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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다산 칼럼 모음

책임 있는 지식인으로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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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孔子)는 성인(聖人)이었습니다. 그러나 본인은 한 차례도 성인이라고 여겨본 적도 없고 그렇게 말한 때도 없었습니다. “나는 절대로 태어날 때부터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我非生而知之者也)라고 하면서, “민첩하게 노력하여 얻어낸 사람이다”(敏而求之者也)라고 말하면서 일반 사람과 같지만 옛것을 좋아하고 부지런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무엇인가를 이룩해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공자는 언제나 근심과 걱정을 버리지 못하면서, 늘 구도(求道)의 자세로 살아가노라고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덕(德)을 제대로 닦지 못함, 학문을 제대로 강론하지 못함, 의로운 일로 옮겨하지 못하고, 착하지 못함을 고치지 못함이 바로 나의 걱정과 근심이다”(子曰 德之不修 學之不講 聞義不能徙 不善不能改 是吾憂也 : 述而편)라고 했던 말이 바로 그런 내용입니다.

이러한 경(經)에 다산의 새로운 해석은 더 의미심장한 뜻을 보여줍니다. “참다운 지성인은 함께 살면서도 더러는 세상을 걱정하고 백성을 걱정하며, 지극한 정치가 부활하지 못함도 걱정하고, 윤리와 도의가 망가지고 없어짐도 걱정하며 살아간다. 그보다 못한 사람이야, 빈천(貧賤)이나 기한(飢寒)을 걱정하며 살아간다”라고 풀이하고는 공자의 입장이 되어 제자들과의 대화를 다시 재현해서 말하였습니다.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에게 물었다는 것입니다. “제군들의 걱정은 모두 한수(閒愁 : 한가로운 근심)일세. 진짜 걱정[眞憂]을 듣고 싶은가? 덕을 닦지 못함, 학문을 제대로 강론하지 못함, 착함으로 옮겨가지 못하고 잘못을 고치지 못함, 그것이 진짜 걱정이라네”라는 다산이 복원한 대화와 질문과 답변에서 경의 본뜻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빈천과 기한이 왜 인간의 걱정이 아니리오마는, 그거야 책임 없는 일반 백성들의 한가로운 근심이지만, 책임 있는 지식인이나 지도적 인물이라면 진짜 걱정, 즉 인류적 고민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공자의 뜻을 다산은 정확하게 이해하여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인간이 어찌 ‘한수(閒愁)’를 벗어날 수 있으리오마는, 그래도 ‘진우(眞憂)’에 골몰해야만 가치 있는 삶이 된다는 다산의 설명을 되새기며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박석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