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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는 흔히 유럽종과 미국종의 두 가지로 분류된다. 그 중 와인에 적합한 포도는 약 200여 종으로, 거의가 유럽이 원산지인 품종들이다. 그에 비해 우리가 흔히 먹는 거봉이나 델라웨어 같은 품종은 대개 미국이 원산지이다. 즉, 같은 포도라도 식용포도와 와인용 포도는 이처럼 품종이 다르다. 식용포도는 열매가 크고 껍질이 매끄럽게 잘 벗겨진다. 또 싱싱하며 씨도 작은 편이다. 하지만 와인용 포도는 열매가 작고 껍질도 잘 벗겨지지 않는다. 또 빼곡히 달려 있는 열매 속에는 씨가 아주 많다. 그렇다고 해서 와인용 포도가 달지 않고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발효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알코올 성분을 가질 수 있기 위해서는 당도가 높아야 한다. 또 산도가 높아 향기와 감칠맛을 낼 수 있어야 하며, 탄닌, 미네랄, 페놀릭 등도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대개 와인 1병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포도의 양은 1㎏이 넘는다. 와인이란 포도 그 자체가 변한 식품이므로 다른 원료는 일체 들어가지 않는다. 따라서 와인 맛의 대부분은 포도 맛에 의해 좌우된다. 때문에 프랑스 등 유럽의 포도밭은 예로부터 등급이 정해져 있어서 거기에 따라 와인의 등급도 결정되었다. 즉, 포도 싹이 트기 전에 수확되는 포도의 질도 따지지 않고 밭에 따라 미리 와인의 등급을 결정해버린 것이다. 그만큼 포도 농사는 토질과 일조량, 기후 등의 자연환경이 중요하다. 이처럼 와인용 포도가 자라는 자연환경을 일컬어 ‘테루아(Terroir)’라는 전문용어로 부른다. 그럼 고급 와인을 만드는 포도의 생산지는 얼마나 비옥한 땅이어야 할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와인용 포도는 비옥한 땅보다는 척박한 땅을 더 좋아한다.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코트토르 일대의 토지는 많은 양의 자갈과 모래가 섞여 있으며 거칠고 건조한 석회질 땅이다. 영양분이 많은 땅에서 자라면 가지와 잎이 너무 많이 자라게 되어 포도 알로 가야 할 영양분이 적어져 열매가 빈약해진다. 그러나 영양분이 적은 메마른 땅에서 자란 포도는 더욱 깊이 땅속으로 뿌리를 내려 여러 지층으로부터 다양한 양분을 흡수하여 복잡 미묘한 맛을 지니게 된다고 한다. 또한 흙 속에 있는 자갈은 낮 동안 태양열을 받아서 간직했다가 밤에 다시 내뿜음으로써 포도나무의 생장에 알맞은 지열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포도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역발상의 교훈은 이뿐만이 아니다. 와인에서 세계적인 기준을 제시해온 프랑스에는 몇몇 대표적인 와인용 포도품종이 있다. 레드와인을 만드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피노누아르’, ‘쉬라’와 화이트 와인용인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등의 품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여섯 가지 품종은 와인 생산지라면 세계 어느 곳에도 여지없이 재배될 만큼 귀족 품종으로 대접받고 있다. 그 중 카베르네 소비뇽은 카베르네 프랑과 소비뇽 블랑이라는 두 가지 뛰어난 품종 간의 자연적인 이종교배에 의해 탄생했다. 하지만 샤르도네의 경우는 놀랍게도 그 태생의 과정에 잡종의 피가 섞여 있다. 이 이종교배의 부모 중 하나는 로마시대에서부터 오랜 역사와 명성을 지녀온 ‘피노’지만, 다른 하나는 고이아스 블랑이란 품종이다. 고이아스 블랑은 중세 때 프랑스 북동부의 포도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포도 가운데 하나로서, 한때는 너무 평범하다는 이유로 정기적으로 법령에 의해 경작이 금지되었던 품종이다. 척박한 땅을 좋아하고 잡종에서 최고급 품종을 탄생시키기도 하는 포도의 이런 성향 탓에 우리는 와인에서 더욱 오묘하고 깊은 맛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 ||
/이성규 편집위원 yess01@hanmail.net | ||
2007.09.20 ⓒScience 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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