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칼럼 2015. 6. 13
하버드 의과대학의 보건대학 교수로 있는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 Being Mortal)
주제 : 사람들의 마지막 시간들 1. “이제는 깨닫는다. 이 생이 얼마나 빨리 흘러가 버리는지를” -무사 카르나,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에서 결국 그들의 방문을 받지 않은 거리는 없다. -필립 라킨, (앰뷸런스) 2. 용기는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식을 직면할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지혜란 분별력 있고 신중한 힘이다. 나이 들어 병드는 과정에서는 적어도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 하나는 삶에 끝이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다. 이는 무얼 두려워하고 무얼 희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용기다. 그런 용기를 갖는 것만도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그 진실을 직면하기를 꺼린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용기가 있다. 바로 우리가 찾아낸 진실을 토대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용기다. 문제는 어떤 것이 현명한 길인지 알기 어려운 때가 너무도 많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나는 이게 단지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기 어려우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아는 것도 어렵다. 그러나 나는 우리에게 닥친 문제가 그보다 훨씬 근본적인 데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우리는 자신의 두려움과 희망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3. (저자의 아버지는 미국에 이민을 와서 성공한 인도계 미국인 의사인데 암을 만나게 되었을 때를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저자의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테니스를 즐길 정도로 활달한 분이었습니다.) 나는 이제 우리도 어려운 대화를 나눌 때가 됐다는 걸 깨달았다. 사지마비가 진행되면서 머지않아 아버지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앗아 가려 하고 있었다. 사지마비가 오면 24시간 단호, 산소 흡입기, 영양 공급관이 필요해질 것이다. 아버지는 그걸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내가 말했다. “절대 안 되지. 그냥 죽는 게 낫다.” 아버지의 대답이었다. 그날 나는 내 평생 가장 어려운 질문들을 아버지에게 던졌다. 커다란 두려움을 안고 하나하나 물었던 기억이 난다. 무엇을 두려워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버지나 어머니의 분노, 혹은 우울, 아니면 그런 질문을 함으로써 뭔가 그분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눈 후, 우리는 안도감이 들었고 뭔가 명확해졌다는 걸 느꼈다. 4. 우리는 삶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제어할 수 없는 순간을 맞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스스로 써내려갈 수 있다. 그것은 그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제어할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의 선택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안다. 삶 자체가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을 하나 하고 돌아서자마자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5. 1908년, 하버드 대학의 철학자 조시아 로이는 (충성심의 철학)이라는 책을 펴냈다. 로이스 교수는 나이 들면서 겪는 어려움에 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삶의 유한성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느끼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삶이 가치 있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우리는 모두 삶을 견뎌 내기 위해 자신을 넘어선 무언가에 헌신할 필요가 있어야 한다. 그는 우리가 스스로를 넘어서는 대의를 추구하기 때문에 삶이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로이스 교수는 그것을 인간 본연의 욕구로 보았다. 그 대의는 큰 것(가족, 국가, 원칙)일 수도, 작은 것(건축 계획, 애완 동물)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대의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을 위해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점이다. 그러지 않을 경우 우리는 덧없고, 변덕스럽고, 만족을 모르는 자신의 욕망에 따라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고통을 안겨줄 뿐이다. 로이스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본래 나는 수없이 많은 조상들의 기질이 합류한 만남의 장소 같은 존재다. 시시각각 ... 나는 충동의 집합체다.” “우리는 내적인 빛을 볼 수가 없다. 그러니 외적인 빛을 보기 위해 노력해 보자.” -출처: 아툴 가완디, (어떻게 죽을 것인가),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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