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모음/공병호 칼럼

미제스의 역사학 원리: 역사가는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

 

역사가들은 현재를 기준으로 그리고 자신의 사관을
기준으로 역사에 대한 해석을 내릴 권한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런 해석에 대해 얼마나 신뢰를
둘 수 있을까?
이따금 좌우익 사이에 벌어지는 역사 논쟁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있습니다.
전용덕 교수가 오스트리아학파의 거두인
미제스(Ludwig von Mises) 교수의 경제학과 역사학에 대한
방법론과 인식론적 문제를 잘 다룬 책을 펴냈습니다.
지적인 호기심이 강한 분은 도전해 볼 만한
책이 (경제학과 역사학)(한국경제연구원)입니다.


1. 우리나라 역사학계는 이념이 지배하는 연구나 저술로 인하여

   역사적 진실을 찾는 일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사 연구나 역사 교육은 왜곡될 뿐 아니라
오류투성이가 된다.
이런 일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매우 불행한 일이다.
역사가들이나 역사 관련 연구자들은 자신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역사학 원리의 연구와 습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2.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 대학의 역사학과는 역사학 원리를 가르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경제사를 연구하는 경우에 경제이론은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이론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경제이론을 가르친다 해도 어떤 이론이 좋은 이론인지
스스로 찾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3. 역사학이란 인간행동에 관련된 과거의 모든 경험 자료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학의 대상은 인간행동의 모든 면이다.
다만 이미 지나간 인간행동을 다룬다는 점에서 경제학에서
다루는 인간행동과 구별할 수 있고 구별해야 한다.

4. 역사가의 임무는 과거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 점을 미제스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그(과거를 복사하거나 재현하는 것)와 반대로,
역사가는 과거를 해석하고 재구성한다.”

5. 역사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지나간 역사로서의 사건을 모두 원인이 있기 때문에
역사학은 특정 사건을 초래하는 데 자동했던 요소들을
충분히 부각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역사적 사건은 전적으로 원인과 결과에 의해 지배되기 때문에 우연적인 것은 없다.
원인에 대한 분석이 없거나, 우연성을 강조하거나, 막연한 예언으로
이루어진 역사학은 과학으로서의 역사학이 아니다.
그런 것들은 모두 유사 역사학 원리에 기초한 것으로 틀린 것이다.

6. 역사학은 특정한 장소와 특정 시점에서의
   인간들의 행동들과 가치판단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를 다룬다.


7. 역사 연구의 근본적인 자료 또는 역사 연구의 근본적인 대상은 ‘아이디어들’이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아이디어들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기때문이다.

이 점을 미제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역사는 인간행동의 기록이다. 인간행동은 덜 만족스러운 상태를
더 만족스러운 상태로 대체하기 위한 인간의 의식적인 노력이다.
무엇이 더 만족스러운 상태이고 무엇이 덜 만족스러운 상태인가는,
아이디어들이 결정한다. 그리고 덜 만족스러운 상태를 바꾸기
위하여 의존해야 하는 수단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아이디어들이 결정한다.
그래서 아이디어들이 역사 연구의 주된 주제이다.”
미제스는 아이디어들이 역사 연구의 주된 주제라는 점을 다른 곳에서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인류의 진정한 역사는 아이디어들의 역사이다.
아이디어들이야말로 인간과 모든 다른 존재를 구분해주는 것이다.
아이디어들이 사회 제도를, 정치적 변화들, 생산을 위한 기술적 방법들,
경제 조건들이라고 불리는 모든 것을 생기게 한다.

8. 역사학 자체는 가치들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즉 역사학은 ‘가치중립적’ 또는 ‘가치자유적(Wertfreiheit)'일 뿐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역사가는 당파성, 인종, 국가, 종교, 철학, 미신, 편견 등, 동시대의
모든 가치판단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만약 어떤 저술가가 당파적 이해를 위하여
역사적 사건을 이용한다면 그는 이미 역사가가 아니라 선동가이거나
대변인이다. 그 저술가는 이미 당파적 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9. 역사학은 가치를 다룰 수 없다.
    역사학이 인간의 목적 또는 동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학 자체는 인간의 그런 목적이나 동기를
가치평가하지 않는다. 미제스는 이렇게 말한다.
“진리는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았지만
진리 탐구자의 소망에 더 적합한 사물들의 상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 또는 존재했던 것을 언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의 학문으로서 역사학이 과학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학과 마찬가지로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


-출처: 전용덕, (경제학과 역사학), 한국경제연구원, 2014.

'칼럼모음 > 공병호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관조적인 컴퓨팅  (0) 2014.11.10
Hippo를 따르지 말라  (0) 2014.11.05
컴퓨처가 할 수 없는 것들  (0) 2014.10.13
사기꾼이 상대방 조종하는 방법  (0) 2014.08.05
정승호 시인의 인생 지혜  (0) 2014.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