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당신 자신의 몸 안에서 굳을 것이다. 누가 당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비명이 허공에서 뚝뚝 떨어지겠지. 그 다음에 내 귀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나 자신의 숨소리, 그리고 냄새의 소리, 내 발걸음 소리뿐.'
이 소설의 화자 '나'는 인간을 사후세계로 데려가는 죽음의 신이다. '나'는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독일의 한 소도시로 간다. 전쟁 때문에 격무에 시달린 '나'는 사람들이 행여 자신의 존재를 눈치챌까봐 불안해한다. '나'는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색깔의 변화를 음미하면서 작업의 고단함을 잠시 잊는 탐미주의자이기도 하다. 어느 날 '나'는 한 소년의 영혼을 거두러 갔다가 책을 훔치는 9살짜리 소녀를 만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젊은 작가 마커스 주삭(33·사진)을 단숨에 세계적 작가로 만든 이 소설은 책읽기를 통해 전쟁의 비극적 상황을 극복하려고 했던 한 소녀의 성장기를 그렸다.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됐고, 20세기 폭스사가 영화로 제작한다.
- 주인공 소녀의 이름은 리젤. 전쟁 때문에 부모와 헤어지고, 남동생마저 땅에 묻은 리젤은 양부모 밑에서 살아간다. 리젤의 유일한 즐거움은 책을 훔쳐서 읽는 것이다. 그 아이가 읽은 책 속의 활자는 그 아이의 뼈와 살 속으로 고스란히 들어왔다가 그 아이의 입을 통해 다시 언어로 튀어나온다. 그것은 고통스런 성장기를 버티는 방식이다.
죽음의 신은 그녀가 훔친 책들의 제목을 징검다리로 삼아 그녀의 삶이 형성되는 과정을 천천히 구술한다. '무덤 파는 사람을 위한 안내서' '마인 캄프' '휘파람을 부른 사람' 등등 이 소설의 소제목들은 각각 소녀의 성장과정에 영향을 미친 책 제목들이다.
작가는 나치 독일을 체험한 부모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아 이 소설을 빚어냈다. 독일군에게 끌려가는 유대인 노인을 불쌍히 여겨 빵을 건넨 한 독일인 소년이 있었다. 독일군 병사는 그 소년과 노인 모두 채찍으로 사정없이 때렸다. 그것은 절대선과 절대악이 공존하는 한 장면이었다. 인간에게 선과 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 소설은 인간 조건의 모순을 친절한 사신(死神) 눈으로 조명함으로써 기존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서사를 전개한다. 청소년과 성인이 함께 읽기 좋은 성장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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