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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영재교육

“호주의 퀘스타콘은 이제 중요한 브랜드입니다”

“호주의 퀘스타콘은 이제 중요한 브랜드입니다”
호주 Questacon의 그래함 스미스 기획 책임자

한국과학문화재단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공동으로 지난 11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서울 소공동 프라자 호텔에서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과학대중화 포럼을 개최했다. 아태지역 각국의 과학문화활동에 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그에 따른 실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지식기반 사회에서의 과학문화 역할의 육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지역 20개 회원국에서 온 과학문화 전문가와 국내 전문가 40여 명이 참석했다.
각국 대표들은 마지막 날인 18일 라운드 테이블 토론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과학문화포럼>을 정식으로 발족시키는 데 합의했다.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을 초대 회장으로 선임했다. 사무국은 서울에 위치하며 포럼은 유네스코의 후원으로 해마다 개최된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이번 포럼에 참석한 각국의 연사들을 중심으로 강연과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싣는다.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註]


“과학관-대학과의 연계가 성공을 거둔 최초의 케이스”

▲ 그래함 스미스 기획책임자는 퀘스타콘은 과학관과 대학이 연계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
과학관은 이제 한 나라의 첨단 과학기술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도 최근 앞으로 전국에 걸쳐 30여 개의 과학관을 더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추진해온 과천에 대규모의 새로운 과학관이 완공돼 내년이면 관람객을 맞이한다. 과학문화를 위해서다. 그리고 과학 강국 한국의 면모를 자랑하기 위해서다.

과학문화는 과학적 소양을 키우는 일이다. 과학적 소양은 사회의 커다란 무형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소양은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과학기술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고 선진국형 세계시민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민주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과학적 소양은 과학기술을 칭찬하는 데 끝나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의 산물인 지구온난화, 인구폭발, 환경오염 등 지구촌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들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과학기술에 의해 파생되는 문제들의 심각성을 대중에게 알리고 문제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학관은 과학문화를 넘어 국가의 자존심

그러나 과학기술의 불신(不信)보다 더 무서운 것은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이다. 불신과 맹신을 조절하는 일은 과학문화의 중요한 과제다. 과학문화는 아름다운 미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관이 그러한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 차원이라면 일본의 움직임은 대단히 재빠르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이 자랑하는 과학관은 미라이칸(未來館)의 이름에서 엿볼 수 있다. 과학관은 과학 커뮤니케이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기관이다. 이제는 한 나라의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전시관이기도 하다.

호주도 예외가 아니다. 호주의 과학문화와 첨단기술에 대한 자긍심은 퀘스타곤(Questacon)에서 나온다. 호주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과학관이다.

“호주의 과학문화를 위한 과학센터의 시발점은 호주국립대학(ANU)의 마이클 고어(Michael Gore) 박사에 의해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어 박사가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학센터 설립을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오늘날 퀘스타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호주의 과학문화를 이끈 사람은 대학의 물리학 교수

▲ 퀘스타콘 설립자 마이클 고어는 호주국립대학의 물리학 교수였다.  ⓒ
고어 박사는 197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천문관을 방문했습니다. 거기에서 몇 년을 머물면서 과학관 설립을 구상한 거죠. 재원을 확보하고 사람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1980년 호주의 첫 과학관인 퀘스타콘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겁니다. 물론 당시에는 지금과 비교하면 보잘것없을 정도로 작았지요.” 호주 퀘스타콘의 기획책임자인 그래함 스미스(Graham Smith)의 설명이다.

고어 박사는 퀘스타콘의 설립자로 당시 호주국립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러나 대학에만 머물지 않고 과학문화를 부르짖었다. 그리고 호주에서는 처음으로 호주국립대학에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를 설립했다. 호주의 과학문화 운동에 커다란 공헌을 한 학자다.

고어 박사가 퀘스타콘의 운영책임을 맡게 되자 퀘스타콘과 호주국립대학은 자동적으로 협력하게 된다. 과학관과 대학 간의 연계에 성공한 세계 최초의 모델 케이스다.

스미스 책임자에 따르면 1980년 개관 당시 과학관 커뮤니케이터들은 전부 호주 국립대학 학생들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과학커뮤니케이션 전공 학생들이 졸업하면서 퀘스타콘을 떠받치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 호주 국립대학은 이제 퀘스타콘의 중요한 재정적 지원자가 됐다. 운영에서 상당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농촌과 소수민족 거주지에는 이동 과학관을 운영

호주는 대륙이다. 그러나 과학관 운영에서는 상당히 중앙집권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주나 도시에서 운영하는 과학센터를 중심으로 과학문화 운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주정부 단위로 운영하는 과학관이나 천문관, 그리고 박물관들이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수단이 되는 거죠.

그러나 퀘스타콘은 전국 규모입니다. 퀘스타콘이 있는 캔버라만이 아니라 전국에 있는 관람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국 500여 개 학교와 계속적인 연계를 시도해 8만여 명의 초중고 학생들을 해마다 유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개 소수민족 집단과도 협력을 맺고 있습니다.”

멀리 떨진 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캔버라까지 와서 퀘스타콘을 관람하는 게 아니다. 1985년부터 거대한 이동 과학관(portable science center)인 퀘스타콘 과학서커스(Questacon Science Circus)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산업체의 도움을 받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첫해부터 지금까지 석유회사인 쉘(Shell)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재정자립도도 매우 높아”

▲ 호주 퀘스타콘 모험관에서 한 어린가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면서 스릴을 만끽하고 있다.  ⓒ
1년에 약 5개월간 운영하며 5~6개 지역을 방문한다. 특히 농촌과 시골 등 과학관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곳을 주로 방문한다. 호주의 풀뿌리 과학문화 운동에 기여하고 있다. 또 소수민족 거주지역을 방문해 토착인과의 대립감정을 완화시키는 데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퀘스타콘의 재정은 물론 정부의 지원금이 가장 크다. 60%를 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박물관에 비교하면 재정자립도가 훨씬 큰 편이다. 스미스 책임자에 따르면 호주국립박물관의 경우 95%, 호주국립갤러리(90%), 호주국립도서관(84%), 호주전쟁기념관(80%) 등 주로 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퀘스타콘은 필요한 재정의 40%를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다. 과학관 내에 각종 상품을 팔아 수익을 올리고 있다. 퀘스타콘은 중요하고 믿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있다. 또 세계 각국으로부터 과학관 설립 및 전시와 관련된 자문을 통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스미스 책임자는 말했다. 퀘스타콘은 1980년 설립 후 끊임없이 성장해 왔다. 일본 정부와 일본 민간투자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2007.12.16 ⓒScience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