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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다산 칼럼 모음

의술(醫術)은 약초의 연구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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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醫術)은 약초의 연구부터


자학(字學)의 연구가 제대로 된 뒤에야 문장을 옳게 기술할 수 있다는 말에, 참으로 옳은 말이라 여겨 아픈 병까지 낫는 감명을 받았던 복암 이기양(1744~1802). 이 학자가 두 번째로 탄복한 것은 다산이 「의설(醫說)」이라는 글에 나오는 내용을 이야기할 때였습니다.

“옛사람들은 의술을 배움에 약초(藥草)의 근본에 주력하여 먼저 시험하여 그 약초의 성미(性味)·기분(氣分)의 각각을 스스로 완전히 해득한 뒤에야 약초를 제조하여 약을 지었습니다. 그래서 약을 오용하는 일이 없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약을 짓는 방법부터 먼저 배우고 있으니 의술이 날로 졸렬해집니다”라는 말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복암은 말의 뜻을 이해하고 탄복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다산이 기록한 「복암 이기양 묘지명」이라는 글에 나오고 있습니다.

다산의 글 「의설」은 바로 복암에게 해준 다산의 이야기의 연장입니다. “옛날 의학은 「본초(本草)」를 전문으로 습득했다. 때문에 약초의 성(性)·기(氣)·독(毒)·변(變)의 이치를 강구하여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약을 사용할 때에 병의 원인이 하나인 경우는 한가지의 약제만 사용하고 병의 원인이 여러 가지인 경우에는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하여 조제해서 치료하였다. 그렇게 되자 기술도 정밀해지고 효력도 빨랐으나 뒷세상에서는 「본초」를 익히지 않고 오로지 옛날의 처방만 외우고 있다. 이러니 어떻게 개별의 병에 일일이 적중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본초」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의술이 정밀하지 못하다라고 말한다.”(「의설」)

정말로 짤막한 다산의 글입니다. 그러나 이 짤막한 글 속에 다산의 무서운 학문의 방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근본과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각각의 사물과 사정(事情)에 정확한 인식이 없이 그것이 안은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라는 다산의 접근하는 태도가 그 속에 모두 열거되어 있습니다.

글자의 뜻과 의미를 명확히 파악한 뒤에야 제대로 글을 짓고 문장을 이해할 수 있듯이, 약초의 성분과 속성을 제대로 파악한 뒤에 질병에 적중할 약이 제조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바로 학문하는 과학적인 태도와 방법이 아닐까요.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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