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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처세술 및 코칭

우왕좌왕 해양부

[취재여록]

우왕좌왕 해양부

"해상 방제지역의 파고가 높아 풍랑주의보가 발효됐습니다.대형 방제선 외에는 해상방제가 어려운 상황입니다."(해양부 관계자)

"풍랑주의보 발효시 방제에 나설 수 있는 대형 방제선은 몇척이나 있습니까."(기자)

"몇척인지 확인해서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관계자)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13일.사고 방제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정부가 보유한 방제선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방제선 규모별로 몇척인지,가용자원은 얼마나 되는지,현재 방제에 동원된 현황은 어떤지 등 어느것 하나 명확한 게 없었다.


 

연일 '늑장대처''안일한 판단'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지만 해양부의 대처능력은 그다지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바로 알려주겠다'던 방제선 규모에 관한 기초정보는 하루가 지난 14일 오후까지 제공받지 못했다."방제선을 운영중인 해양경찰청이 협조해주지 않아 정확한 현황을 알 수 없다"는 게 해양부 관계자의 해명.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대형사고 대책을 8일간 총괄ㆍ지휘하면서도 아직 핵심 장비가 얼마나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인지 태안 해변가에선 방제장비가 없다거나 지휘통제가 혼선을 빚고 있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양부의 우왕좌왕 행보는 이 뿐만 아니다.

천수만 보호를 위한 차단막을 13일 설치하는지 14일 설치할지에 대해서도 수시로 입장이 바뀌었다.방제청이 새로 구입해야 할 품목이라는 이유 때문이라는 설명이 부연됐다.가로림만 안쪽 양식장들에서도 기름냄새가 진동하고 양식하던 굴과 바지락이 쓰레기 더미로 변했다는 '현장 기사'들이 폭주해도 "가로림만과 근소만을 지켜냈다"며 자화자찬식 평가를 내렸다.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현실을 직시해도 시원찮을 판에 긍정적 정보만을 끌어와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실수(?)를 전혀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실수가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는 데 있다.

해양부가 재난대처 컨트롤 기능을 잃고 정부 기관간 업무협조가 혼선을 빚은 14일에도 전국 자원봉사자들은 태안군민 삶의 터전을 조금이라도 되살리기 위해 태안 해안가로 몰려들었다.

김동욱 사회부 기자 kimdw@hankyung.com



입력: 2007-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