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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공병호 칼럼

Hippo를 따르지 말라

 

구글 CEO 인 에릭 슈미트와 조너선 로젠버그의 신간은 인상적입니다. 구글의 경영 방식을 소개한 책인데

사람들이 저마다의 지적 능력을 극대화하도록 유도하는

구글 경영의 특징들을 잘 정리해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1. 하마(hippo)는 매우 위험한 동물 중의 하나다. 생각 이상으로 속도가 빠르고 자신의 영역에 적이 들어오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죽이는 능력이 있다. 회사내의 히포(Hippo, 최고 급여를 받는 사람의 의견 Highest-Paid Person's Opinion 또는 최고 급여를 받는 사람)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2. 의사결정의 질적 수준은 급여의 수준과는 본질적으로 무관하다. 오로지 설득력이 있을 때만이 가치가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큰 목소리를 낸다. 3. 이 같은 회사에 대해 우리는 “재직기간중심회사(tenurocracy)"란 말을 쓴다.

우수성의 여부가 아니라 재직기간에서 힘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과 마주칠 때 우리는 “데이터가 있다면 데이터에 따르자. 각자 의견이 다르다면 내 의견대로 하자”는 말을 즐겨 인용한다. 넷스케이프의 전 CEO인 짐 박스테일이 한 말이다. 4. 히포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습관을 멈추고 나면 여러분은 실력주의(merito-cracy)를 만들어내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의 동료인 쇼나 브라운이 간단히 묘사한대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의 질적 수준이지 누가 말했느냐가 아니다”라는 말이 통하는 것이 실력주의이다. 말은 쉬워도 실제로는 간단치 않다. 5. 실력주의를 만들어 내려면 그날의 일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히포의 위험을 무릅쓰고 질적 가치와 장점을 따르는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모두 동등하게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6.구글에서 광고 책임자인 스리드하르 라마스와미는 구글회의에서 이런 예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를 소개한 적이 있다. 구글의 최고 광고제품인 애드워즈 초창기에 세르기에 브린은 스리드하르의 기술팀에 실행권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7. 이 자리에서 세르게이가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지위에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그는 왜 자신의 의견이 최선인지 내세우는 식으로 강요하지 않았고 스리드하르도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당시 스리드하르는 히포에 해당할 정도의 고위 경영자가 아니었다. 세르게이는 스리드하르에게 단순히 자신의 의견에 따르도록 지시를 할 수도 있었다. 8. 하지만 그는 지시 대신 타협안을 내놓았다. 스리드하르팀의 절반은 세르게이가 원하는 방식을 따르도록 하고 나머지 절반은 스리드하르의 의견대로 하자고 한 것이다. 그래도 스리드하르가 동의하지 않자 두 가지 의견에 담긴 상대적인 장점을 놓고 긴 토론이 벌어졌고 그 끝에 결국 세르게이가 의견을 접었다. 9. 이런 결과는 오로지 세르게이 스스로가 전문성과 창의력을 겸비한 인물로서 플렛폼 기술과 결정과정의 전후사정을 깊이 이해했으므로 가능했다. 10. 진행되는 사안을 이해하지 못하는 히포일수록 자신의 방식이 성공할 수 있다고 위협할 가능성이 많다. 여러분이 책임자의 위치에 있지만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때 “내가 말했잖아!”하는 식으로 고함을 지르면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기는 쉽다. 여러분은 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아야 하며 또 자신감을 갖고 그들이 더 나은 방법을 찾도록 맡길 줄도 알아야 한다. 11.세르기에도 스리드하르에게 통제권과 영향력의 권리를 양보하는 데 개의치 않았다. 자신이 고용한 스리드하르가 자신보다 더 나은 아이디어를 낼 가능성이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히포로서 그가 할 일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는 동료들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었다. 스리드하르가 할 일은 자신의 견해를 강력히 주장하는 것이었다. 실력주의가 자리 잡으려면 반대할 의무가 존재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에릭 슈미트 조너선 로젠버그,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박병화 역, 
김영사, pp.68-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