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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공병호 칼럼

관조적인 컴퓨팅

산만함을 부추기는 시대 환경 속에서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관조적 컴퓨팅’(contemplative computing)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1.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별로 힘들이지 않도고 우리의 능력을

한 곳에 집중시켜 창의력을 발휘하고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정보통신기술을 접할 수 있다.
그것이 내가 말하는 ‘관조적 컴퓨팅’이다.

2. 관조적 컴퓨팅?
    언뜻 보면 모순어법처럼 들리는 말이다.
요즘 컴퓨팅의 기술 집약적인 환경만큼 관조와 거리가
먼 것이 또 있겠는가?
컴퓨터, 스마트폰, 페이스북, 트위터 만큼 명상과
대조적인 것이 또 있겠는가?

3. 관조적 컴퓨팅은 새로운 과학과 철학을 결합하고
     집중력을 기르고 마음을 관리하는 매우 오래된 방법을
사용하여, 정보통신기술로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삼아야 제대로 해낼 수 있다.
관조적 컴퓨팅은 몸과 마음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보여준다.
관조적 컴퓨팅은 여러 기기와 인터넷과의 관계를
사용자에게 유익한 쪽으로 작동하도록 재설정해준다.
관조적 컴퓨팅은 우리가 정보통신기술과 더 건강하고
더 균형 잡힌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하나의 약속이다.

4. 무엇을 할지 잘 살피고, 기기를 다루는 습관이

   기분과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
그런 다음 더 좋은 습관을 들이고 쓸모없는 습관을 버린다.
일이 잘 풀리면 정신의 스위치를 끄고 하나의
기기가 단순한 도구에서 자신의 연장으로 변하는 것을 느끼고,
그럼으로써 현재의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5. 이런 방식으로 테크놀로지와 관계를 맺고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것이 바로 관조적 컴퓨팅이다.
관조적 컴퓨팅을 실천하려면 다음의 네 가지 원칙을
이해해야 한다.

6. 첫째, 정보통신기술과 우리의 관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밀접하다.
    그리고 그 관계는 우리 인간만이 갖는 독특한 능력을 잘 보여준다.
우리 인간은 타고난 사이보고여서 기술을 통해 우리의 신체와 인지 능력을
확장하려 한다. 그래서 마음을 두뇌나 신체에 갇힌 어떤 것으로 보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7. 클락과 데이비드 차머스의 용어를 빌리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을 가진 존재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확장된 마음은 두뇌, 감각, 몸, 대상들이 중첩하는 연결 부위로 구성된다.
내 생각이지만, 우리가 요즘 정보통신기술로 고통 받는 이유는
그 기술이 늘 유연하고 유동적인 우리의 정상적인 인지능력을 밀어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기술을 멋대로 설계하고,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 정보통신기술은 마음대로 제어가 안 되는
우리의 사지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8. 둘째, 세계가 갈수록 산만해지지만 우리는 확장된 마음을

    다시 원래대로 제어할 해결책을 갖고 있다.
관조적 공간은 열대우림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지고 있고,
일과 생활은 더 부산스러워지며 현대 기술은 인간만의
특징으로 보이는 집중하는 능력에 도전장을 들이밀고 있다.

9. 하지만 인류는 수천 년 동안 그런 문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불교와 탄트라 명상, 인도의 요가, 한국의 참선과 일본의 젠 등은
모두 산만하게 수다를 떨고 싶은 절제되지 않는 원숭이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들이다.

10. 셋째, 기술은 관조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정보통신기술과 어떻게 교류하고 영향을 주고받는지 그리고
자신의 확장된 마음이 어떻게 생겨나고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러한 교류작용에 대해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부터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11. 넷째, 확장된 마음은 다시 설계할 수 있다.
      확장된 마음을 이해하고, 기술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더 잘 이해하고, 관조적 수련에 익숙해지면 정보통신기술을 사용할
때 더 차분한 상태에서 결단력 있게 바람직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확장된 마음을 자신 있게 실천하고 그 마음을
계획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이들 네 가지를 한데 모을줄 알면 기술을 통해
관조적이 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난제를 처리하고
깊이 생각하고 창의적이 되는 능력을 되찾을 수 있다.


-출처: 알렉스 수정 김 방, [나는 왜 이렇게 산만해졌을까],
시공사, pp.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