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운전자가 단속하는 교통경찰을 폭행하는 일이 종종 눈에 띄더니, 시위하는 젊은이들이 시위를 막는 군인들을 옆 발차기로 공격하는 영상이 눈을 자극하더니, 시위 군중들이 관공서에 불을 지르는 모습까지 화면을 가득 채웠다.
특정 이익집단들의 정치 시위에 정부 당국은 항상 엄격한 법의 적용을 내세우지만, 이들이나 일반 국민들이나 그 말을 그대로 믿지 않고 있다. 오히려 법대로 시위를 막으려 노력했던 경찰 간부들이 고역을 치르는 경우가 있곤 했다.
권위주의 시대를 벗어난 지 오래이건만 대통령 이하 모든 관계부처의 책임자들이 반드시 잡겠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호언장담했던 아파트 가격은 끊임없이 오르기만 해서 무주택자들을 절망에 빠트리고, 성실한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우려할 수준으로 떨어트렸다.
이렇게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들은 왜 계속되고 있는가. 왜 법질서가 우습게 받아들여지고, 이익단체들이 공권력을 무력화 시키고, 정부의 무능력이 상식화되었을까.
법질서가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법원, 검찰, 경찰 등 소위 준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크게 훼손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권위주의를 벗어난지 2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이제는 제자리를 찾을 때가 되었다고 판단되는데도, 그 시대의 뼈아픈 잘못들에 대한 지나친 반성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특정 이익 단체들의 공권력 우습게보기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권력의 대응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본다. 정치권력의 이념적 뿌리나 정권창출에의 기여도에 따라 특정 이익집단의 정치적 힘의 크기가 결정되고, 이런 과정에서 스스로 정치적 영향력이 강하다고 자평하는 집단들은 공권력의 법 집행 능력에 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행정부의 무능력은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인력관리가 잘못되어서라고 본다. 능력과 성과에 따른 적재적소에의 인력배치가 아니라 각종 연고-지연, 학연, 권(력)연, 금(권)연 등-에 의한 요직 안배가 성행하고, 결과적으로 신상필벌의 원칙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러한 법질서의 훼손, 공권력 무력화, 정부의 신뢰상실 등은 우리 사회를 무질서의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국민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있고, 경제인들은 정부 정책이 보내는 신호를 믿고 따를 수 없어 관망만 하고 있는 것이다.
무질서의 비용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후진화 엄청난 현금을 쌓아 두고도 투자를 못하고 있는 대기업들, 아파트 사고파는 데에 머리를 싸매느라 성실한 근로의식을 망각해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 자기들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거리로 나오거나 관공서를 습격하려는 시위 군중들. 이러한 현상들의 중첩은 투자와 소비 부진, 노동생산성 저하, 비생산적 투기행위의 성행, 재정운용의 비효율성 증대 등을 초래하면서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 약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어두운 결과를 나타낸다.
지난 4년 동안 세계 경제는 호황 국면에 있었고, 국제경쟁 차원에서 우리를 뒤에서 밀어내고 앞에서 내려 누르고 있는 중국과 일본은 고도성장의 지속과 개혁을 통한 성장 궤도에의 재진입이라는 위협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기회는 활용하지도 못하면서 점점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입지가 좁아지는 안타까운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질서의 비용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속하는 사회의 후진화이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한국 국민의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국제 정치외교에서 한국은 변방의 종속 변수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런 흐름이 2007년에도 더욱 가속화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우려가 기우에 그치기를 희망하면서 2006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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