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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책 읽기

Mistaken Identity:Two Families, One Survivor, Unwavering Hope

[글로벌책읽기] 교통사고로 뒤바뀐 운명 … 픽션 압도하는 논픽션           중앙일보 2008. 4. 28






[중앙일보 남정호] Mistaken Identity:Two Families, one Survivor, Unwavering Hope
잘못된 신원 : 두 가족, 한 생존자, 흔들리지 않는 희망

Don & Susie Van Ryn, Newell, Colleen & Whitney Cerak,
Mark Tabb,
하워드 북스,  288 쪽,  21.99 달러

‘실제는 허구보다 더 극적이다.’

논픽션 『잘못된 신원』 은 실제 인간사가 어떤 소설, 어떤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는 걸 새삼 일깨워주는 책이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등 각종 베스트셀러 랭킹에서 1위로 뛰어오른 이 책은 잘못된 신원 확인에서 비롯된 가슴 아프고도 감동적인 실화다. 처참한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진 여대생, 그를 자기 자식, 형제로 착각하고 극진히 간호한 한 가족, 그리고 피붙이를 잃었다고 믿고 장례까지 치른 다른 한 가족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사건의 앞뒤는 이랬다. 2006년 4월, 미국 인디애나주 고속도로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로라 반린과 위트니 세락이란 두 여학생을 비롯, 9명의 대학생을 태운 미니밴이 화물차와 정면 충돌한 것이다. 피해자들은 독실한 기독교학교로 유명한 테일러대 학생들이었다. 5명이 숨지고 4명은 크게 다쳤다. 이중 위트니는 희생된 반면, 로라는 극적으로 살아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위트니의 부모는 딸의 장례식을 치르고 떠나간 자식을 가슴에 묻었다. 겨우 살긴 했지만 머리를 심하게 다친 로라는 의식불명이었다. 로라의 가족들은 혼신을 다해 그를 회복시키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적이 일어났다. 조금씩 의식을 회복한 그는 간단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사고 후 5주쯤 지나자 자신의 이름까지 쓸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왠 날벼락인가. 로라로 믿어 의심치 않던 딸이 자신의 이름을 ‘위트니 세락’이라고 쓰는 게 아닌가.

한편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위트니 가족들에게도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난다. 어느 날 새벽 3시, 죽었다던 위트니가 살아있다는 충격적인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처음엔 악의적인 장난 전화라고 생각도 했다. 그럼에도 확인해 봐야 한다는 생각에 위트니의 엄마는 단숨에 차를 몰고 6시간을 달려갔다. 떨리는 마음으로 병실을 문을 열고 들어간 엄마는 병실에 누워있는 환자를 보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죽은 줄 알았던 사랑하는 딸이 살아있었던 것이다.

이런 기구한 일이 일어난 이유는 이랬다. 생과 사가 갈린 위트니와 로라가 너무나 똑같은 용모였던 것이다. 둘 다 긴 금발머리에 푸른 눈, 그리고 비슷한 몸매를 가졌었다. 사고 직후 주변 친구들이 심하게 다친 여학생이 로라라고 경찰에서 진술한 게 결정적인 화근이었다. 병원에 실려올 당시 위트니의 얼굴이 심하게 부었던 것도 착각하게 만든 이유였다.

어쨌거나 죽은 줄 알았던 딸이 살아있다는 걸 확인한 뒤에도 위트니의 가족들은 기쁨을 참아야 했다. 자신들의 희열 이상으로 로라 가족들의 슬픔이 크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탓이다. 위트니는 또 회복된 후에도 “왜 이런 참사를 겪어야 했는지, 왜 자신만이 살아남았는지” 등에 대해 번민했다고 한다.

이 책은 사고 발생부터 잘못된 신원이 확인된 후에까지 두 가족이 겪는 모든 것들을 상세히 적고 있다. 책의 저자도 위트니와 그의 부모, 그리고 숨진 로라의 부모로 돼 있다. 두 가족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되면서 독자들도 기쁨과 절망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특히 믿고 싶지 않은 비극을 맞은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쉽고도 빠르게 전개되는 책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논픽션 『잘못된 신원』의 실제 주인공 위트니 세락과 로라 반린. 둘 다 긴 금발머리에 푸른 눈을 지녔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두 사람의 생사가 뒤바뀌면서 두 가족의 희비도 엇갈렸다. 이 책은 위트니와 로라의 부모가 함께 썼다.

▶남정호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namjh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