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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부`가 깨져야 성장이 가능한 이유

`터부`가 깨져야 성장이 가능한 이유



[북데일리] 속되고 부정하다고 인정된 사물, 장소, 행위, 인격, 말 따위에 관해 접촉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을 금하거나 꺼리는 것. 그것을 범하면 초자연적인 제재가 가해진다고 믿는 습속(習俗). 우리는 이를 ‘터부’라고 부른다.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 이래 인간은 끊임없이 깨뜨려지고 또 새롭게 생겨나는 터부의 막강한 지배를 받아왔다. 작게는 징크스에서 미신, 금지, 금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곁에 너무도 가까이, 그리고 무수히 넘쳐나고 있는 터부 속에서 인간은 터부를 만들고, 지키고, 깨며, 폭로하고 그것을 즐기고 있다.

<터부, 사람이 해서는 안될 거의 모든 것>(열대림. 2005)은 다양한 임상 사례들을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터부와 금기의 규칙들이 개인과 집단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해석되는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터부의 주제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근친상간부터 음식을 비롯해 장기 거래, 안락사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뜨거운 논쟁들을 중심으로 ‘인간이 해서는 안될 거의 모든 터부’를 낱낱이 해부해 놓은 흥미로운 보고서이다.

특히 저자는 “터부 개념의 사용은 오늘날 우리 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며 터부의 명제 10가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1. 터부의 시제는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터부시하기와 터부는 우리 사회에서 현재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2. 터부는 삼가야 할 규칙으로, 그것을 어기면 공동체로부터 제명될 위험에 처한다.

3. 터부는 항상 변한다.‘터부학’은 한 사회에세 행동, 사고, 대화의 허용과 한계에 관한 매우 흥미있는 학문이다.

4. 터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의식적으로 활발히 논의되는 터부는 물론, 언어적으로 표현되지 않는 터부, 나아가 무의식적인 터부까지도 포함된다.

5. 터부는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것을 확립하는 데 기여한다.

6. 터부는 상황에 따라, 즉 집단, 장소, 시간에 따라 매우 달라질 수 있다.

7. 우리의 터부들이 환원될 수 있는 원조 터부란 없다.

8. 터부시하기는 우리의 심리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작용하고 있고, 그것은 항상 새로운 터부를 만들어내는 사회심리적 메커니즘 속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9. 터부의 효과는 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고착되어 있다. 공동체로부터 백척받는다는 위협은 실존적 불안(죽음에 대한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10. 집단 속에서 생겨나는 ‘마나(터부의 힘)’는 터부를 유지시켜 주는 힘이자 후광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개인이 가지고 있거나 집단이 가지고 있는 터부가 깨어지면서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도 함께 강조하고 있다. 물론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혹은 가족이나 집단을 둘러싸고 있었고,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껴왔던 울타리를 부수기란 말처럼 쉽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사이코드라마’를 통해 거짓말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고 마음의 자유를 되찾는 것처럼, 터부 침범은 다음 단계로의 발전을 약속하기도 한다.

이 책은 끊임없이 터부를 깨고 또 다른 터부를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사진=근친상간을 암시하는 브론치노의 `비너스, 큐피트, 어리석음과 세월` 1546) [홍무진 기자 fila90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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