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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영재교육

과학자의 명언과 영어공부(75), 하이젠베르크(1)


▲ 양자역학의 창시자 하이젠베르크는 과학자의 양심과 관련 표상이 되고 있다.  ⓒ
“What we have to remember is that what we observe is not nature herself, but nature exposed to our method of questioning. Natural science, does not simply describe and explain nature; it is part of the interplay between nature and ourselves.”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보고 있는(연구하고 있는) 자연은 진정한 자연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연구하는(의심을 갖는) 방법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자연일 뿐이다. 자연과학(물리학)이란 자연을 단순히 묘사하고 설명하는 것만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중개자다.”

-하이젠베르크(1901~1976): 독일의 물리학자, 양자역학의 창시자, 불확정원리 이론가-

과학과 양심의 표본, 양자역학의 선구자

우선 이런 질문부터 한 다음 하이젠베르크를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과 도덕, 과학자의 양심과 윤리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기 위해서입니다. 논술을 지적하고 싶지는 않지만 충분히 나오고도 남을 질문입니다. 이미 나왔을지도 모르고요. 중요한 문제입니다.

독일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는 ‘과학자와 윤리’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때로 이 때문에 그의 대단한 업적이 가려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장 최신의 물리학인 양자역학이론을 세운 공로로 31살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대단한 천재 과학자죠. 자, 이런 질문에 대해서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고 싶은가요.

만약 다른 나라와 전쟁이 일어났다고 칩시다. 그때 여러분의 직업은 훌륭한 과학자나 공학자입니다. 조국을 위해서 당연히 무기개발에 차출될 겁니다. 그래서 조국은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 아주 훌륭한, 그래서 한번에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원자폭탄과 같은 무기를 만들라고 지시합니다.

전쟁은 상대를 이기지 못하면 자신이 죽는 게임입니다. 둘 다 양보해서 무승부가 나는 전쟁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예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겠죠. 그래서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방보다 더 나은 무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는다면 어떤 처벌이 올 거라는 건 짐작하시죠? 그렇다면 여러분은 대량살상 무기를 만드는 계획에 참가하겠습니까? 아니면 과학자의 양심을 내세워 못하겠다고 버티겠습니까?

▲ 양자물리학의 발전으로 우주와 자연에 대한 신비가 조금씩 더 벗겨지고 있다.  ⓒ
또 이차대전 당시 미국의 핵폭탄 개발계획인 맨하탄 프로젝트와 같은 작업에 참가해서 엄청난 가공할 정도의 무기를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그 무기가 수천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그 피해와 참상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너무 비참했습니다.

전쟁 중 과학자는 숙명적인 무기개발자로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습니까? 승리를 자축하겠습니까? 아니면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오펜하이머처럼 회한과 속죄 속에서 살아갈 건가요? 그러면 우리가 존경하는 아인슈타인, 페르미, 파인만, 컴퓨터 개발자 폰 노이만은요? 모두 맨하탄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학자들입니다.

“An expert is someone who knows some of the worst mistakes that can made in his subject, and how to avoid them.” 하이젠베르크라는 과학자를 한마디로 가장 잘 설명하는 그의 대표적인 명언입니다.

해석해 보겠습니다. “전문가(진정한 과학자)란 자신의 연구에서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실수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피해갈 방법도 아는 사람이다.”

더 쉽게 부언설명하자면 “만약 여러분이 핵물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이고, 그러한 핵물리학 연구 속에서 원자폭탄과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면 그러한 살상무기 제조에 참가하지 않고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진정한 과학자라고 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사실 하이젠베르크는 히틀러 치하에서 핵폭탄 계획에 참여했으면서도 속으로는 독일의 핵폭탄 개발을 반대한 그야말로 양심 있는 과학자입니다. 물론 정말 히틀러에 맞서 핵개발에 반대했느냐?에 대해서는 지금도 학자들간에 논쟁거리입니다. 그러나 ‘네거티브’ 입장을 견지하면서 독일 핵개발을 지연시켰다는 데 대해서는 대체로 동감하는 부분입니다.

“과학자의 양심을 요구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일 수도”

▲ 하이젠베르크는 31세의 나이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천재 과학자다.  ⓒ
전쟁은 공격하는 쪽이든 방어하는 쪽이든 생사의 싸움입니다. 다시 말해서 적을 죽이지 않는다면 자신이 죽는 게 전쟁입니다. 전쟁 속에서 과학자의 양심, 윤리에 대해서 운운하는 것은 애당초부터 잘못된 가설인지도 모릅니다.

아인슈타인도 유태인이었기 때문에 미국으로 망명한 겁니다. 만약 유태인 신분이 아니었다면 독일에 남아 핵폭탄 개발에 당연히 참여했을 겁니다. 사실 망명하기 앞서 핵폭탄 개발 계획에 참여했고요. 당시 특히 유태인 과학자들 그룹이 핵폭탄 개발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습니다.

