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홍규(33)씨의 두번째 소설집 ’봉섭이 가라사대’가 출간됐다.
첫 소설집 ’사람의 신화’와 장편 ’귀신의 시대’를 통해 폭넓은 상상력과 입담을 선보인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비루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뒷맛이 씁쓸한 묵직한 유머 속에 담아냈다.
표제작 ’봉섭이 가라사대’에는 소를 닮은 소싸움꾼 응삼이와, 그의 몰염치한 아들 봉섭이, 그리고 사람을 닮은 소, 또다른 봉섭이가 등장한다.
“응삼은 본래 사람의 얼굴이었으나, 평생을 소와 더불어 살다보니 얼굴마저 소를 닮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응삼과 더불어 사는 소들은 사람의 낯짝을 하고 있었다. 싸움소는 더욱 그러했다. 응삼과 싸움소가 나란히 서 있노라면, 어느 게 사람이고 어느 게 소인지 아리송할 정도다.”(107쪽)
응삼의 소를 훔쳐 달아났다가 소 판 돈을 날리고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는 아들 봉섭이보다 응삼이 가라면 가고, 서라면 서는 싸움소 봉섭이가 더 ’인간답다’.
’뱀이 눈을 뜬다’ 속 ’그’와 ’경숙이’도 인간이면서 동물이다.
해고된 보일러공인 그의 몸에는 어느날부터 뱀이 살기 시작했으며 경리로 일하던 오퍼상의 사장에게 강간 당한 이후부터 경숙에게는 원숭이 꼬리가 자라났다.
평론가 김미정은 “손홍규의 소설 속 동물-인간의 상상력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비루한 존재로 전락해도 되는가’의 질문과 관련된다”고 말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은 생존의 최저 조건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가, 지켜야 하는가?”하는 식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걸레’라는 별명에 걸맞게 살 수밖에 없게 된 ’상식적인 시절’ 속 아영과 월세 7만원 짜리 방에서 동거하며 소설가를 꿈꾸는 ’매혹적인 결말’ 속 두 청년, ’이무기 사냥꾼’ 속 일용잡부 용태와 불법체류자 알리 등 ’생존의 최저 조건’에 놓여있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인간다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밖에 작가가 북조선의 한 젊은 소설가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말한 ’도플갱어’와 현실에 맞서 테러를 꿈꾸는 인물들의 ’테러리스트’ 연작 3편, 농약중독으로 실려온 60대 순옥의 이야기 ’푸른 괄호’ 등이 실렸다.
336쪽. 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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