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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공병호 칼럼

매치매이킹(matchmaking)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앨빈 로스(Alvin E. Roth)가 제기하는 '쌍방 매칭(two-sided matching)'
 문제는 공립학교 배정, 대학 입시, 결혼 중매, 장기 기증, 신참 의사들의 병원 취업 등

수많은 공공선택에 적용되는 분석틀이다. 1. (탈무드)에서 어느 랍비는 조물주가 세상을 만든 이후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매치메이킹(matchmaking)을 하고 있다.” 랍비는 계속해서 매치메이킹(여기서는 성공적인 결혼)은 중요할 뿐 아니라

“홍해를 가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2. ‘매칭(matching)은 살아가면서 선택하고 또 선택해야 하는 많은 것들을 얻는 방법에 관한

경제 전문 용어다. 내가 내일부터 예일대학교에 가겠다거나 구글에 출근하겠다고 통보한다 해서

예일대학교 학생이나 구글 직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로부터 입학 허가나 입사 통지서를 받아야 가능한 일이다. 3. 대학 입학 시장과 노동 시장은 구혼과 비슷한 점이 아주 많다. 상대방을 찾아 서로에게 구애하는 양방향 매칭 시장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이런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매칭은 가격만으로 누가 무엇을 얻을지가 결정되지 않는다. 4. 나는 자유시장을 말하는 정치가들의 극히 단순한 주장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시장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누구나 자유시장을 말하지만, 자유시장은 모두에게 자유로운 시장이 아니다.

오히려 자유시장은 잘 설계된 규정을 갖추고 있어, 전반적인 기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그런 시장이다. 원활하게 기능하는 시장은 원활하게 돌아가는 바퀴와 같다. 바퀴를 잘 돌아가게 하려면, 튼튼한 축과 기름을 잘 먹인 베어링이 있어야 한다. 결국 ‘튼튼한 축과 기름을 잘 먹인 베어링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곧 시장 설계가 다루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5. 자유시장의 상징적인 인물인 경제학자 프리드히 하이에크는 1944년에 썼던 자유시장 선언서라고 할 수 있는 (노예의 길)에서 이렇게 말했다. “특히 경쟁이 유익한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체제를 계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과,

있는 그대로의 체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크게 다르다.“ 6. 하이에큰 시장이 자유롭게 작동하려면 효율적인 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또한 시장을 설계하는 데 있어 경제학자들이 도울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이에크는 ‘자유롭다’는 의미의 단어 ‘Liberal'을 우리와 약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면서

(그가 말하는 ‘Liberal'은 ‘자유주의자libertarian’에 가까운 어떤 것을 의미했다) 이렇게 썼다. “사회에 대한 자유주의자들의 태도는 식물을 가꾸고 식물의 성장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식물의 구조와 그 기능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알아야 하는 정원사의 태도와 같다. 7.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들은 시장에 대한 정부규제의 적절한 범위에 관핸 서로 견해를 달리 한다. 시장에 관한 논의를 할 때 사람들은 ‘자유시장’이란 구절을 하나의 슬로건으로 사용한다. 마치 재산권 이외의 어떤 규정도 없어야 시장이 가장 잘 돌아간다는 투다. 하이에크도 그 점에 대해서 할 말이 있었다. “아마도 어떤 경험 법칙에 대한 일부 자유주의자듷의 집착, 특히 자유방임주의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만큼 자유주의의 명분에 해로운 것은 없을 것이다.“ 정원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도움 없이도 자랄 수 있는 식물은 잡초 같은 일부 식물뿐이다.

출처: 앨빈 로스, (매칭), 알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