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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CEO

'바로미터` 삼성…올해도 줄였다

                                                                                                                                                                  매일경제 2015-12-07

◆ 1996년vs2015년 '데자뷔' / 대기업 구조조정 ◆

 

위기가 임박했음을 감지한 재계가 선제적으로 임원 축소에 돌입했음을 알리는 1996년11월 20일자 매일경제신문 1면과 휴대폰 실적 부진에 삼성 담당 임원 무더기 퇴진을 보도한 2015년 12월 2일자 매일경제신문 1면


'구조조정과 비상경영, 임원 승진 축소와 인력 감축.'

기업실적 급락과 수출 악화를 기록한 1996년과 2015년 연말 신문지면은 판에 박은 듯 똑같은 문구로 향후 암울한 경제 전망을 알렸다. 불황의 골이 깊어진 1996년 11월 이미 대기업들은 연말 임원 승진 최소화와 대규모 인력 퇴출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한계사업 정리와 맞물려 연차적으로 30~40% 임원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쌍용과 LG는 아예 승진 인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해 12월 단행된 삼성 인사는 경기 악화를 그대로 반영했다. 황학수 삼성카드 사장을 비롯해 6명이나 되는 사장급이 상담역으로 현직에서 물러났다. 또한 반도체 호황을 이끌던 주역인 김광호 부회장과 그룹의 핵심 두뇌 역할을 맡았던 이필곤 부회장을 해외 본사로 발령했다.

반면 위기 극복을 위한 '젊은 피' 수혈 차원에서 당시 44세에 불과한 진대제 삼성전자 부사장을 비롯한 40·50대 초반 젊은 인사들을 대거 발탁했다.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스마트폰 시장 아성을 위협받는 2015년 겨울 삼성전자의 선택은 19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새 사령탑에 고동진 무선개발실장(54)을 깜짝 발탁했다. 지난해 12월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는 파격적인 인사였다.

이와 함께 '인사 한파'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강력한 인적쇄신에 나섰다. 삼성은 1일 발표한 임원인사를 통해 294명을 승진시켰다. 지난 6년간 임원 승진자가 300명도 안 나온 것은 처음이다.

승진자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퇴출자가 많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업계에선 이번 삼성 임원 인사 직전에 전체 임원 중 최소 20~30%를 퇴출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인사는 연말 다른 대기업에 늘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그 파급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벌써부터 이달 말 인사가 진행될 롯데그룹, 이르면 다음주 인사가 있을 SK그룹 역시 삼성 흐름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인사를 단행한 다른 대기업들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엿보인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이미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산업들이 위기에 처한 만큼 대기업들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비용 부담을 줄이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직개편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이상덕 기자 / 전정홍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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