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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책 읽기

새로운 무신론

 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 2008년 01월 21일(월)

 과학문화 頂論 작년으로 만 80세를 넘어섰다. 글세 새해가 되니 어느새 70대가 아닌 80대의 노인이 되고 말았다. 기독교 용어로 모태신앙이다. 누구나가 다아 그렇겠지만 만 93세로 타계하신 어머님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으며 자랐다.

일제의 식민지 기간의 꼭 중간 시점에 태어나 1945년 중학 5년을 졸업할 때까지 일본어를 모국어로 강요받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 우리 세대를 일본어 세대라고 부른다. 만 13세때 중학교에 들어가서 80이 넘도록 영어를 배웠다. 미국에 가서 소위 박사학위까지 받았으니 영어를 못한다면 그것은 말이 안된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일본 책이 영어 책보다 부담이 적다. 적은 정도가 아니라 좀 과장하면 일본 책 읽어 나가기가 한글 책 읽기보다 부담이 덜 간다고 말해서 과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소위 바이링구얼이다.

일제 말 징병면제 받기 위하여 화학 소위 이과 분야를 공부하게 된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유기화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로 소위 명예교수가 된지도 15년이 되었다. 미국에서 소위 학위논문 최종 구두시험에 통과해서 지도교수에게서 처음으로 <닥터 김>이라는 축하를 받으면서도 아 이제는 평생 화학자라는 굴레를 벗을 수가 없게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갔던 사실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우연히 YMCA <성서강해>를 듣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이미 약 20년 전에 타계하신 함석헌 선생님을 스승으로 사사하게 되면서 나의 소위 기독교 신앙에도 금이 가게 되었다. 무교회주의자요 후에는 무교회를 떠나 퀘이커가 되신 함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 나는 소위 보수신앙을 떠나게 되었다고나 할까.

더욱이나 박정희 군사독재시대 그리고 신군부시대에 걸쳐 두 번씩이나 소위 해직교수가 되는 바람에 지금도 전공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으면 습관적으로 <유기합성>이라고 대답을 하면서도 4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에 걸친 10년 가까운 해직교수시절을 강요당하면서 소위 유기화학자로서의 생애도 끝난 셈이라고 말해야 옳을 것 같다.

어떻든 1975년에 첫 번째 해직이 되면서 하릴없이 주말이 되면 어머님 모시고 어머님 나가시던 작은 교회를 다시 나가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 나는 조그마한 교회의 원로장로가 된지도 10년이 넘었다. 이때부터 해직교수의 무료를 달래기 위하여 시작한 독서모임이 근 30년이 되도록 지속되면서 처음 시작할 때 학부생이었던 학생들이 지금은 어엿한 대학교수님들이 되셨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이 독서모임을 계속하고 있는 40대 중반의 소장 학자들 몇몇과 지금도 그야말로 이 책 저 책을 섭렵하고 있다.

물론 자연스럽게 종교철학분야의 책이 주류를 이루게 된 것은 어쩌면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던 80평생을 넘기게 된 화학자를 자처하고 있는 나 자신의 인생경로와 맞물린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미 고인이 되신 현영학교수가 읽어보라고 던져 준 "Zygon: Journal of Religion & Science"이라는 계간지를 이제는 30년이 넘게 구독하고 있는데 이 잡지의 최근호(2007년 12월호) 편집인의 글에 새롭게 급물살을 타고 번져 나가고 있는 "The New Atheism"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소개하고 있다.

재작년 가을에 출간된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이라는 책이 우리말로 작년에 출판되었는데 이미 10만부가 판매되는 출판계의 기적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책은 2006년에 출간된 우리나라에도 왔었던 데넷(Daniel Dennett)의 "Breaking the Spell"이라는 책이고 세 번째가 <종교의 종말>(The End of Faith)라는 해리스(Sam Harris)의 책이다. 2004년에 출간되어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우리나라 말로는 2005년에 번역 출판되었다. (제목부터가 서투르게 번역이 되었는가 했더니 "The Demon of Relativism"을 <상대성이론이라는 악마>라고 기상천외의 번역을 하고 있는 무책임한 번역서이다.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다.)

어떻든 이 세 책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무신론>을 다루고 있다. <과학과 종교>라는 새로운 과학문화의 장르가 종교간의 분쟁으로 새롭게 열리고 있는 것이다.

컬럼비아 대학교 출판부에서 2005년에 출판된 "The Future of Religion"이라는 작년에 서거한 무신론자를 자처하는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와 이탈리아의 카톨릭 신학자 바티모(Gianni Vattimo)와의 기억에 남는 대화집이 새삼 머리에 떠오른다.


※ 사이언스타임즈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

저작권자 2008.01.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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