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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CEO

[Weekly BIZ] 서로 비난하는 직원 똘똘 뭉치게 하려면? 공동의 목표 줘라

                                                                                                    뉴욕=온혜선 기자 조선일보 2015. 12. 26

조직 망치는 "당신 탓"

    분식회계 스캔들 위기 빠진 도시바

    내부 파벌 싸움과 책임전가가 원인

    공 차지하려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

 

비난게임 벗어나려면

1. 조직원에게 공동의 업무 목표 주

2. 문제점 말할 때 적절한 보상 제시

3. 리더가 책임지겠다는 자세 필요

 

'비난 게임' 저자 벤 대트너 뉴욕대 교수

벤 대트너 뉴욕대 교수
벤 대트너 뉴욕대 교수
140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 전자업체 도시바는 최근 대규모 분식회계로 큰 곤경에 처했다. 지난 8년간 기업 이익 1562억엔(1조4559억원)을 부풀린 것이 드러나면서 최근 10년간 도시바를 이끈 역대 사장 3명이 지난 7월 한날한시에 불명예 퇴진했다. 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의 주요 매체들은 경직된 기업 문화와 내부 파벌 대립이 이번 사건의 단초가 됐다고 보도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비난을 피하고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잘못된 결정을 내립니다. 도시바의 경우 내부 파벌이 존재했습니다. 상대 파벌에게 비난받지 않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실적을 부풀리던 것이 대규모 분식회계로 이어진 것입니다. 비합리적인 결정이 누적되면 기업이 망할 수도 있습니다."

벤 대트너(Dattner·47) 뉴욕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난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서로를 비난하는 '비난 게임'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조직을 와해시키고 회사를 망친다고 지적했다. 대트너 교수는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질 경우 개인은 물론 기업에 돌아가는 보상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대부분 이를 간과한다"고 말했다. 눈앞의 이익에 집착한 나머지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비난 게임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벤 대트너 교수가 쓴 책 '비난 게임(The blame game)'은 조직 심리학 대가로 잘 알려진 로버트 서튼 스탠퍼드대 교수의 극찬을 받아 화제가 됐다. 대트너 교수는 조직 발전 코칭 전문 회사인 대트너 컨설팅을 만들어, 소규모 스타트업부터 대기업, 정부기관까지 다양한 조직에 조언해 왔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대신 주어진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결정인데, 왜 비난게임에 몰입하는 것인가요?
서로 비난하는 직원 똘똘 뭉치게 하려면? 공동의 목표 줘라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타인을 비난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공(功)이란 것은 제한된 자원입니다. 이 제한된 자원을 차지하려 할 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더 가지려는 본능을 발휘합니다. 만약 업무 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거나, 업무에 대해 올바른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생각했던 것만큼 보상을 받지 못할 경우 사람들은 비합리적인 선택을 합니다. 결국 칭찬에는 인색해지고, 비난에 몰입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비난게임이 조직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치명적인 문제점인가요?

"물론입니다. 도시바도 그랬고 과거엔 닛산 케이스가 있습니다. 카를로스 곤 르노 닛산 회장은 지난 2001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글에서 닛산의 문제점을 '비난 문화'에서 찾았습니다. 그는 기고문에서 회사의 실적이 좋지 않으면 모두 항상 다른 사람의 탓을 했다고 닛산의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곤 회장은 닛산 부임 1년 만에 닛산을 흑자로 전환시킨 인물입니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지휘했던 그는 닛산의 내부 갈등을 심각한 문제로 봤던 것입니다."

―닛산은 비난게임에서 어떻게 벗어났나요?

