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7년 01월 26일 | |||||
일본 북부 홋카이도 유바리(夕張)시. 평일 대낮인데도 상가는 상당수가 셔터문이 내려져 있다.
유바리역에 맞닿아 있는 스키장. 시즌을 맞았지만 주자창은 텅 비어 있다. 슬로프에도 고객은 거의 없어 시쳇말로 ‘황제 스키’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한산하다. “스키? 지금 여유를 즐길 상황이 아니죠. 생활에 대한 불안 얘기뿐이에요.” 유바리시의 한 식당에서 만난 주민 도다 아키코(45)는 유바라시의 현재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2006년 3월말 현재 유바리시의 부채는 누적 재정적자 257억엔에 장기차입금 375억엔 등 총 632억엔. 시 표준재정 규모 45억엔을 감안하면 부채는 무려 14배에 달한다.
유바리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징용의 땅’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탄광지대였다. 전후에도 석탄산업은 계속돼 1960년에는 탄광 24곳에 인구 11만6000명의 도시로까지 성장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석탄이 석유로 대체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당장 재정 지출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현재 7곳인 초등학교와 4곳인 중학교는 각각 1곳으로 통·폐합되는 등 공공시설은 최소한도로 축소된다. 시민들의 부담도 크게 늘게 됐다. 시민세와 고정자산세 인상과 함께 공공시설 사용료는 50% 오르고, 수도료는 70%나 인상된다. 무료였던 쓰레기처리도 유료화된다. 시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연수입 400만엔의 4인 가족의 경우 연간 16만5800엔의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시립병원 등을 민영화하는 계획에 따라 환자들에 대한 치료도 중단될 처지다. 실제로 유바리시는 최근 시립병원에 입원해있는 인공투석 환자 33명에 대해 오는 4월부터는 치료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치료중단 조치에 환자들은 “주민들을 죽일 셈이냐”고 반발하고 있지만 시는 방법이 없다는 반응이다. 유바리시 자체 구조조정으로 행정서비스 중단도 불안거리다. 시는 최근 직원급여 삭감(시장 등 특별직 60%, 일반직 30%)과 함께 현재 직원 278명을 2009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명예퇴직제를 도입했다. 조기퇴직 희망자 조사결과 시 직원의 85%가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급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퇴직신청을 늦출 경우 명퇴금도 줄어 이중으로 손해를 본다는 게 퇴직희망 이유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유바리를 뜨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파산문제가 표면화된 작년 6월부터 12월 사이에만 벌써 전년 동기보다 2배 많은 350여명이 전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유바리시의 혹독한 구조조정을 요구했던 일본정부는 시의 파산 상황이 도시 파괴 상황으로까지 치닫자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홋카이도는 현재 유바리시의 은행 차입금(금리 1.5%)을 저리융자(금리 0.5%)하겠다고 밝혔고, 정부도 고령자와 어린이들은 배려해야 한다는 뜻을 유바리시에 직·간접적으로 흘리고 있다. 민간의 측면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민간단체들은 유바리시의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며 작년 중단했던 국제영화제를 오는 2월말 규모를 축소해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으로 유바리가 회생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일본내 지자체 중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많다는 점을 들어 일본정부가 유바리를 희생양으로 삼아 메시지를 보내려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바리의 한 주민은 “유바리의 파산 원인은 1차적으로 지자체의 경영난맥에 있지만 근저에는 관광산업 육성을 부추겨왔던 정치인과 정부도 원인제공자”라고 말해 도쿄 정가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바리(홋카이도)|박용채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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