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7. 9. 23
['지방자치경영' 실패에서 배운다]
지방 교부세 12년새 4배↑… 단체장 선심행정이 큰 원인 | ||||||
전남도는 이달 18일 10억원의 혈세를 하루 아침에 날려버렸다. 농ㆍ어민의 수출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도비 1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전남무역이 이날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법인 해산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중계무역에 손을 댔다가 수출대금을 떼이는 등 부실한 경영으로 만성 적자에 시달려왔다. 시민들은 “경영 부실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은 탓”이라고 전남도를 성토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다 실패한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민선시대 이후 온갖 선심행정이 판을 치면서 무리하게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아까운 예산만 까먹는 자치단체가 부지기수다.
전임 단체장이 추진하던 사업을 후임 단체장이 포기하거나 중단시켜 방치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가다가는 ‘한국판 유바리시’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충북 청원군은 대규모 휴양레저 시설인 초정스파텔 때문에 10년이 넘도록 골치를 앓고 있다. 이곳은 청원군이 민선 단체장 출범 첫해인 1995년 경영수익을 위해 민ㆍ관합작으로 건설한 시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업체가 시공도중 부도를 내고 운영 과정에서 소송에 휘말리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기획예산처로부터 매각 권고를 받았고, 군은 헐값으로 매각할 방침이다. 청원군은 이 시설물 건립에 들어간 30억원을 날릴 판이다.
한 때 지자체 사이에서 유치 경쟁이 붙었던 드라마 세트장은 지방재정을 갉아먹는 주범이 돼가고 있다.
사업성 검토 없이 관광객 유치 효과를 노리고 뛰어든 탓이다. 충북 제천시가 15억원을 들여 2000년에 개장한 ‘왕건’ 해상세트장은 첫해 101만명에 달하던 관람객이 지난해에는 19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입장료 수입 갖고는 시설 운영비도 나오지 않는다.
충남 부여군이 2005년 8월 개장한 ‘서동요’세트장은 지난해 한달 평균 3만 1,000명에 달하던 관광객이 올해 들어서는 8,000명 선으로 뚝 떨어졌다. 재정자립도가 13.8%에 불과한 부여군은 이 세트장 유치 비용으로 군비 60억원을 써버렸다.
이에 따라 지방재정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자치제 시행 이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1995년 63.5%였던 것이 현재는 53.6%까지 내려 앉았다. 올해 예산 기준으로 자체 세수입만으로 살림을 꾸려 국가로부터 교부금을 받지 않는 지자체는 수도권지역 11곳에 불과하다. 정부가 매년 지자체에 내려주는 교부금은 95년 5조 4,842억원에서 올해 22조 6,242억원으로 12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예산 등에서 중앙정부가 간섭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믿고 맡기는 지방자치제도이기 때문에 거대한 부실덩어리가 될 때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국내에서는 그런 사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참여연대 행정감시팀 이재근(35) 팀장은 “단체장의 방만한 선심행정이 재정난을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지방의회의 예산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경영능력이 떨어지는 지자체는 과감히 통폐합시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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