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영관리/CEO

실패에서 배운다…유바리시의 ‘참혹한 봄’

국정브리핑 | 기사입력 2007-07-19 10:11
과거 일본의 에너지중추였던 석탄산업도시인 유바리시가 파산했다. 유바리시는 국가에너지정책의 변화에 따라 폐광과 관광도시로의 재도약을 선언했지만 벌이는 사업마다 재정 적자로 이어졌고 결국 실패한 관광도시로 전락했다. 1970~80년대 탄광 45개, 인구 12만, 전국 석탄생산량의 30%이상을 차지했던 석탄산업의 메카 태백시도 유바리시와 유사하게 고원관광 휴양도시로 거듭나는 중이다. 태백시 김교복 자치행정과장이 유바리시를 타산지적으로 삼기 위해 지방행정혁신 INN246(www.inno246.go.kr)에 올린 글을 소개한다. <편집자>

유바리시, 실패한 관광도시로 전락

김교복 태백시 자치행정과장
'도시파산, 유바리의 잔혹한 봄'.
일본의 광산 도시였던 유바리시가 석탄산업 합리화 이후 관광도시로 재도약을 꿈꾸다가 파산을 한 사례를 모 방송국이 특집으로 방영한 프로그램의 제목이다.

파산이후 유바리 시민들은 최고의 세금 부담과 최저의 복지 혜택을 받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공무원도 절반이상을 줄였고 거기다가 보수는 30%이상을 감액 당하는 등 유바리시는 실패한 관광 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유바리시의 광산도시, 석탄산업 합리화, 관광산업으로 재도약을 위한 성장모델이 태백시와 많은 부분이 흡사하여 혹여 태백시도 유바리시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파산과정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러나 유바리시의 파산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원인을 관광산업 발전 모델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여섯 번이나 당선 되어 유바리시를 선도해 온 파산 당시 시장은 석탄박물관 건립을 시작으로 고용창출이라는 빌미로 광관분야 시설물을 무계획적으로 유치하여 재정 적자를 유발시켰으며, 이런 사실을 분식회계를 통해 철저히 숨겨 왔고, 또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가·금융기관 등에서 자금을 차입, 파산 당시 재정적자 500억엔, 일시차입금이 유바리시 1년 재정의 10배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러한 사실들을 대다수 공무원, 의원, 시민 모두가 몰랐다는 것이다. 외형만을 부풀려 인기에 열중했고 외부 차입금을 많이 구해 온 것이 자기의 능력이라고 호도, 선전한 시장에 의해 시민들은 바보가 되면서 이러한 사실들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 사람을 여섯 번이나 시장으로 당선시켜 독선과 전횡을 막지 못했다.

지방자치의 실패와 도시몰락을 다룬 KBS 1TV '도시파산, 유바리의 잔혹한 봄'(2007년 4월 7일)

“죄가 되지 않으면 돌을 던지고 싶다”는 한 시민의 짧은 멘트가 가슴을 아리게도 하지만 “당신은 20여 년 동안 무엇을 했느냐? 혹여 당신만을 위하여 숲은 보지 못하고 작은 나무 가지만 부러뜨리고 있었느냐?”라고 되묻고 싶은 심정을 가다듬으면서 태백시의 여건은 어떤가 짚어 보고자 한다.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여건은 많이 다르다. 우선 독주를 막기 위한 자치단체장 3선 연임 제한 제도, 아직은 기초단계지만 예산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복식부기회계제도, 진정한 지방자치에는 다소 어긋나지만 외부 자금 차입시 의회와 중앙 정부의 승인제도, 시민 누구나 알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행정 정보공개제도 등 많은 통제 수단이 있어 행정의 독단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현명하게 생각하며 건전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건강한 시민들이 함께하기에 걱정의 끈을 풀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다고 파산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다. 지역발전을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본분을 다하고 시민 모두가 지역을 사랑하고 나뭇가지가 아닌 숲을 그리면서 달려 나갈 때 도시비전을 실현하여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하고 살기좋은 지역을 만들수 있는, 파산의 강을 뒤로 하고 천상의 끝자락에서 무궁화를 영원히 그리고 화려하게 꽃 피우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