"서로 비난하던 팀원들에게 공동의 목표를 줬습니다. 곤은 각자 다른 부서, 특히 과거 서로 비난하던 부서의 직원으로 팀 11개를 만들어 공통의 업무 목표, 이를테면 자재비를 20% 줄이라는 식의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새롭게 만든 팀에 상위 목표를 설정하고, 팀 구성원들에게 개인적 책임과 집단에 대한 책임도 같이 부과했습니다. 걸핏하면 다른 부서를 비난하던 직원들은 같은 팀을 이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야 했는데, 그 결과 비난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며 헛수고하지 않고 일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한 동기를 확실히 부여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 집단이 아니라 전체 집단을 이롭게 하는 '상위의 목표'를 찾아야 합니다."

―조직 내부에서만 비난게임이 벌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 밖에서 비난이 일 경우 기업이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회피하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지 않나요?

"그런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일일이 다 언급하기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비난을 받아들이고, 적절한 방법으로 책임을 진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에 더 득이 된다는 점입니다. 인텔은 지난 1994년 펜티엄 오류 사건에 잘 대처했습니다. 당시 인텔은 컴퓨터의 두뇌라 할 수 있는 펜티엄 마이크로 프로세서 칩 성공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토머스 나이슬리 린치버그대 교수가 펜티엄 칩이 90억번에 한 번꼴로 반올림 오류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인텔도 결함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인텔은 제품 결함을 알면서도 제품을 판매한 기업이 됐고, 코미디 프로그램의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비난을 받았습니다. 인텔의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CEO였던 앤드루 그로브는 공개 사과를 한 후 4억7500만달러의 비용을 감수하면서 시장에 출하된 칩을 모두 회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텔은 1995년 출시 예정인 다음번 칩의 주문량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가 책임을 회피할수록 문제는 점점 더 커집니다. 책임을 감수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한 덕분에 인텔의 브랜드 가치는 오히려 올라갔습니다."

―비판을 수용하는 것이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납득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시간 주립대학병원과 일리노이 주립대학병원은 지난 몇 년에 걸쳐 의료 사고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를 인정할 뿐 아니라, 자진해서 잘못을 사과하고 적절한 보상을 하고 있습니다. 의료사고 소송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두 병원 모두 의료사고 소송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미시간 주립대학병원에서는 의료 사고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인정하기 시작한 후 1년 동안 소송 수가 252건에서 83건으로 줄었습니다. 일리노이 주립대학병원에서 적극적으로 과실을 인정한 37건의 의료 사고 중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는 단 1건뿐이었습니다. 놀랍지 않나요?"

―비난을 감수하고 적절한 책임을 질 때 돌아오는 보상을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합니다만 과연 그게 가능할지요.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을 실패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고 칭찬해 주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희생양을 만들면 단기적으로 조직의 결속력이 높아지지만, 희생양이 한 명으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많은 리더와 조직이 비난 게임을 하다가 실패의 진짜 원인, 복잡하고 잘 드러나지 않는 것들을 파악하고 개선할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기업들은 위기에 처하면 임금을 낮추고, 부서를 통폐합합니다. 하지만 경영 전문가들은 일시적 해고가 기업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감원 외에도 대안은 많다고 지적합니다. 나중에 필요한 인력을 찾느라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데 급급하면 문제점을 정확히 찾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기업에 독이 되는 의사 결정을 하게 됩니다."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거나, 오히려 비판을 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것 모두 리더십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리더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독일의 유명한 로켓 연구자 베르너 폰 브라운의 일화가 있습니다. 그는 미국과 소련이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던 시절 미국의 우주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미 항공우주국(NASA)은 경쟁이 매우 치열한 조직이었습니다. 엔지니어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을 회피하거나 문제를 감추는 데 급급했습니다. 그때 새로운 탄도미사일이 시험 발사 도중 폭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사고 후 한 젊은 엔지니어가 용기를 내어 민감한 회로 기판 근처에서 나사를 조이다가 불꽃이 튀었고, 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브라운은 엔지니어에게 해고통지서 대신 샴페인 한 병을 보냈습니다. 브라운은 진실을 감추는 대신 실수를 인정하는 사람을 보상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리더의 강력하고 상징적인 행동은 실수에 개방적인 문화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