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가짜 외국대학 박사학위 사건에 유별난 관심을 집중시키는 사회이다. 박사학위 소지자가 대단한 사람일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생기는 것들이다. 가짜박사 학위파문이라고 해도 그것은 사안에 따라 달리 이해되어야 한다. 위조박사학위 건과 허위박사학위 건은 속성이 같기는 하지만 그것의 사회적 파장은 달라질 수 있는 사안들이다. 신정아, 이창하, 김옥랑 씨의 경우는 전형적인 위조박사학위 사건에 속한다. 해당학교에서 발급하지도 않은 학위를 완전히 위조한 채 그것으로 사회적인 혜택을 받다가 문제가 된 학력위조 사건이기 때문이다. 박사학위를 날조했다는 점에서 형사사건으로 마무리 되는 사건이 바로 위조박사학위 사건이다. 이런 사건은 비용이 많이 드는 사건도 아니다. 학위를 위조하는 개인의 학위서류위조 경비와 그런 사람을 고용하다가 문제가 된 기관의 사건처리 경비 정도로 끝나는 단순 사문서 위조 사건이다.
체면사회의 문제
위조박사학위 사건이든 허위박사학위 사건이든 이런 일들은 무엇보다도 한국사회가 체면 사회이기에 생기는 부산물이다. 국민들이 학력상승의 효과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그것은 만화가 이현세 씨가 자신의 학력을 고졸이 아니라 대학중퇴라고 이야기 해야만 했던, 그래야 어딘가 손해 보지 않고 대접받을 수 있거나 다른 이 앞에서 체면이 설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심경토로에서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일부사람들은 동국대 신정아 씨의 학력위조 사건을 학력파괴를 위한 행동의 일환으로 바라보기까지 한다. 그들은 은연중에 통쾌함을 느끼기도 한다. 말하자면, 외국대학이나 국내 유명 브랜드대학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실력은 있지만 학력이 없음으로 인해 갖고 있던 불만을 이런 학위위조 사건들을 통해서 부분적으로나마 해소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마치 갖은자의 집만을 턴 강도들의 선택적 질서 파괴에 이상야릇한 괘감 같은 것을 느끼는 그런 심리가 발동한 결과이다.
신정아 씨의 위조박사 사건에 비해 허위박사학위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는 교육적인 견지에서 달리 논의해야 한다. 그것은 박사학위라는 문서 그 자체를 위조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형사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위취득자는 학교가 요구하는 이런저런 절차, 말하자면 학교가 요구하는 박사학위 취득요건을 충족시킨 후 나름대로의 박사학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교육사기사건이다. 박사학위를 준 대학 자체가 학위를 발행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기는 하지만 속사정은 조금 다르다. 이 허위박사사건은 학교와 개인이 학위취득을 공모한 결과 야기된 사건이기에 그렇다. 학위 취득자 개인 한사람에 관한 단독범의 문제가 아니라, 박사학위수여를 놓고 개인과 교수, 그리고 대학들이 공모한 학위협잡사건이기 때문이다. 박사학위의 질 문제 같은 것이 집중적으로 거론되어야 할 교육계의 야합과 협잡행위이다.
이 경우, 학위발행기관 스스로 교육기관으로서 최소한도의 자격이나 질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자명하다. 학생 스스로도 학위기관을 위한 등록금이나 찬조금 기부 같은 것을 제외한 그 어떤 학술적인 학위취득의 과정을 제대로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 충분이 인지된 개인과 기관 간에 사전 협의된 공모작업이다. 학위수여기관이 요구하는 학위수여요건은 학생들이 그들의 재정적 수익보장에 대한 욕구충족 정도이다. 기관을 위한 수익보장을 학생이 A+정도로 충족시키기만 하면 학위를 주기로 상호 약속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허위박사들은 절대로 공짜로 학위를 받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고 소정의 학위를 취득한 정상적인 학위소유자이다.
박사학위 평가 위원회 설치
허위박사학위 사건의 혐의를 받고 있는 그 어떤 이들은 허위박사학위 취득에 관한 문제제기에 대해 완강히 저항한다.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필요한 수업활동들이 부실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 엉망은 아니라는 항변이 그 밑에 깔려있다. 해당 기관이 해당국에서 인증하는 각종 인증절차를 끝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박사학위의 질이 그런 인증 같은 것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굳이 그들의 학위취득이 문제가 된다면 자기 스스로 공부를 덜했기에 생길 수 있는 그런 심리적인 결손 같은 것이라고 항변한다. 그런 허위외국박사학위 취득자들은 국내박사학위 취득자들의 문제를 함께 거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대학원교육의 현실부터 바로잡으라고 하면서 국내학위 취득자를 함께 끌고 들어간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혹은 기업의 장을 하면서 국내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의 논문내용, 지도교수 등등의 면면을 한번 조사해 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겉으로는 학위취득자 모두가 각종 학위취득자격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기록되지만, 그들이 취득한 박사학위 내용들은 자기들처럼 허위박사 취득과정 그 이상으로 허술하고 엉망이라는 것이다.
아예 저들 허위 외국대학학위 사용 혐의자들은 국내박사학위 평가위원회를 정부에 설치하고 국내 박사 학위자들의 학위내용을 객관적으로 다시 평가해 보라고 거침없이 주장한다. 그들은 한국대학의 박사학위에 대한 질 관리 문제를 철저히 하라는 그 이상의 주문을 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국내박사학위 제조공정부터 제대로 조사하는 것이 한국사회를 개조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가짜학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학력보다는 실력을 존중하라’, ‘학벌문화를 해체하라’는 등 밤낮 듣는 소리가 나오곤 하지만, 그런 논리로는 가짜학위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성 싶다.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 중의 하나는 학위발행과 학위에 대한 질 관리를 ‘체계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정부가 학위수여기관의 학위발행 자격을 과별로, 혹은 대학별로 인증해 주는 것이다.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학과들에게는 학위발행을 억제시키며, 학위발행 기간도 10년 단위로 제한, 재 인증 하는 제도를 채택하면 위조학위 문제와 대학원교육의 질 관리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 마지막 방법은 학위를 받았다고 해도 그것의 최종 질 관리를 검증하는 국가기구의 인증을 받게 하는 일이다. 말하자면, 위조박사학위 취득자로 구박받고 있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박사학위 평가위원회를 정부에 설치하고 모든 국내외 박사학위의 질을 재평가해주는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박사학위의 질만큼은 좋아 질 뿐만 아니라, 박사학위과정이나 심사과정도 상당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박사학위 질 관리는 어느 정도 되겠지만, 박사학위가 그렇게 대수로운 것이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 마치 소가 닭 쳐다보듯 박사학위 소지자를 대수롭지 않게 인식하는 분위기를 번지게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할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