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게 보는 빈소의 모습이다.
단지에 꼽혀있는 국화 한 송이를 들고 꽃을 어느 방향으로 놓아야 할지를 살피고 있다. 고인의 영정 쪽인지? 내 쪽인지?
강일이 쪽으로 놓고 싶은데 먼저 올린 꽃이 내 쪽을 향하고 있어, 빈 곳을 찾아 놓는다.
자기 공장에서 CNC 밀링으로 가공하고, 금으로 도금한 Putter를 은사님께 드리는 선물이라고 가져온 것을 지금도 쓰지 못하고 있다.
연철에 24K를 도금한 것이라 너무 부드러워 쉽게 찍힌다.
아까워서...
“망가뜨려야 다시 드립니다.”
칠순을 기념한다며 초청 라운딩하고 산속의 한우 갈비집에 가잔다.
부족한 나를 스승으로 대접하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그런데 함께 라운딩하는 것이 행운이란다.
다른 애들은 그들의 스승이 계시지 않고, 만나기도 힘든 연세이라서..
군대 제대하고 초임의 성동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줄곧 담임을 했던 제자들이라 평생을 친하게 지내고 있다. 이강일 회장은 내 반 아이도 아니었으나 성동기계공고를 졸업하고 사업을 하는 동기들이 조직한 28상우회에 자기 모교 교장이라고 고문을 맡아 달라고 해서 친하게 되었다.
2020년 5월 23일 함께 라운딩했던 원철희가 전화로 섭섭한 소식을 전한다.
심장마비로 천국에 갔다고.....
자주 내리는 봄비는 반갑지만
오늘은 왜 이리 추울까?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큰아들 한이와 전기차의 성능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지만,
왜 이리 잘 들리지 않는가?
눈시울이 붉은 고 이강일 회장의 큰딸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
“아버지가 없는 세상은 의미가 없다고!” 울부짖던 것은 함께 회사에서 근무해서일까?“
회사를 방문했을 때, 나를 보고 요란하게 짖어대던 덩치 큰 강아지를 끌어내면서 나를 맞이하던 그의 큰딸이다.
장례절차는 큰아들은 불교식으로 하겠다고 하여 물었더니 그냥 일반적인 생각인 것 같았으나 지금은 교회에 다니지 않고 있으나 기독교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큰딸의 눈빛은 완강했다.
법적으로 상속은 자녀구분이 없지만, 자식의 대표는 큰 아들이므로 형제자매의 의견을 잘 듣고 존중하여 결정하기를 부탁하였다.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체크리스트로 소홀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일렀더니 큰 딸이 받아적으란다.
장지도 결정되지 않고 우왕좌왕하고 있기에 제자들에게 도와주기를 부탁하니 철희가 장례식 내내 참여하여 법적 절차는 고문변호사와 협의하도록 하고, 기타 준비해야 할 것 등을 챙기겠다고 한다.
배웅나온 큰아들과 큰 딸에게 울고 싶으면 울라고 했다. 우는 때라고...
위해서 기도하겠다고 하면서 헤어지는 길이 왜 이리 우중충할까?
봄비 때문일까?
밤 10시가 가까워서일까?
밝은 성품이라 늘 주위가 왁자지껄 시끄러웠던
이강일 회장!
그 호탕한 웃음소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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