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들을 둘러싼 사태를 보노라니 데 시카의 영화들이 마음 아프게 떠오른다. 이를테면 지난 5월 OECD에서 조사한 ‘한국 어린이, 청소년 주관적 행복지수’에서 한국은 꼴찌를 했다. 한국이 자살률 평균수치의 2배로 1등이라는 점과 어우러진다. 한국이 14년째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국가란 점까지 얹어 생각하면 우리 사회의 불행감을 형성하는 공기가 확 다가온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26위로 행복지수 하위권 어른들보다 더 불행하다는 진단은 매우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다.
한류를 유럽까지 몰고 간 <소녀시대>가 애국적 존재로 언론에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어린 연예인을 스파르타식으로 양성하는 한국형 기획시스템이 유럽 언론에서 비판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화를 질투하기 때문이라고 넘겨버리기엔, 심각하게 불행한 사태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6월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아동, 청소년 보호조항’을 사상 최초로 삽입한 연예인 ‘표준 전속 계약서’를 발표했다.
십대 아이들을 아이돌로 만들기 위해, 숙면과 의무교육조차 불가능한 일정을 강요하고 ‘하의실종’ 복장으로 노래하고 춤추도록 짜인 이 놀이판은 누가 돌리는 것일까? 바로 이들의 인기와 흥행으로 이윤을 도모하는 반문화적인 어른들이다. 물론 이 판에 가담한 아이들의 스타 판타지를 탓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살벌한 사회에서 명문대를 안 나오고도 잘 살아내려면 스타가 되는 방식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이들도 또한 어른들이다.
다수 멤버가 등장하는 ‘하의실종’ 걸그룹을 보면서 마치 뷔페에서 음식 고르듯이 누가 더 섹시한지 평가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십대 여성 연예인 지망생 여론조사에 따르면 60%가 강요로 인한 노출복장 경험을 밝히고 있다. 걸그룹들 멤버수의 증가는 한두 명이 빠져나가도 그룹 유지에 좋은 전략이다. 그런 현상을 선택폭의 확대로 받아들이는 오빠부대, 삼촌부대 팬클럽의 지지는 또 뭔가? 심지어 평균연령 9.75세인 걸그룹 지스토리도 지난해 나왔다. 아이들을 어른용 놀이감으로 삼는 이런 반인권적 사태는 연예계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