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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와 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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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와 딴 생각


‘TV로 인터넷이 흐른다.’ 인터넷 망을 통해 TV방송을 전달하는 IPTV에 대한 시범사업자의 설명자료 제목이다. 제법 시적이다. IPTV의 시범서비스가 지난 22일부터 서울과 경기도의 일부 지역에서 시작됐다. 위성 및 지상파 DMB와 Wibro에 이어 IPTV까지 방송과 통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새로운 미디어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TV로 인터넷이 흐른다’

이들 새로운 미디어의 특징은 융합서비스를 핵심으로 한다. 즉, 신문과 인터넷이 융합한 인터넷신문, 방송과 인터넷이 융합한 인터넷방송에 이어 휴대폰과 방송이 융합한 위성 DMB 및 지상파 DMB, 휴대폰과 고속인터넷이 결합한 Wibro, 그리고 인터넷 망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IPTV 등은 통신과 미디어, 정보기기의 융합화 과정에서 등장한 새로운 서비스들이다. 이렇게 새로운 융합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이 서비스에 대한 법적인 지위와 규제 체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7월말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융추위)를 출범시켜 방송통신융합에 따른 통합적인 규제기구의 구성 및 IPTV 관련 법의 연내 입법, 디지털TV 활성화의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융추위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국무조정실 산하에 방송통신융합추진지원단도 구성했다. 융추위는 석 달여의 짧은 기간 동안 30여 차례의 논의를 거쳐 최근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방송, 통신 관련 기능을 통합하는 통합위원회(안)을 기구개편 다수의견으로 제시하였다. 통합기구의 형태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을 위해 현재의 방송위원회와 같이 대통령 직속의 합의제 행정기구인 위원회 구조로 하기로 하였다. 다만, 5인의 상임위원 중 위원장은 장관급으로 하고, 부위원장은 차관급으로 하는 등 위원간 서열을 두어 산업진흥 측면을 보완하기 위한 책임제적 성격을 가미하였다.

또한 각 부처의 콘텐츠 관련 기능을 통합하는 문제는 문화부로의 통합을 못박지 않은 채 추후 별도로 논의하며, 정통부가 담당하고 있는 우정기능은 현 체제를 유지하되 추후 검토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미디어산업계의 가장 큰 현안인 IPTV 관련 법안의 연내 입법화는 내년으로 미뤘다. 정통부와 방송위원회의 의견이 맞서고 있어 통합기구 개편안과 동시에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국무조정실은 융추위의 건의를 바탕으로 방송통신 관련 통합기구설치 법안을 확정하고, 12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힘이 빠진 정부여당의 국정장악 능력을 감안할 때 법안 통과가 조속히 이뤄질 지는 의문이다. 특히, 약 1년 후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되고 이 때 다시 정부조직 개편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대선을 앞두고 야당이 방송 통신의 규제 및 진흥정책을 관장하는 통합기구개편안을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럴 경우 통합 기구 개편문제로 인하여 IPTV와 같은 융합서비스의 본격 시행이 계속 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전세계 IT강국으로 꼽히는 대표적 사례인 초고속인터넷보급률이 올 들어 덴마크, 네덜란드, 아이슬란드에 이어 4위로 떨어졌다고 OECD가 밝혔다. 그런데 그 주된 이유로 한국의 칸막이식 규제와 IPTV 등의 신규서비스 도입 지연 등을 지적한 점을 감안하면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사용자제작 콘텐츠 활성화 촉발 기대

통신업계나 미디어업계는 IPTV 조기 도입을 통해 새로운 성장사업의 돌파구를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필자가 IPTV의 도입을 바라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콘텐츠 활성화이다. 요즘은 개인이 만든 동영상이 국내는 물론 전세계로 순식간에 퍼지는 세상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최고 발명’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UCC(User Created Content)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를 선정했다. 몇 차례 클릭으로 스스로 촬영한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전세계 인터넷문화를 바꾼 것이 유튜브다. 타임은 유튜브가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감동, 공감을 주고 톱다운 방식의 미디어문화의 종식시켰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UCC, 즉 인터넷을 통한 사용자제작 콘텐츠가 주목 받고 있는 최근의 추세는 콘텐츠 제작 유통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시키고, 미디어의 일방향성을 극복하는 좋은 대안이라 여겨진다. 현재 국내 인터넷에서 UCC나, TV포털, 웹포털 등의 이름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업체들의 대부분이 IPTV를 지향하고 있다. IPTV 도입을 계기로 콘텐츠 활성화를 촉발시켜 우리 사회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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