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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공병호 칼럼

리추얼(Daily Rituals)

세상의 혼란스러움과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
    최근에 나온 책에서 400년간 지성인 161명의 삶 속에서
   만난 삶을 지탱하는 틀을 ‘리추얼(daily ritual)'으로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1. 볼테르(1694~1778): “나는 수도원의 독방을 사랑한다”
   비서인 바니에르는 볼테의 작업 시간을 모두 합하여
하루 18시간이나 20시간에 달할 거라고 추정했다.
볼테르는 그 정도로 작업해야 완벽하다고 생각했던지
“나는 수도원의 독방을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2. 벤저민 브리튼(1913~1976): “나는 정확한 시간표에 따라 일하는 걸 좋아합니다”
    나는 그런 방식으로 일하지 않습니다.
나는 정확한 시간표에 따라 일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배우고 시간표에 따라 엄격하게 공부해야
하는 학교에 다녔던 행운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아침 9시에 책상 앞에 앉아 점심시간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 게
나한테는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닙니다.
오후에는 편지를 쓰거나, 산책을 하면서 다음에 써야 할 것에 대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차를 마신 뒤 작업실에 들어가
8시가까지 작업에 몰두합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 잠이 몰려와서 약간의 독서 이외에는
많은 일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대체로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음악평론가 도널드 미첼은 “작곡가로서의 삶이 그에게는 모든 세계였다. 
창작이 최우선적인 고려 사항이었다. ...
그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창작 활동을 위해 희생되어야 했다.”
라고 브리튼의 삶을 요약했다. 
3. 버러스 프레더릭 스키너(1904~1990, 행동주의 심리학의 창시자)
  “기계처럼 짜여진 24식단의 일과”
스키너는 일상의 글쓰기를 실험실의 실험처럼 생각하며,
두 가지 자기 강화 행동-(1) 타이머의 버저 소리에 맞추어 글쓰기를
시작하고 멈추었다. (2) 글을 쓴 시간과 그 시간에 작성한
단어의 수를 그래프로 정밀하게 기록했다. -으로 매일 아침 글을 쓰도록 자신을 조건화시켰다.
1963년의 일기에서 스키너는 그런 습관을 자세히 기록했다.
“나는 책상에 앉으면 특수한 탁상용 스탠드를 켠다.
그와 동시에 내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총 시간을 측정하는 시계가 작동한다.
시계는 열두 시간 단위로 기록되고, 누적 곡선의 기울기는
나의 전반적인 작업 생산성을 나타낸다."
스키너가 1974년 하버드 교수직에서 은퇴할 무렵,
밤 시간은 그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
그즈음, 동틀 녘의 두 시간에 야간 작업을 위한 시간이 더해지면서
그의 타이머는 하루에 네 번 울렸다.
자정, 새벽 1시, 아침 5시, 아침 7시였다.
스키너는 이런 습관을 휴일까지 포함해 하루도 빠짐없이,
1990년 세상을 떠나기 전 며칠 전까지 기계처럼 충실하게 따랐다.
-출처: 메이슨 커리, (리추얼), 책읽는 수요일.
4. 차이콥스키(1840~1893) “미신처럼 지킨 두 시간의 산책”
   점심 식사 후에는 날씨에 상관없이 오랜 산책을 나갔다.
역시 동생 모테스트의 기록에 따르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두 시간의 산책이 필요하다는 글을 어디선가 보았는지,
형님은 오후의 산책을 미신처럼 받아들이며 엄격하게 지켰다.
5분이라도 일찍 끝내면 병에 걸리고,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불운이 닥칠 것처럼 정확히 두 시간 동안 산책했다.”
차이콥스키의 이런 미신적 믿음을 황당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산책이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차이콥스키는 산책 중에 멋진 악상이 떠오르면 지체 없이 기록해
두었다가 나중에 피아노로 구체화시켰으니 말이다. 
세상에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옳고 그름은 사람마다 다른 평가를 내리겠지만
아무튼 지상에 머무는 시간 동안 자신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161인의 ‘리추얼’은 한번 읽어볼만 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