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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자식일수록 막 놓아 길러야 한다는 옛 조상들의 사고방식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바로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최근의 연구결과들이다. 일교차가 심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철이 되면 비염과 천식 등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이 더욱 극성을 부린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과 천식, 알레르기 비염이 어릴 때부터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아동도 있는데, 이를 ‘알레르기 행진(Allergic March)’이라 한다. 이런 알레르기 질환의 증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호주 등의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다. 그 이유로 생활환경 변화상의 여러 가지 위험요소들을 지목하기도 하는데, 그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위생가설’이다. 1989년 영국의 데이비드 스트라헌에 의해 제기된 위생가설은 한마디로 말해서 너무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변한 생활환경이 오히려 알레르기 질환들을 증가시키는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그 좋은 예로서, 소나 돼지 등과 함께 생활하는 후진국의 농촌 아이들이 선진국에 사는 도시 아이들보다 알레르기 질환에 덜 걸린다는 통계를 들고 있다. 또 첫째 아이보다 둘째, 셋째, 넷째 아이로 갈수록 알레르기에 덜 걸린다는 점도 그 같은 가설을 뒷받침해준다. 늦게 태어난 아이일수록 형제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옮겨오는 모든 종류의 세균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같은 위생가설을 뒷받침해주는 연구결과도 많이 나오고 있다. 미국 헨리포드건강소의 존슨 박사팀이 디트로이트 시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의학자료를 검토한 결과, 유아 때 항생제 치료를 받은 아동일수록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알레르기 증세를 가질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유아 때 항생제 치료를 받은 아동의 경우 집에 애완동물이 없으면 알레르기성 천식이 발현될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즉, 위생적으로 깨끗한 집안 환경일수록 항생제 치료를 받은 경우 알레르기 증세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었다. 이는 애완동물을 기르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알레르기성 질환에 더 강하다는 연구결과와도 연관이 있다. 조지아의과대학 연구팀이 집에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아이 집단과 전혀 기른 적이 없는 아이 집단으로 나누어 비교 조사한 결과, 애완동물과 함께 성장한 아이들의 알레르기 발생률이 두 배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기생충 감염률이 높을수록 알레르기 발생률이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가봉, 잠비아 등지에서 실시한 역학조사에 의하면 기생충 감염이 천식 증상을 완화한다고 보고되었다. 이에 반해 미국과 일본에서는 기생충 감염이 줄어든 1930년대 이후 면역 체계의 과민반응로 생기는 장염과 크론병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면역글로블린E라는 항체를 주목하고 있다. 면역글로블린E는 우리 몸이 기생충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항체이다. 그러나 막상 공격하려는 기생충이 없으니 히스타민의 분비를 촉진해 알레르기만 키워놓고 만다는 것이다. 즉, 기생충이 없어진 깨끗한 우리 몸의 환경이 지나치게 과민한 면역시스템을 만드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불결한 환경을 조성하고 기생충을 키울 이유는 전혀 없다. 위생가설은 그야말로 아직까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한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의하면 교육을 많이 받을 부모일수록 자녀들의 알레르기 질환 발생률이 높다고 한다. 그것은 박테리아 감염 등에 대한 지식이 높을수록 그에 대한 보호막도 더 강력해지기 때문이다. 귀한 자식을 일부러 개똥이로 키운 선조들의 지혜가 그래서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 ||
/이성규 편집위원 yess01@hanmail.net | ||
2007.11.15 ⓒScience 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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