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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책 읽기

동과 서의 인심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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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과 함께 벼슬살이 했던 사람 가운데 정언(正言)벼슬을 지낸 김희락(金熙洛)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다산의 기록에 보면 젊은 시절에 경상도 안동(安東)에서 노닐면서 만났던 김희락은 뒤에 벼슬길에 올라 함께 같은 조정에서 만났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희락은 의성김씨의 명문 출신으로 뒤에 흥양현감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당시 몸져 누워있던 다산은 임지로의 출발에 몸으로 환송하지 못하고 마음으로 환송해줄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멋진 글 한편을 지어주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의 흥양(興陽)현은 지금으로는 전라도 고흥군에 해당하는 지역인데, 그때의 다산의 글은 아주 짧은 글이지만 내용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점이 많았습니다. 동쪽지역이나 서쪽지역의 백성들은 ‘마음도 같고 이념도 같다(心同理同)’라고 말하면서 “이 지역 인심이 이렇게 사납느냐?”라고 한 차례만 입 밖에 내다가는 말 한마디에 천 사람의 인심을 잃고 만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 사람의 잘못된 사람을 훈계하다가 고을 전체의 백성을 들먹이면 반드시 인심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다산의 주장이었습니다.

이른바 ‘거관4설(居官四說)’이라 이름하고 부제로 ‘흥양현감에게 드리는 글’이라고 제목을 붙인 글입니다. 천하의 성인이던 공자(孔子)가 살았던 궐리(闕里)에도 미친놈이나 악동은 있기 마련인데, 한두 사람의 악인을 보고서 그 고을 전체 백성을 사나운 사람들이라고 매도하면 어떻게 인심이 돌아오겠느냐는 다산의 말씀이었습니다. “흥양은 본디 착한 풍속이 많은 곳인데, 너는 왜 그렇게 못된 짓을 했느냐?”라고 말을 한다면 흥양의 백성들이 마음을 흐뭇하게 먹고 현감의 어진 정치를 칭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요즘도 흔히 ‘경상도 사람은 어떠니’, ‘전라도 사람은 어떠니’라고 한두 사람의 행위를 보고 지역의 전 주민들까지 욕 먹이는 언사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다산의 「거관사설」에 나오는 이야기를 거울삼아, 그런 인심 잃는 언사는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동쪽이건 서쪽이건 마음도 같고 이념도 같다"는 다산의 명언을 잊지 말아야 대통령 선거도 제대로 될 것 아닌가요.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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