려야 한다. 대학의 비전을 세워 정책을 결정하고 인력과 예산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재경 교수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同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교육방법), 미국 Indiana University 박사학위(교육공학)를 취득하였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경영교육본부 교육컨설팅팀 연구위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구, 멀티미디어교육지원센터) 책임연구원,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조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교육공학과 전공주임교수로 있으면서 숙명여자대학교 교수학습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주요 논문 및 저서로는 『교육방법의 교육공학적 이해 (공저)』, 『교육공학 탐구의 새 지평 (공저)』, 『협동학습을 위한 참여적 학습자 (공역)』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