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요즘은 무얼 하느냐고 물었더니 작년에도 한번 도전했는데 실패해서 지금 입학준비를 위해 영어학원에 다닌다는 것이다. 학교 성적은 평균 4.0이 넘고, 토익 점수도 900점 정도였고, 법학적성시험인 LEET 점수도 웬만큼 받았는데 작년에 실패한 것은 아무래도 토익 점수가 조금 모자란다는 분석이었다. 토익에서 대여섯 문제를 더 맞혀야 합격권에 들어갈 것 같기에 한 달에 30만원씩 주고 유학파 전문 족집게 강사가 강의하는 학원에 세달 정도 다녔다고 한다.
그러면 그곳에서는 무엇을 배우냐고 했더니 영어실력이 아니라 출제의도를 파악해서 답을 정확히 맞히는 요령을 배운다고 했다. 실제로 그렇게 하면 성적이 40점에서 50점 정도 올라가기 때문에 한 반에 약 200명 정도의 학생들이 매일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학원과 강사는 한 반에서만 한 달에 6천만 원의 수익을 얻는 셈이다.
공정한 입시를 위해 점수화된 평가방법이 필요한 것은 알겠지만 국내 변호사를 육성하는 법학전문대학원 학생의 자격에서 토익 점수로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넌센스다. 토플시험이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생활영어에 대한 시험으로 토플시험 출제기관인 ETS에 의뢰해서 만든 시험이 토익이다. 이십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대학졸업, 취업, 심지어 법학전문대학원 입시에까지 활용되고 있으니 그 상품성은 대단하다. 그러기에 최근에는 국립대학과 언론사가 합작하여 유사한 시험을 만들어 상업화 대열에 끼어들었다.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가 상승되면서 영어의 필요성은 증대되었다. 십여 년 전 고려대학교의 영어강의 의무화 정책에 참여했던 필자도 당시에는 학생들이 영어로 인해 졸업 후 너무 많은 불이익을 당한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이 정책에 찬성했다. 마치 1970년대 경제성장을 위해 내수시장도 미약했지만 수출지향 산업정책을 추진했던 것 같은 극약처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도를 넘어서 대학 강의의 40%이상이 영어로 진행되고, 국문학이나 국사 과목에서도 영어강의를 의무화하는 지나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언론사와 교육당국의 대학평가에도 영어강의가 필수 항목이 되어 전국 대부분 대학들이 교수임용에 영어강의를 의무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