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어리석기야 쉽지만 지혜롭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논어』에서 공자는 지혜로움이야 따라갈 수 있으나 어리석음은 따라갈 수 없노라는 역설적인 말을 합니다.(其知可及也 其愚不可及也 : 公冶章)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석하여 인간의 모범적인 행위규범으로 삼느냐가 다름 아닌 경을 올바르게 해석하는 경학연구에서의 본질적인 임무입니다.
다산의 경학연구는 바로 이런 부분에서 매우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해석을 내려 실용적이고 실사구시적인 삶의 규범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공자의 말씀이 “세상에 도가 있으면 나타나고 도가 없으면 숨는다”(天下有道則見 天下無道則隱)라 하고, 주자(朱子)는 난세에 자신의 몸을 잘 보신(保身)함을 어리석은 듯 숨어사는 것이어서 행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지혜를 숨기고 난세에 자신을 보존함을 우(愚)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도가 있어 편하게 지혜를 발휘하는 일이야 남이 하는 대로 따라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에 다산은 확실하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증거로 대며 자신의 창의적인 해석을 내립니다. “영무자(寧武子)라는 사람은 처음에 위(衛)의 성공(成公)을 따라다니며 이슬에 젖고 진흙에 빠지기도 하면서 온갖 고생을 겪었다. 이런 점이 자신을 잊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우충(愚忠)이다. 성공이 환국하여 공달(孔達)이 정사를 담당하자 영무자는 자신의 몸을 거두어 권세의 자리는 피하여 자신과 가문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지혜를 발휘했으니, 자신을 안전하게 하는 지혜야 따라갈 수 있으나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우직함은 따라가지 못한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의 능력을 숨기고 사는 것을 ‘우’라고 여기니 그렇다면 현명한 군주가 누구와 더불어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하겠는가?”라고 상세한 설명을 했습니다.
벼슬하기는 싫어하고 숨어서 능력을 감추고 자신의 몸만을 보존하려던 사람이 많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능력도 없어 숨길 것도 없으면서 자기만이 제일이라고 능력을 자랑하며 발탁되도록 엽관운동이나 하는 사람이 많은 요즘에는 통하지 않는 다산의 학설이지만, 시대를 구제하려는 뜻이 높던 다산의 주장은 그래도 음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소개합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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