독일이 핵폭탄개발 경쟁에서 미국에 진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유태인 과학자들을 내쫓은 거라고 합니다. 사실 히틀러도 핵폭탄 개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 상당수가 유태인이었습니다. 그래서 히틀러는 “핵개발 과학자는 유태인 과학자”라는 이야길 즐겨 씁니다.

미국 핵개발 과학자와 독일 핵개발 과학자의 차이는?

결국 그는 핵 과학자인 유태인 과학자들을 추방합니다. 핵개발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인종청소로 이어지는 게르만의 순수혈통 보전정책을 슬로건으로 내놓은 이상 유태인 과학자들을 보호할 명분이 서지 않았던 거죠. 별로 알려진 사실이 아니지만 히틀러는 ‘인종청소’에 앞서 게르만인 가운데서도 정신이상자와 신체 장애자들을 청소했습니다.

이차대전 이후 독일이 패망하자 히틀러 치하의 과학자들에 대한 처벌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집니다. 정부의 명령하에 무기개발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과학자들을 처벌하는 게 올바르냐 하는 것이죠. 심지어 영국, 프랑스 등 독일에 의해 피해를 입었던 당사국의 많은 양심적인 과학자들도 독일과학자들 편에 섭니다.

이러한 문제를 잘 지적한 책이 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역사학 교수 존 콘웰(John Cornwell)이 지은 ‘Hitler’s Scientists(히틀러의 과학자들)’라는 책입니다. 나치 치하에서 히틀러에게 맹목적으로 추종한 과학자들만 다룬 게 아닙니다. 히틀러의 지배야욕에 반대하는 과학자의 이야기도 많습니다.

“양심이 없는 과학은 영혼의 파괴자”

▲ 생명은 소중하다. 과학의 윤리가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그러한 역사적 사실 속에서 과학자가 취해야 할 양심과 도덕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콘웰 교수는 이 책 첫 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명언을 인용하면서 과학자의 양심과 윤리를 언급합니다. “Science without conscience is the ruin of the soul. 양심이 없는 과학은 영혼의 파괴자일 뿐이다.”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국익(interests of the nation)과 과학자의 양심(their own conscience)이 충돌할 때 과학자가 받아야 하는 딜레마는 엄청날 수 있습니다. 사고에 혼란이 올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폰 노이만처럼 원자폭탄에 이어 수소폭탄개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러시아에 수소폭탄을 투하해 항복을 받아 내라고 주장한 학자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과 같은 국익과 과학자적 양심이 충돌할 때 과학자에게 양심이라는 철학을 강요한다는 것은 너무 무리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나치 치하의 과학자들에 대한 적개심과 동정심을 놓고 과학자 간에 논쟁이 분분한 가운데 영국의 유명한 분자생물학자이자 저술가로도 유명한 루이스 월퍼트(Lewis Wolpert) 교수는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월퍼트 교수, “과학자는 스스로 판단할 권한이 있는 게 아니다.”

“It is not for scientists to take moral or ethical decisions on their own: they have neither the right nor any special skills in this area. There is, in fact, a great danger in asking scientists to be more socially responsible.”

“자신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과학자 스스로 결정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이 부분에서 어떠한 특별한 권한이나 기술도 없다. 사실 과학자들에게 사회적으로 많은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주 위험스러운 일이다.” 맞는 지적이 아닐까요? 또 틀린 구석도 있을 것 같네요.

하이젠베르크를 둘러싼 일화가 지니는 중요성은 이러한 의문에 적절한 답을 줄 수 있습니다. 즉, 어떤 과학자가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연관되었을 때 그 과학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하는 겁니다.

▲ 윌리엄 더글러스 대법관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의 존엄성이 법의 이름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비단 히틀러 치하의 과학자들만이 아닙니다. 원자폭탄, 화학 독가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최신예 무기개발에 참여하는 과학자들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줄기세포, 복제, 나노기술을 둘러싸고 과학과 과학자의 윤리가 다시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양자역학을 창시한 천재 물리학자. 히틀러의 강압적인 통치 아래에서도 과학자의 양심과 윤리라는 지조를 지킨 위대한 과학자 하이젠베르크를 통해 과학과 윤리를 더 짚어 보려고 합니다. 과학이 우리의 사고와 문화를 지배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시대입니다. 그에 걸맞게 과학의 윤리 또한 중요합니다.

과학보다 더 소중한 건 생명과 영혼

과학의 윤리가 중요한 것은 과학보다 더 소중한 건 생명이며 영혼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대법관으로 최장수 기록을 남겼고 야생동물 보호자로, 가난하고 힘없는 시민을 위해 투신한 법관으로 자신의 평생을 바친 윌리엄 더글러스 판사가 남긴 한 이야기를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The day should come when all of the forms of life …will stand before the court—the pileated woodpecker as well as coyote and bear, the lemmings as well as the trout in the streams.”

“모든 형태의 생명들이 (정의라고 하는) 법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날이 와야 합니다. 딱따구리뿐만 아니라 코요테와 곰도, 그리고 레밍(나그네 쥐)과 개울 속에서 헤엄치는 연어까지도 모두 말입니다. (계속)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2007.08.09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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