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부터 경기도교육청이 명품교육을 통한 글로벌 인재 육성체제를 강화한다는 정책 기조를 내세우면서, 최근에 전국의 교육현장에 명품교육이라는 말이 번져나가고 있다. ‘서울중부 명품교육 스타스쿨 포럼’이니, ‘신동(초등학교) 명품교육, 사교육이 필요없어요.’, 또는 ‘정부 CIO급 정보화인력 양성을 위한 명품교육’ 하는 것들이 그 예이다. 일단 교육 수혜자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의도가 읽혀서 좋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물건에나 쓰는 명품이라는 말을 교육에 붙여 사용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명품은 본래 물건이 아니라 인품을 뜻하는 말로 쓰인 것이었다.
당나라 이연수(李延壽)가 편찬한 『남사(南史)』<무릉소왕엽전(武陵昭王曄傳)>에 少時又無碁局 乃破荻爲片 縱橫以爲碁局 指點行勢 遂至名品(어려서 또 바둑 둘 것이 없어서 억새풀을 뜯어다가 바둑돌을 만들어 종횡으로 바둑을 두는데 점을 두고 세를 형성하는 것이 드디어 명품에 이르렀다.)의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명품은 ‘뛰어난 재주나 능력을 지닌 인물 혹은 그러한 품격’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소학(小學)』에 康節邵先生誡子孫曰, 上品之人, 不敎而善. 中品之人, 敎而後善. 下品之人, 敎亦不善(소강절 선생이 자손을 훈계하여 말하기를 상품의 인간은 가르치지 않아도 선하고, 중품의 인간은 가르친 이후에 선하여지고, 하품의 인간은 가르쳐도 선해지지 않는다.)의 구절을 살펴보아도 명품은 인품을 뜻하는 말로 사용된 것이었다.
이와 같이 ‘명품’은 ‘훌륭한 인품’이라는 뜻으로 사용했지 ‘유명한 제품’이라는 뜻으로는 사용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명품’이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뛰어난 물건ㆍ작품, 이름난 물건ㆍ작품”이라고 되어 있다. 오래 된 사전에는 명품이라는 단어조차 나오지 않는다.(교육도서 출판 『국어대사전』(이응백 감수, 1990)에는 명품이라는 단어가 없다) 이로써 본다면 ‘사람 중에 뛰어난 인물이나 기묘한 재주가 있는 인물’을 지칭할 때 사용했던 명품이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자본주의 상업성에 기인하여 의미가 전이․축소되어 쓰이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명품이 물건을 지칭하는 의미로 축소된 것은 매스컴이나 기업에서 마케팅을 위해 이 단어를 마구 사용하고, 소비자들이 이에 호응하면서 생긴 현상인 것이다.
명품교육의 의미는 이러한 상업적 발상을 뛰어넘는다. 오히려 능력과 품격을 뜻했던 명품이란 수식어를 교육에 붙여 사용하고 있는 경기교육이 그야말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솔선수범하고 있지 않나 싶다. 명품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뛰어난 능력과 품격을 지닌 인간을 기르는 교육으로, 세계 일류의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자 하는 희망 경기교육의 지표에 따른 실천 항목인 것이다.
생각해 보면 ‘명품교육, 명품학교’ - 너무나 쉽게 귀에 와 닿는 실감나는 말이 아닌가. 선생님들에게는 저절로 아이들에게 좋은 학습경험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고, 학부모에게는 내 아이가 좋은 교육을 받는다는 실감을 갖게 한다.
도내 각급학교들이 명품교육을 하겠다고 서로 나서고 있다. 우리 광주중앙고에서도 독서ㆍ논술교육을 명품화하여 도논술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국악교육을 명품화하여 전국청소년 민속예술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육정책을 명품화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다. 이제는 경기교육이 ‘명품지인(名品之人)을 만들기 위한 명품교육’ ‘글로벌 인재를 기르는 명품교육’ 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경기교육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일심으로 매진할 때이다.
2007-07-16 16:00:36 박진석(good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