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을 읽다보면 책 읽는 소리처럼 아름답고 좋은 것은 세상에 없다는 말을 가끔 접하게 됩니다. “너의 글 읽는 소리를 듣노라면 내 병이 낫는 것 같다”(聞汝之伊吾聲 吾疾如蘇)라는 글귀는 저의 증조부의 행장(行狀)에 나오는데, 저의 고조할아버지께서 저의 증조할아버지의 글 읽는 소리를 듣기를 좋아하여 병환으로 누워계시다가 어린 아들의 글소리에 문득 질병도 나을 정도였다는 표현으로 사용했던 구절입니다.
다산도 어떤 소리보다도 글 읽는 소리는 세상에서 맑고 좋은 소리라고 여겼다는 시가 있습니다.
온 세상에 무슨 소리가 가장 맑을꼬 天地何聲第一淸 눈 쌓인 깊은 산속의 글 읽는 소리로세 雪山深處讀書聲 신선이 패옥 차고 구름 끝을 거니는 듯 仙官玉佩雲端步 천녀가 달 아래서 거문고를 퉁기는 듯 帝女瑤絃月下鳴 사람 집에 잠시라도 끊겨서는 안되는 것 不可人家容暫絶 당연히 세상 형편과 함께 이룩될 일이로세 故應世道與相成 북쪽 산등성이 오막살이 그 뉘 집일꼬 北 甕 云誰屋 나무꾼도 집에 가길 잊고 정 보낼 줄 안다네. 樵客忘歸解送情 (「부득산북독서성(賦得山北讀書聲)」)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맑은 소리가 책 읽는 소리라니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눈 덮인 고요한 산속에서의 독서성, 신선이 패옥을 차고 구름 끝을 걷는 듯, 천녀가 달빛 아래서 거문고를 퉁기는 소리와 같다니 얼마나 아름답고 맑은 소리인가요.
더구나 사람 집에서는 책 읽는 소리가 잠시라도 끊겨서는 안된다는 말이나, 독서를 열심히 하느냐 아니면 끊기느냐는 세상의 형편과 함께 간다는 표현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가 제대로 되고 백성들이 삶이 안정될수록 온 천지에 책 읽는 소리가 가득하겠지만, 정치가 엉망이어서 삶이 어렵고 힘들어 지도자를 탓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책 읽는 소리도 줄어들기 마련이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글 읽는 소리가 너무 좋아 나무꾼도 발을 멈추고 듣는다니 얼마나 멋진 표현입니까. 세상이 조금 안정되고 집값도 잡혀 가장 맑은 책 읽는 소리가 온 세상에 가득해지기만 바라고 기다립니다.
박석무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